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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치타 바나나 ㅣ 초록달팽이 동시집 51
유화란 지음, 송민영 그림 / 초록달팽이 / 2026년 9월
평점 :
『나는 치타 바나나』, 책 제목부터 '치타 바나나? 뭘까?' 궁금증에 자꾸 눈이 갔습니다. 첫 장을 열자마자 만난 〈아파트에 사는 공룡〉의 삽화 속 공룡 아이가 어찌나 귀엽던지 눈앞에서 뛰노는 듯했습니다. 동시를 마주하며 문득 아이들 어릴 적 입혔던 공룡 잠옷이 떠오르고, 층간소음으로 마음 졸였던 기억까지 슬며시 올라왔어요. 층간소음이라는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이렇게 귀엽게 풀어내다니 신기했습니다.
〈싸리비〉는 읽는 내내 마음이 정겨웠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싸리비가 뭔지 모를 거예요. 사물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는 시인의 손길에서 따뜻함이 전해집니다.
〈노랑별 외계인〉과 〈어린이 선언문〉을 읽으며 아이 특유의 엉뚱함과 마지막 반전이 참 사랑스러워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습니다. 〈이사 가는 날〉은 익스프레스 사다리차를 브라키오사우루스의 목에 빗댄 발상이 삽화와 찰떡처럼 잘 어울려서, 자꾸만 그림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궁금했던 〈치타 바나나〉는, 바나나 하나가 순식간에 치타로 변신하는 장면에서 시인의 상상력에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초록 왕관의 변신〉도 웃음을 한 아름 안겨주는 깜찍한 동시였어요.
반면 〈해변 시장〉 앞에서는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습니다. 이명애 작가의 『플라스틱 섬』이 겹쳐 보이며, 바다 쓰레기 속에서 위태롭게 살아가는 괭이갈매기가 눈에 밟혔거든요. 자연과 생명들과 더불어 살아가려면 저부터 환경을 아끼고 사랑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이불 파도〉는 덮어줘도 걷어차 버리는 우리 아이들 모습이 겹쳐서 피식 웃음이 났고, <그림자 친구〉와 〈박하사탕〉은 웃다가 끝내 마음이 찡해지는 동시였습니다. 박하사탕을 유독 좋아하셨던 저희 할머니가 생각났거든요. 학교 갔다 돌아오면 말없이 손에 꼭 쥐어주시던 그 박하사탕이 떠올랐습니다.
〈거인의 고백〉은 어릴 적 읽었던 『거인의 정원』이 겹쳐지며, 한 편의 동화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이런 시인의 섬세한 관찰력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궁금해졌습니다. 〈아파트가 살아있다〉는 요즘엔 보기 힘든 풍경이지만,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좋아할 것 같습니다.
유화란 시인의 동시에는 아이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읽는 내내 마음이 흐뭇해지는 건 왜일까요. 시인의 말 중 "동시는 눈물이 고이는 날엔 눈물을 닦아주고, 머리 아픈 날엔 이마를 짚어주고, 마음이 후텁지근한 날엔 시원한 바람이 되어주는 친구"라는 구절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앞으로도 다정한 친구 같은, 생동감 있는 시인의 작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