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덮고 자는 냥이 초록달팽이 동시집 26
이오자 지음, 김순영 그림 / 초록달팽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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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자 시인의 말에는 따스한 온기가 묻어 있다. 작가님에게 동시란 “가슴 설레게 하는 친구, 그늘진 마음을 밝혀줄 햇살 한 줄, 얼룩진 마음을 씻어낼 샘물, 그리고 시간 속에 빠져드는 꿈속 같은 존재”라고 하신다. 이 말이 시인의 마음을 가장 잘 드러나 있다.

이 동시집은 총 5부로 나뉘는데 1부 아슬아슬 조마조마 에서는 <걱정> 제목처럼 물범을 걱정하는 아이의 마음이 참 다정하게 다가온다.
2부 콕콕콕 촉촉촉은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촉촉해진다
.
3부 초롭초롭 나란나란 에서는 금낭화를 요정으로 그려낸 시인의 상상력이 눈부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로 요정이 팔랑이며 지나가는 듯하다.
<보리수 열매> 를 읽다 보니 어린 시절 집안 울타리에는 각종 과실나무로 가득했고, 여름이면 보리수나무 그늘 아래서 ‘보리똥~파리똥’의 장난스럽게 외치던 천진난만한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시인은 그 보리수 열매를 귀걸이에 비유했는데 시인의 눈빛은 여전히 아이처럼 순수하고 해맑다. 이오자 시인의 시에는 의성어와 의태어가 살아 숨 쉰다. ‘초롭초롭’ 이라는 소리를 마음속으로 읊으면 절로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4부 척하면 척척 척하면 착착 에서는 이별의 여운이 남는다.
<떠난 자리> 에서 그림작가는 ‘누군가 떠난 자리’를 텅 빈 구멍처럼 표현하며 시의 여백을 빛나게 한다. 그 허전함 속에는 따뜻한 마음이 숨어 있다.
<소문>과 <달구경 >은 귀엽고 정겹다. 그림자들이 수어로 소문을 내는 장면을 상상하니, 실습기간동안 수어로 이야기를 나누던 어르신들과 젊은 청년들의 모습이 떠오르며, 붕어빵을 건네주시던 OO할아버지의 미소도 함께 그려진다.

마지막 5부 복작복작 두런두런 에서는 생명의 숨결이 느껴진다. <밤> 에서는 까만 고양이가 밤을 덮고 잠드는 포근한 풍경이, <갯바위> 에서는 바위가 마치 심장을 가진 듯 생명을 불어넣었다. <풍력기> 를 발레리나로 비유한 시인의 감성은 섬세하면서도 경쾌하다.

이오자 시인의 동시는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아마도 시인님의 마음이 그러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를 읽는 동안 내 마음 또한 그 온기로 물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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