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베어먹은 늑대 초록달팽이 동시집 25
이상인 지음, 김지원 그림 / 초록달팽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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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베어먹은 늑대>는 책표지의 늑대처럼 익살스러우면서 어린 아이의 마음을 대변한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중 특히 <바다 세탁기>에서는 세탁기의 물살을 파도치는 물결로 그려낸 비유가 인상적이다. 파도의 물결을 닮은 세탁기라니 작가의 눈이 얼마나 섬세하고 예리한지 느껴진다.

<도라지꽃>을 읽으니 문득 돌아가신 할머니 얼굴이 생각난다.
한 송이 도라지꽃이 피어날 때마다, 할머니의 미소도 그 안에서 다시 피어나는 듯하다. <달을 베어먹은 늑대>는 동화처럼 들리는 시다. 읽다 보면 이덕화 작가의 <100개의 달과 아기 공룡>이 자연스레 생각난다. 달을 내뱉으며 울부짖는 늑대를 떠올리면 절로 웃음이 나는데 삽화 또한 시의 감성과 잘 어울린다.

2부 <셀카> 속 아이의 마음에는 금세 토라졌다가도 금세 웃어버리는 어린 마음의 순수가 깃들어 있다. <다 까 먹었다>의 표정은 장난스럽고 사랑스러워 저절로 웃음을 부른다. <가족사진>의 ‘가족은 함께 맞추어 가는 퍼즐 상자’라는 표현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이 부의 시들은 아이들의 하루를 감싸는 작은 사물들 필통, 책가방, 연필깎이, 핸드폰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사물 하나하나가 말을 걸어오는 듯, 시인의 세밀한 관찰력과 따뜻한 상상력이 돋보이며, 읽는 내내 아이들을 향한 응원의 마음이 전해진다.

3부 <운동장의 품>을 읽으며 아이들에게 마음껏 뛰어놀아도 된다고, 모두를 품어주는 넓은 운동장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장맛비>에서는 비를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즐기는 모습이 <여름이 온다>의 그림책 한 장면이 떠오른다.

4부 마지막 장은 제주도를 배경으로 제주도의 바람에 포근히 물든다. <제주도 귤밭>에는 둥글둥글 넉넉한 인심이 흐르고, <돌하르방>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제주도 돌담>처럼 이웃과 마주 앉아 오순도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항구의 나무들> 속에서는 아빠의 고깃배를 기다리는 아이의 눈빛이 선하게 그려지고, <두리둥실>에서는 바다를 품에 안고 살아가는 어부의 고단한 하루를 어루만지는 시인의 마음이 느껴진다.

이 동시집은 때로 엉뚱하고, 때로 포근하며, 제주 바람처럼 자유롭다. 달을 베어먹은 늑대처럼 순수한 어린이의 마음을 담았다. 읽는 이로 하여금 제주도의 돌담길을 따라 걸으며 제주도의 아름다운 바다를 느끼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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