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제본된 책을 받아보고 소설책을 언제읽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장편소설인 [좀도둑 가족]을 마지막으로 주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나 전공서적을 주로 봤던것 같다. 그럼에도 이번 서평으로 소설을 선택한 이유는 뉴필로소퍼 3호[*호주생활철학잡지]를 읽으며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싶다면 좋은 소설을 읽는 편이 더 좋다. 또한 자기 자신보다 다른 사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는 글을 읽고 나서였다. 과도한 성찰은 오히려 오류에 빠진다는 텍사스 대학교 철학과 교수 ‘갈렌 스트로슨’의 말에 공감을 해서였을까..자연스레 소설을 선택했고 그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오늘 서평할 책은 백온유의 성장소설 <유원>이다 :^)

<줄거리>

이 책의 주인공은 “유원”이라는 고등학교를 다니는 여학생이다. 말이 많지는 않지만 친구도 있고 입시학원을 다니며 엄마, 아빠와 다른 사람들과 다를 거 없는 일상을 살고 있다. 어렸을 적 사고 하나만 빼면 말이다. 유원은 기억이 희미했던 어린 시절, 집에 갑작스럽게 그리고 너무 어처구니 없게 발생한 화재로 언니를 잃었다. 윗층에 살던 할아버지가 피던 담배가 재수없게 유원이네 집으로 떨어진 것이었다. 집에는 언니와 유원만 있었고 언니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어 어린 유원이를 이불로 감싸 아파트 밖으로 던졌고, 그렇게 유원이는 살 수 있었다.

유원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운좋은 아이’, ‘언니가 살린 동생’, ‘그렇기에 더 잘 살아야하는 생존자’ 등 다양한 이름표를 붙이며 성장해간다. 주변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할 때마다 유원은 가만히 듣고 있지만 자신을 누르는 이름모를 죄책감에언니와 아파트에서 자신을 받아주다 불구가 된 아저씨를 미워한다. (*참고로 아저씨는 이를 핑계로 유원이 집에 찾아와 돈을 빌리기도, 잠을 자고 가기도 한다)

이런 유원의 삶에 나타난 사람이 바로 ‘수현’이다. 마스터키를 들고다니며 옥상문을 따는 수현에게 호기심을 느낀 유원은 수현과 급속도로 친해진다. 집에 초대하기도 하고, 수현의 남동생 정현과도 친해지며 공부를 가르쳐주기도 한다. 수현은 유원은 따뜻하게, 때로는 차갑게 대하기도 하지만 무심한듯 유원이를 챙겨주는 수현에게 유원은 많은 고마움을 느낀다.

:: 그런데 소설은 그리 쉽게 흘러가지 않는다. (🙏🏻스포)

그날도 평범하게 옥상에 올라가 수현과 불꽃놀이를 감상하는 유원. 수현은 진실게임을 하자고 하고 자신이 그 아저씨의 딸임을 이야기 한다. 자신이 증오하는 아저씨의 딸이 수현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 자리를 피해 옥상을 내려온다. 이후 유원은 수현과의 만남을 통해 수현의 가정사와 아저씨와 있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을 속였던 수현을 이해하고 다시 친구가 된다.

<리뷰>
책의 초반에는 언니의 사고, 불구가 된 아저씨, 상실의 슬픔을 감추는 유원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 자칫 우울하고 어두울 수 있다. 그러나 친구 ‘수현’을 만나며 유원이는 점차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가고 결국 높은 하늘을 활공하는 새처럼 자유를 만끽한다. 책에서는 주인공 유원의 성장을 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성장 또한 주변사람들의 관계로 만들어진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원과 수현이 각자의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해 서로를 부축하기도, 때론 기대는 등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나 또한 힘들었던 시기를 돌이켜 보면 항상 주변에 나를 지지해주던, 그리고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며, 이제는 내가 기댈 수 있는 나무가 될 수 있도록 커가야겠다. 역시 노랫말처럼 우린 걸어다니는 나무일 뿐인건 맞는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