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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반다나 시바 / 솔출판사 / 1998년 7월
평점 :
절판
이미 위기는 진행중이다. 더 이상 환경위험 따위는 새로운 논쟁거리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알 고 있는 듯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지 않고 또 그 앎 자체의 신뢰도와 타당도에 대해서조차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으며, 환경과 관련하여 새로운 주제와 다른 차원의 이데올로기적 담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지금의 상황이 ‘위기’라는 주장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면, 이 시대의 가장 믿음직스럽게 여겨지고 있는 ‘과학’에 관해서 20세기 현대 사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토마스 쿤 ‘패러다임’ ‘정상과학’ ‘과학혁명’ 등의 주요 개념들과 과학발전의 모형을 제시한 학자로 쿤은 과학발전이 누적적이기보다 혁명적이라는데 요지를 두고 있다.
의 주장대로, 이제는 구패러다임을 폐기시켜야 할 때이다. 구패러다임이 ‘남성주의적인 과학’ ‘환원주의’ ‘폭력 지향적인’ ‘획일적이며 기계적인 인식방법’ 등이라면, 신패러다임은 ‘여성적인 원리의 생태주의’ ‘다양성에 기반한’ 그리고 ‘비폭력적인 사회의 지향’등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패러다임의 폐기에 있어서 전제되어야만 될 것은, 지금까지도 잘 먹혀들고 있는 구패러다임의 문제점들과 비포용성들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태학적 입장에서 볼 때, 고수확의 품종 씨앗은 ‘기적의 종자’라고 불리는 것과는 달리 자원 낭비적이다. 물과 비료가 많이 요구된다는 것 이외에도, 씨앗이 해충과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렇게 도대체 생태학적으로 볼 때에 경제적이지도, 생산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더구나 기적적이지도 않은 이러한 방법들은, 경제학적 입장에서는 이것이 이윤창출에 있어서는 ‘경제적’이고, ‘생산적’이고, ‘효율적’이며, 게다가 ‘기적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생태학적 입장에서 자연을 볼 필요가 있다. 자연환경 위기의 시대에서 생태학에서 배우는 것만큼 더 좋은 방법은 아무 것도 없다. 녹색혁명기술 때문에 가장 비옥한 인도의 토양이 죽어가고 있고, 농경지가 사막으로 변하고 있으며, 해충제는 생명의 네트워크를 교란시키고, 토양을 중독 시키고 있다. 그것뿐인가, 인류의 중요한 지적 재산인 여성을 소외시키고 있으며, 가장 경험적 지식이 풍부한 프로페셔널 농부들과 부족민, 또한 미래의 싹인 어린이들까지 죽음의 그림자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환원주의적 과학지식은 생태학적으로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서구의 남성 과학자와 전문가들은 생태학에서 배우는 것이 지식이 퇴화하는 지름길인양 치부하고 있다. 그러나 생태학적 입장에서 다시 배운다면, 그것은 환원주의의 모순성에서 길을 잃었다가 다시 올바른 길로 돌아오는 것이다 본문 중 p79
.그리고 과학적 진리가 입증가능하고 중립적이기 때문에 정당화된 신념이며 따라서 보편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생태학적 입장에서 볼 때, 환원주의적 진리는 허위다. 그것은 다만 허울좋은 명분의 ‘진보’로 잘 포장되어 있을 뿐이다. 사실 제3세계를 포함한 인류 대다수(여성과 농부, 어린아이들)의 희생에 따른 결과물인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