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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개정증보판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16년 3월
평점 :
이 책의 저자 장 지글러는 스위스 출신의 교수이며 연방의회의원을 지닌 사회학자다. 그는 세계의 기아와 빈곤 퇴치를 위해 힘쓰는 실천하는 지식인이다. 2000년에 출간된 이 책은 벌써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책에 소개된 수치는 변경되었을지 몰라도 문제의 현상과 원인은 변치 않았다. 아직 세계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구조적인 문제로 매일 같이 굶어죽어간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는 그 짧은 5초에 한명씩 사람들이 죽어간다. 정말로 끔찍하다.
이 책은 아빠가 아들에게 설명하는 문답형 구조로 구성된다. 대화 내용은 어렵지 않다. 간결하게 문제를 언급하고, 독자로부터 가슴아픈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선진국에서는 남는 음식물이 쌓여가고, 소가 배불리 먹고(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옥수수의 ¼ 는 선진국 소가 소비한다.) , 남는 음식물은 가격 조정을 위해 폐기하는데, 후진국은 정 반대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 사람들은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쓰레기 더미에서 음식을 찾고, 매일같이 일해도 생활은 나이지 않고, 한정된 구호물자로 인해 일부는 목숨이 있음에도 죽음 판정을 받는다. 수많은 사람들의 무덤들, 그중에서도 이름없는 아이들의 작은 무덤은 상황의 끔찍함을 보여준다.
세계 기아, 빈곤의 원인
1. 국제단체의 지원 열악
유엔 식량기구는 (FAO :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함에 무력하다. 세계의 모든 빈곤을 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더 급한 곳을 지원하다보면, 다른 곳에서는 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데도 지원을 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또한, 지원의 방법도 전문적이지 않은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소화기관이 너무 약해져 있는 경우에는 정맥에 영양주사를 놓아야 한다. 분유를 물에 타먹이면, 이 우유에는 설탕, 비타민, 미네랄이 들어있다. 그런데 쇠약해진 몸에는 설탕이 오히려 부담을 주는 경우가 있다. 또 우유는 물에 들어 있는 박테리아를 더 번식시킬 수도 있다. 이렇듯 잘못된 진단과 약해진 몸에 맞지 않는 무분별한 영양 공급은 아주 위험하다.
2. 국가의 부패
내부 군벌들이 자신의 사리사욕만 높이려는 시도는 지원을 무색하게 만든다. 소말리야를 비롯한 아프리카, 북한 등에서는 군부 세력들이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데만 관심이 있고, 국민들의 굶주림은 신경쓰지 않는다. 식량과 경제적 지원은 핵무기 등의 군사 자원에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선진국의 지원이 군벌 세력의 권력 강화에 도움을 주는 결과를 초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르완다의 경우 1994년 내전이 발생했는데, 프랑스는 투치족을 대량 학살을 했던 후투족이 위험에 빠지자 안전지대를 설정하고 그들을 보호했다. 프랑스의 보호와 국제단체의 지원은 후투족에게 재기 발판이 되었다. 결국 그들은 다시 투치족을 공격했다. 지원이 복수의 발판이 되었다.
3. 신 자유주의 제도의 폐해
기업과 국가는 신자유주의 사고로 무장되어있다. 1990년대 사회주의 체제인 소련이 무너지면서 자본주의 시스템은 전 국가에 확산됐다. 경쟁과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데만 관심이 있는 국가와 국제 기업들의 행동은 기아 문제를 악화시켰다. 시카고 곡물거래소는 현재 보유된 곡물의 가격이 결정되는데, 선물 등을 통해서 가격이 결정된다. 그들은 곡물을 통해 세계의 평화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들의 수익만을 생각한다. 이로 인해 가격이 너무 높아서 식량단체에서도 적절한 양의 지원을 해줄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끔찍하게도 유럽의 많은 사람들은 ‘적자생존론’을 믿기도 했다. 지구의 인구가 너무 많기에 자연적으로 인구를 조절해야하고, 가난은 자연의 법칙이라는 것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믿음으로 자신의 도의적 책임을 외면했다.
