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도시 이야기 - 상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시오노 나나미 지음, 정도영 옮김 / 한길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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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살아가면서 수없는 선택들에 직면하게 된다. 만약 우리가 이탈리아로 침입해오는 야만인들에게 쫓기는 상황이라면, 이제 더 이상 발 디딜 한 뼘의 땅조차 남아있지 않다면,과연 어떠하겠는가? 설사 그곳이 상식적으로 보았을 때, 살아가는데 좋은 요건의 토지가 아니더라도 이미 그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베네치아의 지리적 특성은 곧 그들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에 영향을 주었고, 이것은 곧 베네치아 특유의 정치경제체계에까지 그 영향력을 미치게된 결정적인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괴테의 말처럼, 베네치아에 사는 사람들이 그토록 독특한 인격으로 바뀌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바로 베네치아가 다른 어떤 도시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도시라는 것을 볼 때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베네치아의 원수 피에트로 오르세올로 2세의 정책을 살펴보면 베네치아가 모든 국가적 에너지를 ’교역’과 ‘외교’에 집중한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해상의 고속도로의 건설에서부터 비잔틴과 신성로마제국에 종속하지 않고 독립성을 유지한다든가, 비잔틴제국의 방위를 맡아 아드리아의 경찰역을 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베네치아는 중세의 ‘이코노믹 애니멀’답게 오직 장사에 국가의 존위를 결정지운 것이다.

중세를 온통 혼란스럽게 했던 교황과 황제의 싸움에 말려들지 않고, 비잔틴령 전역에서의 완전자유통상권을 얻은 것은 베네치아 상업의 비약적 발전 기틀을 확립한 계기가 되었다. 이것은 유난히 경제적이었던 그들의 승리였던 셈이다.

이러한 역사가 주는 교훈으로 볼 때, 우리 나라가 여지껏 세계 속에서 존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뿐이다(참고로 나는 비관론자도 회의론자도 아니다). 그리고 문득 이 일본 섬나라 저자가 작은 갯벌나라 이야기를 두 권이나 써냈는지 그 저의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경제대국인 일본이 베네치아에게 배울 것이 또 있단 말인가? 베네치아도 그리고 일본도 우리의 정서와는 너무나 상반되어서 약간의 거부감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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