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가지 다양한 나무를 주제로 그려진 그림들인 만큼 그 분위기와 느낌도 다양하게 전달되었다. 선명하고 명료한 느낌을 좋아하다 보니 그림 역시나 선명하게 그려진 것들에 더 나의 시선이 오래도록 머무르기도 했다.
'명화 속 101가지 나무 이야기'가 주제인 이 책은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 고요함, 스산함, 계절감, 푸르름 등을 나무를 통해 느끼게 해 주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키스로 유명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배나무'그림을 처음으로 만난다. 배나무가 이렇게 크고 잎이 풍성했던가? 양쪽 끝에 보이는 하늘을 제외하곤 온통 파릇한 땅과 푸르른 잎사귀와 주렁주렁 매달린 배들이 풍년을 떠올리게 했다. 자연이란 참으로 풍성하구나.
고흐의 사이프러스 나무는 익숙하다. 처음 그 그림을 봤을 땐 일반적이지 않은 모습이 조금은 괴이하게 느껴졌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동화책 속 삽화 같은 느낌의 맥스필드 패리시의 언덕배기는 자유분방함과 평온함이 느껴지는 그림이다. 곧게 뻗은 단단한 나무줄기가 사진처럼 정교하다. 그 뒤쪽 그림은 언뜻 보면 진짜 사진처럼 보인다.
케빈 윌리엄슨의 뒤틀린 나무 그림도 참 멋지다. 인간의 노년 같은 느낌으로 세월의 풍파와 고통 속에서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나를 맞이한 것만 같다. 산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기에 친숙하다.
여백 속 나무 기둥이나 앙상한 나뭇가지 그림은 나를 고요의 세계로 이끈다. 적막, 정적의 느낌이 나를 마음 비움을 가능케 하는 마법과도 같은 순간을 선물한다. 너무 멋지다!
21인의 화가들이 선사하는 101점의 나무 그림을 감상하는 시간은 행복 그 자체였다. 내가 정화되는 느낌이랄까, 내면 또한 풍족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결코 만나지 못했을 명화들이었고, 나무가 주제인 그림들이 이토록 위안이 되어준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너무 멋지고 값진 책이다.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