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 - 김승옥 문학선 나남문학선 12
김승옥 지음 / 나남출판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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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같은 소설이다. 알 수 없는 소설이란 얘기다. 도대체 이 이야기에서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바는 무엇인가. 나의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글읽기 습관의 잘못인가? 나는 이 글을 읽으며 무진기행의 생산성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어깨가 축 늘어질 듯한 허무감? 갑자기 무척 궁금해진다. 소설의 생산성이란 무엇인지.

윤희중이 안개의 무진을 여행했듯이, 나는 의미를 알 수 없는 행간 속에서 헤맸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부분은 단 한가지, 어둡던, 모멸감과 오욕에 가득 찼던, 잊고 싶은 어린 시절이다. 아니, 잊고 싶다기보다는 ‘즐겁지만은 않았던’이 더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주인공도 어린 시절을 다만 잊고만 싶었다면, 무진 근처에도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가끔 무진엘 갔다. 이유는? 글세...

그는 무진에 가서 부끄럽지만 그럴듯한 여행담 하나를 추가한다. ‘또 사랑에 빠진 일...’(그것이 정말 사랑이었는지는 정말 모른다) 그는 나중에 이렇게 생각하겠지. “그래, 하인숙. 인숙이. 그 여자를 안았었지” 그리고는 무진의 추억을 가끔 되새길 것이다.

그는 혼자이고 싶어하면서, 또 혼자이길 두려워하는 것 같다. 도달할 길 없는 별과 자신과의 거리를 재며 분해 못견디던, 별이 아름답게 빛나던 밤의 감상과 같이, 그는 자신이 혼자라는 것을 눈물겹도록 확연히 느끼면서도,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나 그는 별을 보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아마도 그는 별 보기를 좋아할 것이다. 또 그러므로 그는 언제나 타인과 자신을 구별할 것이다. 그것은 그의 성격이다. 그렇지만 구별하는 와중에 결코 예의 없지 않게, 지나치지 않게 타인과의 관계를 나눈다. 그것이 그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적당히 어울리면서도 결코 고독의 무의식의 끈을 놓지 않는... 타협하는 인간형. 그러나 언제나 뭔가 모자라고, 불안한...

그러나 독자의 주관을 에우르는 것은 곧 작가의 주관이 아닐까. 결국 주관성은 객관성으로 이어지고... 곧 주관성과 객관성이 만나는 지점에서 나는 소설의 맛을 느끼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 맛이 바로 소설의 생산성은 아닐는지 조심스럽게 결론을 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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