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명상 1평온 - 오직 나만을 위한 하루치의 충만함
디아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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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해]
지방에서 일하던 시기, 팟캐스트 상위 랭크에 있던 ‘지대넓얕(지적인 대화를 위한 넓고 얇은 지식)’을 들으며 김도인을 알게 되었고 이 이후로 명상, 마음챙김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낯선 지역에서 일을 시작하며 일도, 사람도, 주변 환경에도 모두 적응해야하는 상황에서 약간의 우울증상도 있었고 하루에도 12번 요동치는 감정의 기복도 있었다. 그때 도움이 되었던게 ‘명상’과 마음을 위로해주는 다양한 ‘위로 에세이’였다. 그 상황에서 벗어나 이제는 여유롭고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고 있지만 가끔식 불쑥 불쑥 올라오는 걱정과 불안에 다시 ‘명상’관련 글이나 책을 찾게 된다. 여전히 나의 내면에는 내가 알아차릴 수 없는 깊은 뿌리의 무언가 있는 기분이었기에 이 책을 선뜻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다정함을, 민감함을, 열린 마음을 길러갑니다”라는 안내를 시작으로 하루에 1번의 명상을 실천하도록 쉽게 명상에 대해 설명한다. 명상에 가장 중요한 호흡, 자세, 장소 등 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 같다는 내 생각과 달리 책 안에는 작가 본인의 고민과 이야기들이 군데군데 들어가 있어 편하게 책을 읽으며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명상법을 따라할 수 있다.

북에디터로 일하던 작가는 퇴사 후 프리랜서가 되어 ‘수련-수업-책 작업’을 하며 살고 있었지만 3~4년이 흐르자 안정된 루틴 속에서 슬럼프를 겪었다. 에디터로서 그리고 요가 강사로서 모두 잘하고 싶고 더 좋아져야한다는 강박에 오히려 우울해지고 짜증이 났고 강한 기시감을 느끼며 본인의 삶을 다시 돌아보고 숨을 고르기 위해 작은 ‘명상’에 관한 과제를 만들어 자신을 돌아보았다고 고백한다. 이미 요가 전문가로 활동하는 작가의 모습을 떠올리면 당연히 명상도 잘하고 자신의 감정을 잘 컨트롤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명상이 가장 필요한 건 자신이었다는 말에서 작가의 솔직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책에서 하는 작가의 명상 이야기에 마음이 갔고 두꺼운 색연필을 들고 한장 한장 책을 읽어나갔다.

:: P.10
명상을 잘할 것 같은 저는, 실은 명상이 언제나 필요한 사람이에요. 요가도 명상의 한 종류이지만, 저로서는 마음을 좀 더 직접적으로 들여다보는 바식의 명상을 함께 해야 했어요. 제 마음의 어느 지점에 걸려서 넘어졌는지 자신을 좀 더 솔직하게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엇보다 일상부터 좀 더 성실하게 살아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 P.24
‘행주좌와어묵동정’은 일상이 곧 수행이라는 뜻입니다. 옛 선사들은 걷고, 머물고, 앉고, 눕고, 말하고, 말하지 않고, 움직이고, 움직이지 않는 그 모든 순간에 개어 있으라고 했어요. 명상이 산사에 앉아서 눈을 감고 있거나 조용한 시공간에서 혼자 하는 것이 아니란 이야기예요. 오히려 삶의 지극히 작은 행위들을 명상으로 바꿔가라는 격려로 들립니다.

