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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한 포기 다치지 않기를
클로드 안쉰 토마스 지음, 황학구 옮김 / 정신세계사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전쟁의 참혹함이 어떠했는지..미국인 승려를 통해 들어보는 이야기가 진중하다.
저자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권유로 군대에 갔다가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죽을 고생을 한다.
정작 살아돌아왔지만, 그의 정서는 황폐해질대로 황폐해진 것이다.
그런 그가,,틱낫한 스님을 만나고 불교에 입문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는 자전적 수필이다.
전장의 참혹함과, 그 이후의 비참함이 잘 묘사되어 있어, 세계최강 강대국인 미국 이면의 황폐함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강국이고, 누구를 위한 전쟁이란 말인가.
저자는, 전쟁살인기계에서, 수행자로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고,,출가하여 승려가 된다(틱낫한 스님 문하는 아님).
월남전의 폭력은 현대의 어느곳,,가정,,일터,,그리고 자기의 내면에서 이미 끊없이 일어나는 폭력임을 독자에게 호소하고 있다.
저자가 미국을 도보행단한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었는데...
하루에 40-60킬로를 걷는 고행수련이며, 세상과 만나는 좋은 수행이었던 거 같다. 책에 삽입된 사진을 보니, 저자는 그때 몸은 힘들어도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포레스트 검프에 나오는 주인공의 무작정 마라톤의 장면이 생각났다.
이 책의 저자의 심정도 비슷했으리라..자신의 가치를 찾기 위해... 그리고 스스로의 참 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사람들과 열린 만남을 하기 위해..
이들은 돈한푼 없이 걸식 원칙 하에 미국 전역을 도보행단하였다 한다. 주로 교회들을 방문하면서 협조를 부탁한 것 같은데...마굿간에서 잘 때도 많았다 한다. 그런데 그때가 최고의 경험, 잠자리였다고..
어느 집에 방문해서 헛간에라도 재워달라니,, 그 집주인이 절대 안된다고 했단다. 그리고선,,"헛간 말고 집에서 주무셔야지요" 하면서 낯선 나그네 7인을 자기 집에서 재워주었다는 이야기가 감명깊었다. (아, 이게 인간의 정이구나...사람의 정은 미국-전쟁광들이 나라? 호전적인 패권국가?-도 마찬가지구나...
어느 목사는 이들이 불교신도라서 자기 교회에 머무는 것을 반대했다 한다. 그래서 길을 떠났는데,,, 한참후에 그 목사가 차에 먹을 것을 싣고 왔다고 한다. 종교가 달라 교회에 머물게 할 수는 없지만 식사는 대접했다는 것인데.. 그 순박하면서도 고지식한 인간미에...나는..미소를 지었다.(국가가 무엇이길래...인간대 인간은 다 이렇게 서로 통하고 정이 있는 존재이거늘...)
개인적으로 흥미로왔던 부분은,,, 저자가 자기가 예전에 버린 아들과 재회하면서 둘이 같이 심리치료를 받았다는 점이다. 어느 심리치료를 받았는지는 나와있지 않은데, 아마 가족치료 내지는 게슈탈트 심리치료가 아닐까 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정심수행의 들어주기 집단 수행 기법이 게슈탈트 집단치료의 세션과 비슷한 대목이 있어서이다.
그냥 회원끼리 둘러앉아 자기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남들은 비판하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호흡을 챙기면 들어주는 그런 연습... 이것은 그 자체만으로 치료의 효과가 있다 한다.
왜냐하면, 어떤 트라우마(심리적 상처)는, 자신이 그것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때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라 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정심의 순간 이란 대목은 틱낫한 스님, 또는 비파사나 명상법에 대한 소개를 통해 국내에 익히 알려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순한 명상 아닌 명상으로 저자는 월남전의 트라우마를 해소하고 새 삶을 살 수 있는 힘을 얻었다는 것이 음미할만한다. (개인적으로, 아마 분명하지는 않지만, 저자는 프랑스의 플럼빌리지에 가서 베트남인을 만나서 서로 이해와 용서를 하고, 아마도 미국 전역을 도보여행하면서 자신의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만은...)
책의 내용과 체제가, 전문작가가 아닌, 저자의 자유로운 수필이다보니, 다소 두서가 없이 느껴졌다. 시간적 배열이 연대순이 아니고 약간씩 왔다갔다...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부록의 명상법 소개는 간단하면서도 일상에서 해볼만한 내용이라 생각된다. 특히 걷기 명상은 누구든지 매일 할 수 있는 것이기에..
늘 정진하는 벗들의 행운을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