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깎기의 정석 - 장인의 혼이 담긴 연필 깎기의 이론과 실제
데이비드 리스 지음, 정은주 옮김 / 프로파간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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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일상에서 연필을 많이 사용하는가? 요즘 시대에 연필은 샤프와 펜, 그리고 전자기기의 발달인해 예전처럼 주목을 받지 않는 물건이다. 따라서 연필 깎는 것은 연필깎기로 하는 것이지, 그 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바로 여기 연필깎기의 장인 데이비드 리스는 연필을 깎는 정석을 진지하게 소개 한다. 블랙코미디도 아니고, 비유를 통해 다른 것을 이야기 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단지 ‘연필을 깎는 법’ 을 독자들에게 경건하게 설명한다. 


먼저 연필깎기를 위한 도구를 준비하자. 연필은 필수적일 것이고, 칼, 깎기 도구, 등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장인은 일반인이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많은 도구들을 필요로 한다.  연필밥수거를 위한 족집게, 몸을 보호하기 위한 앞치마와 방진마스크, 어둠에서도 작업하는 LED, 연필심을 보호하기 위한 뚜껑, 현미경, 연필심을 더욱 날카롭게 해 위한 사포, 작업여부를 살피는 돋보기 등 다양한 도구들을 가지고 너무도 진지하게 작업에 임한다. 

 자 이제 작업을 시작한다. 심리적 부담을 덜기 위한 마음가짐은 기본이며, 작업의 피로와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스트레칭 또한 필수다. 심호흡을 하고 경건하게 연필을 잡으며 작업에 임한다. 주머니 칼로깎기, 외날, 사포로 다듬기, 연필깎기 이용하기 등의 다양한 방법들을 웃음기 하나 없이 진행한다. 더 나아가 자동 연필깎기를 부수는 방법 (그는 자동 연필깎기를 악(惡) 이라고 여긴다.), 창의적인 방법으로 연필깎는 법들을 소개한다. 그의 설명과 웃음기 없이 진지한 표정들의 사진을 볼때마다 만화책에서나 볼 수 있는 “ㅋㅋㅋ” 라는 웃음이 나온다. 그는 진지함 속에서 웃음을 보낸다. 단순히 저자를 괴짜라고 치부하기에는 책이 재미있고, 무엇인가 그 메시지가 있을 것 같다. 



짜이 밀레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진정한 장인이다. 비록 대다수 사람들이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을지라도, 소중한 가치와 생각을 간직하는 사람을 어찌 비웃을 수 있으랴. 우리는 자신의 분야에 혼을 담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저자는 연필당 12달러에 연필을 깎아주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고, 일부 고객은 벨터 발야민을 언급하며 그의 연필에는 원본의 아우라가 있다고 극찬했다.) 


연필을 깎아보고자 한다. 업무상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지만, 메모, 생각 정리, 아이디어 도출의 경우에는 직접 쓰는 것을 선호한다. 다양한 펜이 내 자리에 있지만 형용색색의 펜들에는 사무적인 느낌만이 존재한다. 그래서 이제는 매일 아침 정성껏 깎은 연필, 그리고 흑연 냄새로 하루를 시작함을 계획한다. 매일 아침 내 정신을 다듬을 수 있는 조용한 시간을 가지며, 나를 기분좋게 하는 시간으로 만들자. 아침의 날카로운 연필로 아이디어를 내고, 동그랗게 변한 연필을 볼때 휴식을 취해야겠다. 그리고 다시 연필과 생각을 날카롭게 다듬어보자. 시간에게 더 많은 여유를 주자. 우선 연필깎기부터 사야겠다. 생각만해도 기분 좋다. 


나만의 메뉴얼 만들기. 연필깎기를 업으로 삼는 저자는 자신의 노하우를 책으로 만들었다. 비록 모두가 이 책에 관심을 기울이진 않을지라도 그는 자신의 행동에 진지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중시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가 될 정도로 노력하고 그것을 책으로 만드는 것은 정말 가치있는 일이다. 나도 도전해봐야겠다. 비록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지라도,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에 대해 나만의 정석(正石)을 만들어보자. 삶은 축제의 연속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진지하게 임하며 삶을 즐거움이 넘쳐 흐르는 황홀한 시간으로 만들자.



P.S = 이런 재미있는 책에서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았던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짐을 해보는 나란 놈도 참 재미있는 놈이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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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든 연필 촉에 수반되는 불확실성과 불완전성을 받아들이는 법을, 아니 어쩌면 더 나아가 향유하는 법까지도 배워야만 하고, 그러면서도 이상적인 혀태를 향해 계속 정진해야 한다. 이는 인생의 공허함을 인정하라는 뜻이 아니다. 그보다는 세상일은 어찌 될지 모른다는 것에 대해, 그리고 각자가 놓인 상황을 인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잘 생각해보고 반성할 필요가 있으며 그러면서도 현 상황을 개선하고자하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필깎기의 장인으로서가 아니라 같은 인간으로서 독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니 부디 새겨듣기 바란다. 


타협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완벽성은 오직 마음가짐과 노력의 완벽성 뿐이다. 능력이 닿는 한 최고의 연필깎기 전문가가 되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하고 적절히 대책을 세워나간다면, 결과적으로 따졌을 때 다른 모든 부분은 용서될 것이라 확신해도 좋다. 

나는 이러한 생각으로 모든 심리적 문제를 극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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