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3 :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 불타는 사막에 피어난 꽃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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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는(Silk Road)는 독일의 지리학자 페르디난트폰 리히트호펜이 처음 명명한 용어로 중국 서안에서 타클라마칸사막을 건너 시리아에 이르는 총 6,400킬로미터를 뜻한다. 실크로드는 크게 동부, 중부, 서부 구간으로 나뉘는데 이 책에서는 실크로드 중부(돈황에서 타클라마칸사막을 건너 카슈가르까지 약 2,000킬로미터의 구간)에 대한 답사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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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답사기와 달리 작가는 많이 낯선 실크로드 답사에 대해 처음에는 기행문의 형식으로 써볼까라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글쓴이의 감상에 초점을 맞춘 기행문보다 본래 유지해온 답사기의 기조를 지키며 책을 완성했다고 한다. 첫째는 정확하게, 둘째로 재미있게, 셋째로 유익하게 쓰자는 기준 하에 학계의 연구성과를 열심히 공부하고 답사기 체제로 집필하려 노력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이 책은 작가가 쓰려고했던 답사기를 넘어 작은 ‘경전’과 같은 느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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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작가는 모든 면에서 실크로드 답사는 내 답사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인 여행이었다고 말하며 책을 시작한다. 책을 한장 한장 넘기며 그의 시선을 같이 따라가다보면 흙으로 둘러싸인 미지의 실크로드를 유영하는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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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총 9장으로 나누어져있다. 크게 답사지를 중심으로 장을 나누어 글이 이어진다. 누란, 투르판, 쿠차, 타클라마칸사막, 호탄, 카슈가르. 실크로드에 내오는 지명이 우리에겐 아직 낯선 지명이라 책 앞에 나온 실크로드 지도와 부록에 답긴 답사 일정표를 함께 보면 쉽게 답사를 따라다닐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진짜 여행에 앞서 한 손에는 지도를 한 손에는 다음 일정을 보며 걸어가는 투어객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P.56
**실크로드에의 유혹, 투르판
책상머리에서 막연히 실크로드를 생각할 때면 동서교육을 위해 낙타를 몰고 가는 소그드 카라반, 또는 불경을 구하기 위해 황량한 사막을 건너던 현장법사나 혜초 스님 같은 구법승들, 또는 서역을 차지하기 위해 중국인과 유목민이 벌인 무수한 싸움을 떠올리곤 했다. 그러나 막상 투르판에 와보니 그것은 지나가는 자들의 이야기일 뿐 오아시스 도시에 뿌리내리고 오순도순 살아갔던 서역인들의 숨결과 체취가 살갑게 다가왔다.

P.139
**고창고성의 노을
한 여름 투르판은 밤 10시가 되서야 해가 진다. 그때 마침 붉게 물들기 시작한 석양의 저녁노을 속 고창고성을 15분간 셔틀버슬르 타고 달렸다. 그 붉은 노을이 고창고성 폐허를 지평선 멀리까지 점점 짙게 물들이다가 끝내는 검붉은 홍채를 토하고 황혼의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 노을은 평생에 지워지지 않을 영상으로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다.

p.319
**사막의 배, 낙타
난타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도 일주일을 거뜬히 지낼 수 있어 경주를 하면 단거리는 당연히 말이 앞서지만 장거리에서는 결국 낙타가 말을 이긴다고 한다 - 낙타는 어리석고 매우 겁이 많아 놀라기 쉬워 참새 한 마리가 날아오고 토끼 한 마리가 뛰어도 카라반 전체가 큰 혼란에 빠지곤 한다. 늑대의 습격을 받으면 발길질 한번으로 쓰러뜨릴 수 있겠건만 방어할줄을 모르고 겨우 쨰지는 목소리로 짖어대거나 침을 뱉어내는 게 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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