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SF를 좋아해 - 김보영, 김초엽, 듀나, 배명훈, 정소연, 정세랑 | 오늘을 쓰는 한국의 SF 작가 인터뷰집
심완선 지음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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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라면 대체로 장르를 불문하고 좋아하는 편이지만, 요즘 특히 애정하는 장르는 단연 SF다. 그렇기에 이 책에 등장하는 인터뷰이의 작가들을 너무 좋아하기에 기쁜 마음으로, 그들에 대하여 좀 더 많이 알고 싶은 욕심으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저술 활동, 비평, 해설,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하여 SF 세계를 활발하게 이야기하는 평론가 심완선님이 김보영, 김초엽, 듀나, 배명훈, 정소연, 정세랑, 여섯 작가를 만나 나눈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다.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하는 여섯 작가의 개개인의 가치관과 사고방식, 생활을 세밀하게 담은 인터뷰집인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오늘의 한국 SF 세계에 좀 더 깊숙이 발을 들어놓은 듯한 느낌이 들어 좋다.


저자는 책에는 정말 간편한 해답도 확실한 구원도 없지만 읽는 행위는 우리에게 아주 많은 삶과 세계를 불러온다고 말한다. 우리는 읽는 행위를 통해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해, 한번도 가보지 않은 세계에 대해 알게 되고 이를 통해 위안을 얻기도 하고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SF는 무척이나 혼란스럽지만 즐거운 장르라 할 수 있다. SF 장르에서는 삶과 세계의 가능성은 아주 폭넓게 펼쳐진다. SF에서는 종종 비인간은 비인간적으로, 인간은 우주적으로 확장되곤 한다. 게다가 아득하게 멀지만 곧 눈 앞에 도달할 듯한 세계가 묘사되기도 한다. 책이 그러하듯이 SF 세계에서도 뾰족한 해답이나 구원은 없다. SF는 현실의 빈틈과 가능성을 마주하는 공간이기에 더 즐겁고 더 혼란스럽다고 할까. 그렇기에 독자인 나는 더 많은 이야기를 찾아 다음 책을 읽을 것이다.


심보영 작가에게 SF를 쓰면서 과학적 또는 이론적 측면을 어떻게 채우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심보영 작가 자체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심보영 작가는 한 문장을 위해서라 할지라도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중학교 교과서부터 시작하여 고등학교, 대학교 교과서로 확장하여 공부한다고 한다. 그리고 덧붙여서 "공부에는 자존심을 버리고 해야 해요."라는 말을 하였는데, 이렇게 공부 앞에 겸손함과 문장 하나의 소중함을 깨친 작가라면 앞으로를 더 기대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보영 작가의 앞으로의 행보에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김초엽 작가가 <지구 끝의 온실>에 대한 인터뷰 중 식물에 대해 말한 내용들은 꽤 인상적이다. 식물은 인간하고는 너무나 달리 개체성이 불문명하며 죽음에 대한 개념 자체도 다르다는 말이 신박하다. 그동안 우리는 많은 것들을 인간의 입장에서만 바라봤구나 싶기도 하고 말이다.

'나의 취향을 조금 내려 놓으면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된다는 김초엽 작가의 말. 너무 멋지고 너무 공감되는 말이라서 밑줄을 쫘악 긋고 기억하고 싶다. 어쩌면 취향이라 불리는 마음의 장벽 때문에 새로운 세걔를 새로운 작품들을 그동안 못 본 거라는 생각을 하니 조금은 물렁한 장벽을 가지는 일도 괜찮을 듯 싶다. 가보지 못한 길, 알지 못한 세계를 알아가는 재미도 꽤 좋고 즐거우니까 말이다.


SF세계에서는 여느 소설보다 훨씬 쉽게 현실에서 일어나는 혐오나 차별이 자라지고, 장애 요인나 비정상이라고 여기는 요인들이 강점이 되곤 한다. '표준'이 바뀐 세상을 상상하며 작가들은 오늘의 빈틈과 문제를 마주하며 내일의 가능성을 이야기 하곤 한다. 그렇다고 SF세계를 통해 작가들이 이야기하는 세상이 유토피아나 이상세계는 아니다. 하지만 현실과는 달리 무언가 뒤바뀐 SF 세계를 통해 적어도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문제점과 고민에 좀 더 쉽게 다가서게 된다. 그리고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가면서 적어도 지금보다는 달라진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SF 세계가 여느 소설의 세계보다 더 매력적인 곳으로 다가오는 게 아닐까.


이 책에 나오는 여섯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글을 쓴다. 작업 시간, 작업 공간과 이야기를 짜는 방식까지 모두 너무 다른다. 하지만 글을 쓰는 즐거움만큼은 모두가 누리고 있는 듯하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SF 장르는 공고히 자리를 잡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SF의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 여섯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와 생각, 고민,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가진 열정과 유대감들을 통틀어 볼때 앞으로 한국 SF는 좀 더 굳건히 그 자리를 매겨가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가져 본다. 그렇다. 우리는 SF를 좋아한다. 그리고 이렇게 SF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열정적으로 쓰고 있기에 앞으로 아주 많은 사람들이 SF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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