[책 구성]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1장과 2장에서는 명상이 필요한 시기와 명상으로 인해 좋아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실제로 명상을 실천하도록 하는 가이드는 3장부터 시작된다. 특히 1장에서는 명상이 필요한 시기에 대해 이야기하며 명상에 대해 기존의 오해에 대해 얘기를 하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명상을 하라면 사람이 없는 깊은 산사에 들어가거나, 해가 진 저녁 조용한 방안 한 가운데에서 “이제 명상한다!” 라고 마음을 먹고 해야하는 걸로 알고 있었지만, 사실 명상은 모든 일상의 행위에서도 할 수 있다는 작가의 말이 가장 와닿았다. 밥을 먹을때도, 외출한 후 몸을 씻을 때도, 설겆이나 빨래를 할 때에도 명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가 말하는 명상의 시작은 ‘자각’ 내가 하는 행동과 내 몸과 마음을 우선 깨닫는 것이라 말하는데 이로 인해 내 일상의 모든 행위를 통해 명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대게 우린 설겆이를 하며 빨래를 할 생각을 하고 입에는 칫솔을 문 채 샤워기로 발을 닦기도 하는 등 한번에 다양한 일을 하려 하며 이도저도 아닌 상태가 많고, 이 상태는 나의 의식과 달리 그 상황을 멍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2장에 있는 이론을 안다고 달라질까? 부분에서는 무얼 시작하며 이론이나 방법을 파헤치는데 시간을 많이 쓰며 해보기 보다 알아보기를 좋아하는 작가의 이야기가 나온다. 진짜 아는게 목적이라면 해보기에 열중해야 한다며 지적 허기를 늘리고 위한 ‘알아보기’ 행위에 대해 멀리하고 실천하는 자세의 중요성을 말한다. 이 부분 또한 깊은 공감을 얻었던 부분이다. 오늘 하루는 3번 명상할꺼야~! 라고 생각한 것과 달리 명상을 하려면 우선 청소부터 해야지 그리고 주변을 정리해야지! 하는 등의 갑자기 안하던 청소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정말로 자기 관찰을 하려면 이론이 아니라 자기를 관찰해야 한다는 작가의 말에 깊은 공감이 갔다.

:: P.71
이완으로 행복함, 감각적이고도 정신적인 쾌락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행복이나 만족이 이미 내 안에 있다는 걸 알게 돼요. 행복해지기 위해서 뭔가를 막 추구하는 그림이 아닌거죠. 그래서 내가 무얼 위해 열심히 사나? 추구하는게 결국 무엇인가? 지금 추구하는게 있다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가? 같은 질문이 따라오는 거에요.

:: P.74
명상에 빠진 사람은 자기 내면의 거친 바다를 마주하는 거예요. 이 바다를 지켜보고 생생하게 느끼는 일이 뇌를 건강하고 창의적으로 세팅해줘요. 새로운 아이디어는 그 파도에서 튀는 물방울이나 입술로 흘러들어 온 짭짤한 바닷물에 담겨 있는 거고요.

[1일 1명상 1평온]
3장부터 시작되는 오늘의 과제는 총 30개로 구성되어 있어 하루에 많이도 아닌 1개씩만 실천해도 좋을 듯하다. 오늘의 과제 <나의 하루 다큐멘터리 찍기>, <나의 디테일 관찰하기>에서는 나의 하루를 마치 카메라가 옆에서 찍고 있는 것 처럼 나의 모습을 제 3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때 내가 머리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잡념과 감정을 조금 더 면밀히 살피며 마치 드라마 속의 독백을 보듯 바라보라 이야기한다. 작가가 말하는 명상은 앞에서도 말했든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하루를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그리고 하루에 세세번 1. 이동할때, 2. 잠들때, 3. 씻을 때에도 그 순간을 자각하며 명상을 하도록 유도한다. 이후 내 몸에서 시작한 자각을 호흡으로 -> 감정으로 -> 생각으로 발전시키고 마지막 8장과 9장에서는 타인을 위해 그리고 나의 일상을 잘 보내기 위한 명상으로 책이 끝이 난다.

이 책은 1일 1명상 1평온 이라는 가볍고 쉬운 타이틀을 갖고 있는 책이지만, 안에 담긴 내용은 꽤 철학적이고 심도있어 독서를 하는 행위만으로도 내 삶을 성찰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명상은 결국 내 내면의 깊은 바다를 온전히 바라보는 일이라던데 바다로 향하는 작은 문 하나를 지난 것 같아 마음이 평온하고 명상을 시락하려는 이에게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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