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비행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18
생 텍쥐페리 지음, 배영란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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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조종사, 작가 생택쥐페리

여기에서 생택쥐페리가 언급하는 것은 모두 직접적인 경험에 나온 것들이다. 그가 직접 겪은 빈번한 위험의 순간들이 담겨 있어 이 책은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진솔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_서문 中_


소설가이자 비행사였던 생택쥐페리의 이야기는 실제로 자신이 경험한 다수의 야간비행을 토대로 이 소설을 썼다. 야간 비행이 완벽하게 setting 되지 않은 시점에서 생텍쥐페리

는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며 소설을 썼을까. 

소설의 화자들의 대화와 독백은 마치 작가가 직접 이야기 하는 것과 같은 담담함과 숭고함이 있다. 이 책은 단지 가볍게 읽고 잊혀지고 마는 동화책이 아닌, 독자로 하여금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여기 세명의 각기다른 역할과 책임, 가치관의 남자가 있다.

파비앵, 로비노, 리비에르.  


파비앵

각기다른 소중한 사연이 있는 우편물을 배송하며, 아직 개척되지 않은 야간 비행 경로를 개척하는 숭고한 사명 완수를 위해 노력하는 조종사.


그는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인지하고 있으며, 내면의 작은 두려움까지도 극복하려 노력하는 투철한 조종사이다. 과연 우리시대에 이렇게 사명감을 가지고 자신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그의 투지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손에서 핸들이 빠져나가려고 해. 손이 펴질 것 같아. 그는 자신이 그런 말을 떠올렸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자신의 양손이 이미지의 막연한 힘에 복종하여 서서히 펴져서는 어둠 속으로 그를 놓아버릴 것 같이 느껴졌기 떄문이다. 그는 아직 더 싸울 힘이 있었고, 자신의 운을 시험해 볼 수 있었다. 비운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 스스로의 나약함을 깨다는 그 순간 사람은 눈깜짝할 사이에 실수를 저지르고 마는 법이니까. 바로 그 순간, 푹풍의 갈라진 틈새로 마치 덫으로 유인하는 죽음의 미끼처럼 별 몇 개만 반짝이는 게 보인다. 물론 그도 그것이 함정이라는 걸 알았다. 어떤 구멍 사이로 세 개의 별이 보이고, 그 별들을 향해 일단 올라가기만 하면, 그곳에서 영원히 갇혀서 별들을 입질하며 지내야 하는 그런 함정.. 하지만 빛에 대한 목마름이 너무나 컸던 그는 결국 올라가고 말았다.


정말 아름답군. 파비앵은 생각했다. 그는 자신과 동료 외에 살아있는 생물체라고는 하나 없는 세계에서, 빽빽하게 보석이 들어차 있는 별들 사이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옛날이야기에서나 나오는, 보석으로 가득 찬 방안에 갇혀버려 다시는 빠져나올 수 없는 전설 속의 도둑들과 같은 처지였다. 얼음처럼 차디찬 보석들 속에서 엄청난 부자가 되었지만, 이미 사형선고를 받은 신세였다.


로비노

야간비행을 완수하는 임무를 책임지는 중간관리자. 권위와 인간적인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중간상사.


자신의 부족함과 외로움에 솔직하며, 부하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싶은 중간 상사 로비노.

하지만, 그의 상관 리비에르로 인하여 자신의 임무와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고, 그것에 대해 고민한다. 파비앵이 사라졌을 때에는 진심으로 가슴아파한다.

조직의 입장에서는 좋은 관리자는 아닐지언정 인간미가 필요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로비노는 지금 조종사 하나를 자기 친구로 만들려는 참이었다. 호텔에서 그는 조종사 앞에서 자기의 여행용 가방을 열고 그 안의 소지품들을 꺼내놓았다. 볼품없는 셔츠 몇장, 세명두고, 벽에 핀으로 꽂아두었던 깡마른 여자 사진 등 가방에서 그렇게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쏟아놓음으로써 그는 감독관들도 다른 보통 사람들과 다를 게 업는 인간임을 보여주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감옥을 보여준 셈이었다.



리비에르

야간 비행이라는 충직한 사명을 바탕으로 그것이 무조건적으로 완성되기 위해 자신의 모든것을 바치는 총 책임자.


