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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여름 한정 특별판) - 나태주 시집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0년 6월
평점 :
품절
재작년 5월 5일이었다. 저녁 야경을 보러 갔던 공주 석장리 구석기 축제에서 나태주 시인을 만났다. 미리 추첨표를 받은 사람들만 받을 수 있었던 나태주 시인의 사인 시집. 그런데 어느 인상 좋은 아저씨께서 아쉬운 표정을 하며 서있는 우리 모습을 보고 자기는 2장이라며 한 장을 건네주셨었다. 그리고는 이쁘게 살라며 사라지시던 아저씨. 그렇게 갑작스런 행운으로 나태주 시인분의 사인이 적이 책을 직접 받을 수 있었고 사진도 같이 찍을 수 있는 영광을 누리고 왔다.
나태주 시인을 처음 만났을 때는 옆집에 사시는 인상좋은 이웃분과 같은 따뜻함을 느꼈다. 더욱 사진을 찍는데 남편의 손을 꼭 잡고 수줍게 카메라를 보시던 얼굴은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오랫동안 초등학교 교직생활을 하시며 동심 어린 아이들을 만난 까닭이었을까. 시인분의 얼굴과 목소리에는 아이들만 갖고 있는 천진난만함과 동심, 그리고 청아로운 기운이 담겨 있었다. 2년이 지난 2020년. 여름 한정판으로 나온 책 표지를 보았을 때. 여전히 잘 지내시는 구나에 마음이 더 놓였다.
이번에 읽은 시집 또한 때 타있던 내 마음을 정화해주듯 가슴에 남는 시들이 많다.
지난 겨울표지에 이어 나온 여름 한정판 시집. 노을이 피어오르는 바닷가 위 해먹을 설치하고 위에서 잠을 청하는 모습의 표지이다. 오늘을 사랑하고 내일을 믿습니다 라는 시인의 따뜻한 말과 함께 시 하나하나가 매우 사랑스러운 느낌이다. 특히 <첫눈>이라는 시를 읽으며 어린 시절 첫사랑의 모습이 떠오르는듯 막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요즘 며칠 너 보지 못해 목이 말랐다..네 하얀 마음이 나를 감싸 안았다’ 마음에 든 시는 <너를 두고>라는 시.
나태주 시인의 시에는 항상 사랑의 주체가 등장한다. 그러나 주체에게 어떤 부담도 집착도 하지 않고 일정의 거리를 두고 바라보거나 살며시 고백하는 장면이 많다. 그렇기에 더 아련하고 고매로운 사랑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 가끔 마음이 어지러운 날에는 사랑이 아닌 작은 용기를 주기도 한다. <혼자서>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라’라며 위로를 해주기도 한다.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으면 괜스레 가까운 사람에게 그 시를 몰래 전해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내 마음을 한 줄의 시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나태주 시인의 글이 그 마음을 대신해줄거라 믿으며 나도 어린시절 지나가는 낙엽에 웃음짓던 여학생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