4. 국가 이기주의
유럽에서는 자국 제품의 가격 폭락을 위해서 일부러 제품을 소멸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는 광우병의 우려로 소의 수요가 줄어들자 의도적으로 공급 억제를 위해 대량 도축을 실시하기도 한다. 잉여 식량을 후진국으로 보내는 것보다 자국의 경제를 지키는 것에 관심이 있다. 식량 구호는 국제 단체의 역할이기 때문에 그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5. 식민주의 정책의 폐해
강대국은 아프리카 농민들에게 유럽의 기업이 필요하는, 즉 유럽에서 소비될 수 있는 곡물을 키우도록 했다. 이 결과 가나에서는 카카오를, 탄자니아에서는 사이질삼(잎에서 섬유를 뽑아 로프 등의 직물을 짜는데 사용), 르완다에서는 차(茶) 농사를, 브라질은 사탕수수 농사를 했다. 이 책에 소개된 세네갈은 프랑스 식민지였는데 오직 땅콩 농사에 집중했다. 식민지에서 해방됐음에도 세네갈은 비옥한 땅과 부지런한 국민들이 있음에도 오직 땅콩 농사를 했다. 주식인 쌀은 다른 나라에서 비싸게 수입해오고, 땅콩은 헐값에 넘기는 기형적인 무역을 계속했다. 이해할 수 없는 구조의 원인은 식민지 엘리트층의 이해관계이다. 그들은 수입을 통해 자신들의 부를 축적했고, 이런 불균형은 그들의 수입 수단이었다. 당연히 구조적인 원인을 개선하는데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아무리 많은 국민들이 굶주려가는데도 말이다. 식량의 해외의존도는 높아지고, 수익성은 낮아지는 현상이 그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인상적인 인물들
‘아옌데’ 칠레의 소아과 의사 출신 아옌대는 민주적인 절차로 칠레의 대통령이 되었다. 그의 가장 큰 공약은 계속되는 칠레의 유아 영양실조를 극복하기 위해 15세 이하 모든 어린이에게 매일 0.5L 의 분유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스위스의 다국적 기업 네슬레는 이 공약에 위협을 느꼈다. 이 정책이 성공하면 칠레 및 전 중남미 국가에서 자신들의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했다. 네슬레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칠레 정부의 제안을 거절한다. 당시 대부분의 농장은 네슬레가 소유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칠레 정부에서 돈으로 분유를 구입한다고 해도 협조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 또한 칠레의 아옌데 정부를 경계했다. 칠레의 성공은 자칫하면 중남미 전 지역의 사회주의 확산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계로 아옌데 정권의 공약은 이행되지 않았고 경제는 날이 갈수록 나빠졌다. 자연스럽게 아옌데 정권 지지는 약해졌다. 결국 다국적 기업과 미국 CIA의 지원을 받은 혁명군은 아옌데 정권에 쿠테타를 일으킨다. 그 뒤로 칠레의 기아는 계속됐다.
‘토마스 상카라’ 그는 사하라 남단에 위치한 작은 국가 부르키나파소에서 쿠테타를 일으킨 젊은 장교였다. 그와 동료들은 자신의 국가의 자급자족 경제 부흥을 위해 인두세 폐지, 토지 국유화, 철도 건설 등 개혁적인 사업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국가의 부는 축적되고 삶이 개선된다. 하지만 프랑스는 이를 원치 않았다. 그들은 다른 세력들에게 군수 물자를 지원하고, 결국 토마스 상카라는 자신의 동료로부터 살해당한다. 그들로 정권이 바뀌자 부르키나파소의 굶주림은 다시 시작됐다. 국가를 발전시킨 원동력은 사라진지 오래다.
기아 해결을 위해서
결국 기아 극복은 근본적인 원인 해결 없이는 불가능하다. 식량구호단체의 지원은 당장의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화재를 방지하는 것은 할 수 없다. 전체적 사고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인류가 더이상 굶어죽는 사람이 없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시장 만능주의적인, 신자유주의, 이기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공통체 의식을 함양해야 한다. 범 세계적인 움직임이 없으면 결코 개선될 수 없다.
이 책은 세계의 현상과 그 잔혹함을 설명한다. 모두가 심각성을 알고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미약하다. 독재적으로 해결할 수도 없고,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책을 읽었음에도 생각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가슴이 아프다.
사족 (빨간책방을 듣고)
대위출신의 토마스 상카라가 자신의 국가를 구원하기 위해 쿠테타를 시도했다. 그런데, 그가 시도한 방식이 국가를 위했던것이라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모든 쿠테타의 최초 시작은 자국 국민들을 위함이라고 주장하지 않는가. 그의 쿠테타를 빈곤을 끊겠다는 소망이 있었다는 이유로 인정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박정희의 쿠테타도 국가를 위한 숭고한 행동이었는가? 나 또한 이점을 인정하지 않는다. 빈곤 개선은 개선이고, 쿠테타는 쿠테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