그는 자신의 사명을 위해서 인간적인 부분을 누르며 업무를 지시한다. 개인적으로는 가슴아픈 일이 있어도 모든 것들은 사명을 완수하기 위한 일이며, 그것이 자신의 부하들을 진실로 돕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총 책임자의 모습이다. 심지어는 파비앵의 죽음 또한 야간 비행의 경로를 개척하는 숭고한 희생이라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리더의 모습이다.


책은 그를 미화한다. 엮은이의 말 또한 그의 인간적인 내면에 초점을 맞추며, 사명과 책임에 충실했던 그의 상황을 변호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의견에 반대한다. 굳은 사명은 조직과 개인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부분은 공감한다. 하지만, 그것은 뚜렷한 목적과 방향을 제시한다는 것이지 획일화된 방법으로 통제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근시안적으로 목표만을 위해 달려가는 양옆의 시아를 가린 경주마들처럼 부하에게 명령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리더이며, 리더십일까?

몇가지 경우에서는 공감하지만, 전체적인 관점에서는 절대로 같이 함께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특히, 죽음에 대해 숭고한 희생이라 생각하는 관점은,, 자신의 가족이라고 해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내 말대로 하게. 로비노, 부하 직원들을 아껴주게. 하지만 내색을 하진 말게.


‘저들을 강하게 밀어붙여야 돼. 그래야 고통과 기쁨이 함꼐 하는 강인한 삶을 살 수 있지, 그것만이 오로지 중요한 것이니까. ‘


나는 이 사람들을 모두 사랑한다. 내가 싸우는 대상은 이들이 아니다. 나는 다만 이들 배후에 있는 악과 싸우는 것이다.


나의 처사는 공정한가, 부당한가?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호되게 밀어붙이면 고장은 분명 줄어든다. 모든 사람을 다스리지 못하면 결코 우리 손이 닿을 수 없는 미지의 힘 같은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만일 내가 너무 공정하게 대했다면, 야간 비행은 번번이 목숨을 건 여행이 되었을 것이다.


승리,패배 ,, 이런 단어들은 죄다 부질없는 것이다. 삶은 이런 이미지들을 초월하여 이미 다른 새로운 이미지들을 준비하고 있다. 승리는 한 나라를 나약하게 만들지만 패배는 나라를 새로 태어나게 만든다. 리비에르가 맛본 패배는 진정한 승리를 위해 한 번쯤 겪어야 하는 예정된 절차였는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이다.


리비에르는 완강한 시선으로 직원들을 굽어보며 그 사이를 지나 천천히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리비에르는 위대했다, 그는 승리라라는 무거운 짐을 이고 가는 승리자였다.




짜이 밀레가


1. 화룡점정

표현력이 풍부한 그림, 한눈에 보아도 이해될 수 있을 법한 추상적이면서도 detail한 설명을 보주는 풍부한 미적감각. 그림은 정말 아름답다.


2. 같은 결과, 다른 입장

사명을 위해 야간비행을 떠나는 조종사 파비앵의 의지는 뜨겁다. 하지만, 하지만, 파비앵의 아내 생각은 그와 같았을까? 고작 6개월이 지난 신혼부부였다. 남편이 원하는 것은 사랑스러운 아내보다 밤하늘의 별이었고, 사명은 자신의 죽음보다 더욱 값진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남편을 잃어버린 그녀는 사명을 생각하던 남편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이런 상황에서도 파비앵의 사명과 의지는 현 사회에 귀감이 된다’ 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3. 다른 관점

2번의 화자의 여러 측면은 내가 소설을 통해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다. 주인공의 죽음이 안타깝다라고만 생각했는데, 교보문고의 다른 리뷰를 통해 나와 다른 관점을 깨닫고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http://booklog.kyobobook.co.kr/jangsh0305/468656/)

이렇듯 자신의 리뷰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관점을 한번쯤은 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물론, 그 사람의 관점을 편협하게 쫓아가는 것은 문제가 되겠지만, 나의 생각과 비교도 분명 그 장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문득, 좋아하는 글귀가 생각난다.


사색 없는 독서는 소화되지 않는 음식을 먹는 것과 같다. _ 애드먼드 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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