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가구를 팝니다 인생그림책 33
이수연 지음 / 길벗어린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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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 작가님의 신간이라 출간되기 전부터 관심이 쏠렸다.
오랜만에 서평 이벤트에 도전해봤는데 운좋게 서평단에 당첨되는 행운이 나에게 찾아왔다. 처음에 작가님의 그림책 <달에서 아침을 > 책표지가 너무 아름다워서 읽게 되었는데 아름다운 색채와 글을 통해 세상에 어두운 문제들을 끄집어내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담아 표현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어서 그 후 작가님의 작품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작가님의 작품을 살펴보던 중 읽은 <어떤 가구가 필요하세요?> 역시 강한 메시지를 남겼고, 후속작 이 작품을 펼쳐 면지 부분을 읽으며 주인공의 심정이 나에게도 전이된 것처럼 마치 넥타이가 내 목을 조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갑갑해서 숨이 막혀오는 듯했다. 우리 시대 현대인의 모습을 생동감 있는 긴장감과 압박감을 그대로 투영한 모습 속에 작가님의 경험과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니 더욱 놀라웠다.

“회사에서의 존재가치는 그래프 위의 숫자로 결정된다.”
이 문장을 보는 순간 월요일이 회사원들에게 제일 두려운 요일이라는 게 실감나기도 하고 월요일이면 회사 가기 싫다는 남편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다.

곰 사원이 소설가 펭귄을 찾아갔을 때 아이와 함께 할 소중한 시간은 절대 길지 않다는 것과 “한 개를 손에 쥐면, 한 개를 손에서 내려놓아야 한다.” 라는 말에 공감되었고 그 말의 의미를 이제는 이해가 된다.

우수사원을 꿈꾸던 곰 사원은 드디어 목표를 이루고 꿈을 이루었으나 여전히 불안하고 초조하기만 하고 점점 닮고 싶지 않았던 오렌지 여우 사원을 닮아가기 시작한다. 꿈에서도 영업 실적과 스트레스에 허덕이며 단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민은 계속되는데... 곰 사원의 독백 중에서 “진실한 것을 꺼내 놓을수록 더 진실한 관계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 문장은 실감하고 있는 부분이라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왜 넥타이를 맨 곰 사원이 남자일 거라고 단정했는지 모르지만 곰 사원이 여자라고 밝히는 부분에서는 빵 터지기도 했고, 두더지 고객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부분에서는 그 마음에 감정이입되어 나도 모르게 울컥해졌다. 새 고객과 곰 사원이 주고받는 이야기 또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전체적으로 곰 사원의 내면, 정체성, 이중성, 무의식의 세계를 보여주며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철학 그림책이었다.

“모두가 다 꿈을 가지고 그 꿈대로 사는 건 아니야.
누군가는 이렇게 나처럼 살아가.

주어진 삶을 충실하게 지켜 나가는 것도
꿈을 꾸는 것만큼,
아름답다는 걸 이제는 알 것 같아.“

특히, 이 문장을 읽으며 위로가 되었다.

우리는 늘 바쁘게 무언가를 쫓아간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나를 바로 알고 내 안을 들여다보고 살펴보는 것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한다. 곰 사원은 어쩌면 우리의 모습, 내 아이의 미래의 모습을 대변하는 대표성을 띠는 인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애잔하고, 뭉클하면서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그림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문득 얼마 전에 읽었던 오은 시인의 해피엔드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우리에겐 해피엔드(happy and)가 아닌
해피앤드(happy and) 가 필요하네.”

불안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과 취준생, 사회초년생, 청소년 등 얼어붙은 심장을 촉촉히 어루만져 줄 힐링 그림책으로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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