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에 살 수도 없고 - 인간에게 성숙이란 무엇인가
소노 아야코 지음, 김욱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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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대해>

인간에게 성숙이란 무엇일까?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다만 어렴풋이 ‘성숙’은 자연스럽게 채워지는 나이와 달리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건 아닌것 같다. 만 19세를 넘은 성인이 철이 들면 성숙해지는걸까? 성숙은 행복, 성공, 균형 등 수치를 잴 수 없는 단어들과 마찬가지로 개인마다 정의하는 것이 다를 것 같다. 소노 아야코는 이 질문에 대해 크게 ‘타인에 대한 감각, 존재, 고통’ 세가지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소노 아야코는 <약간의 거리를 둔다>라는 작품으로 사람들에게 더 알려져 있다. 1931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80세를 넘은 현재까지 한 평생을 작가로 살고 있다. 작가의 책을 읽었던 사람은 느꼈겠지만 그의 책에는 다소 거친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다. 거친 말로 따끔하게 독자를 혼내기도 하고, 본인을 속물, 이기주의자로 표현하며 마음 속에 있는 솔직한 말을 다 꺼낸다. 때문에 가끔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는 것 같다. 그 만큼 자신이 생각하는 의견에 확신을 갖고 부끄럼없이 글로 적날하게 표현하는 작가다. 오늘의 책은 소노 아야코의 <무인도에 살 수도 없고>이다.


1. 타인에 대한 감각

우선 타인에 대한 감각편에서는 으스대거나 뽐내지 않아도 가치가 드러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맹인 침술가 부부와 촬영을 하는 중간 그들의 신발을 묵묵히 정리하는 미국인 신부, 자기보다 더 늙은 옆집의 할머니를 돌본 노년의 여성 이야기 등 자기를 드러내지 않는 자에겐 힘이 있다고 말한다. 그 힘은 겸손한 사람에게만 나타나고 보이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P.24 자신을 으스대고 앞세우는 사람에게 세상은 더 이상 말 걸어주지 않는다. 겸손한 인간에게 세상은 자기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겸손만으로 귀중한 지식, 즉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 가르침이 우리를 성숙으로 이끌어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지위, 명예, 부가 자본주의를 지배하는 시대. 그러나 그것은 모두 현세에서 잠시 맡게 된 보따리 같은 것이다. 진정으로 마음의 힘을 갖춘 사람은 으스대지 않아도 절로 그 가치가 빛난 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2. 존재의 무게는 똑같다

두 번째 존재의 무게편에서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 하며 항상 맛있는 비지를 만들어주는 시장 할머니와 자신의 독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노 아야코는 한 평생을 작가로 살았고, 세월에 잊혀져가는 작가와 달리 꾸준하게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글을 쓰고 있다. 또 젊은 나이에 신문 연재를 맡는 등 작가로서 평온한 삶을 살아왔다. 분명 눈을 감고도 머리 속 상상력을 소설 한 편으로 멋있게 써내는 실력있는 작가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P.55 작가가 평생토록 지켜야 할 윤리적 관점은 독자가 읽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 즉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게 아니라 독자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에겐 이것이 겸손이다. 라며 내 소설을 처음 읽는 독자도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도록 쓰려고 노력한다며 자신을 다잡는다. 독자의 존재를 차별하지 않고 모두 처음 내 긁을 읽는 독자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서 작가로서의 성숙함이 돋보였던 부분이다.


3. 타인의 고통

작가는 타인의 행복이 궁금하지 않은 사람은 불행하며 타인에 대한 관심이야말로 인간됨의 증명이라 작가는 말한다. 즉 성숙함을 인간됨의 증명이라 말하며 타인의 행복을 궁금해하고, 누군가를 걱정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분명 세상에서 가장 피곤한 것은 인간관계이지만 아이러니하게 가장 행복한 삶을 주는 것도 나와 타인의 인간관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 하버드에서 75년간 수백명의 사람을 장기간 추적한 결과, “행복의 비결”은 부, 명예, 교육, 지위도 아닌 주변 사람들(가족, 친구 등)과의 친밀한 관계라는 것을 밝혀냈다. 이처럼 소노 아야코도 무인도에 살 수 없으니, 타인과 관계를 맺고 감정을 공유할 것을 강조한다. ‘행복, 연민, 동정, 기대, 배려, 협동, 협력, 지지, 존중’ 모두 나와 타인이 있기에 만들어지는 단어일 테니까 말이다.

4. 인간에게 성숙이란 무엇인가

소노 아야코도 알고 있었던것 같다. ‘하면 된다’는 기약없는 도전은 인생의 정답이 아니고, ‘도전’과 ‘시도’ 후 ‘단념’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지난 서평 책 소란한 마음을 다스리는 법에서도 나온 것처럼 꿈이나 목표가 달성되지 않았다고 해서 실패한 인생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삶의 시간은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고 나만의 특별한 목적을 정하고 이루는 삶에 대해 알려준다.


- 상대방과 다르면서 비슷하다 -

이 책에서 말하는 인간의 성숙은 인간됨의 증명을 말하고 있었다. 타인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비춰지는 성숙을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전달한다. **타인에게는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더 나아가 상대방의 행복을 바라고 걱정을 하는 인간됨의 모습. 그리고 **자신에게는 다양한 인생의 길을 열어 좋아하는 일을 경험하는 동시에 최선을 다한 후 언제든지 ‘단념’을 통해 내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 그렇게 하면 먼 훗날 삶의 마지막 시간에 지나온 생애를 돌아보았을 때 그 일이 후회스런 감정으로 남지 않는다 작가는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인간됨의 증명을 성숙이라 보았을 때 나는 타인에게, 그리고 나에게 어떤 태도를 취하면서 살아왔을까.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할지 깊은 고민을 할 수 있었던 좋은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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