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있는 고양이를 보니 아주 평온해보입니다. 아이들의 말이 시여서 말을 모아 동시 그릇에 담았다는 시인의 말의 첫 머리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 역시 아이들의 말이 얼마나 놀라운지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동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혼자가 아니야’라는 제목이 왠지 끌렸습니다. <택배 반품하는 날>은 절로 웃음 짓게 하는 동시였어요. 저도 택배 기사님께 그렇게 해보아야겠습니다^^<아래층> 동시를 읽으며 아이들이 어릴 때 층간소음으로 초인종만 눌러도 가슴 철렁했던 때가 생각나면서 이 시에 등장하는 아래층 아주머니가 현실에도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과거엔 힘들었지만 지금은 좋은 이웃을 만나서 층간 소음으로 상처받았던 기억들이 사르르 녹아내렸답니다. 지금은 추억속 까마득한 옛이야기가 되었네요. <등나무와 고양이> 의 그림과 시가 참 잘 어울립니다.등나무 아래 잠든 고양이를 보니 문득 어릴 적 집앞에 심어 놓은 등나무 아래에 앉아 그네를 타던 때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나팔꽃>을 눈으로 읽어내려가는데 미소가 절로 지어집니다. 나팔꽃으로 인해 전봇대가 살아난다고 표현한 시인님의 감성을 닮고 싶습니다. 2부에 실린 동시 중에서는 <고양이와 나>를 보면 시인님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악어가 나타났다>를 보니 학원가기 싫어하는 아이의 마음이 보입니다. 우리 민이가 학원 안 가겠다고 떼 부리던 때가 생각나네요^^3부에서는 <도서관 쇼핑>이라는 동시 재미있었어요^^ <빗방울>을 보니 아드리앵 파를랑주의 <떨어지는 빗방울의 끔찍한 결말>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4부에 <악어섬> 동시를 감상하다보니 시인이 의인화한 악어를 보러 충주호에 가보고 싶어졌어요^^ 멍 때리고 싶다는 <개구리>의 마음도 <급하다 급해>의 벚꽃도 공감이 갑니다^^ <착한 가로수>의 현수막을 보니 시인의 마음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5부에 <냄비 받침>을 보며 어쩜 그런 표현을 하셨는지 저도 모르게 따라 읽으며 웃음이 납니다. 그림작가님께서 냄비받침의 표정을 실감나게 잘 그리셨어요^^ <눈길>을 보며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는 시인의 따뚯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게 하는 동시집이었어요. 아이들과 같이 읽으며 추억을 곱씹으며 이야기 나누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