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베트의 만찬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이자크 디네센 지음, 추미옥 옮김, 노에미 비야무사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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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을 담은 열정, 몰입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위해 모든것을 감수할 수 있을까?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모든 것을 하얗게 불태울만큼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면 그것의 열정에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특히, 예술가의 경우 자신의 소명이라고 생각하는 작품을 완성을 위해 몰입하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비단 예술가 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높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몰입하는 모습은 우리 누구에게나 발견할 수 있다. 자본주의, 성과를 배제하고, 오로지 몰입 그 자체만으로도 높은 의미가 있으며, 그것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과거 프랑스의 요리사였던 바베트는, 한 집안의 가정부로 금욕적인 삶을 살게 된다. 존재감 없는 그녀는 평범하게 가정부의 일을 하다가, 우연찮게 복권에 당첨되어 큰 돈을 얻게 된다. 주인들은 바베트가 돈으로 편하게 일생을 보내기를 원하지만, 바베트는 모든 비용은 복권당첨금으로 하여 진짜 프랑스 요리를 대접하고 싶어 한다.

마님들! 지난 십이 년 동안 제가 한 번이라도 부탁을 드린 적이 있었나요? 없었습니다! 왠지 아세요? 마님들은 매일같이 기도하시죠. 기도할 것이 없는 사람의 마음이 어떤지 상상할 수 있으세요? 바베트가 뭘 위해 기도하겠어요? 아무것도 없어요! 오늘 밤 저는 진정으로 기도할 것이 있어요. 그러니 선하신 하느님게서 마님들께서 오늘밤 바베트의 기도를 기쁘게 들어주실 수 없나요?



검소하며, 존재감 없는 그녀의 행동과는 달리 그녀가 준비한 만찬은 형언할 수 없는 놀라운 맛으로 모든 사람을 감동시킨다. 혀에서 녹아내리는 듯한 음식들로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음식에 심취한다. 그리고 식사가 마무리되자 사람들은 바베트가 자신의 복권당첨금 전부를 마지막 만찬을 위해 사용한것을 알게된다. 사람들은 우려하지만, 바베트는 그것은 오로지 자신을, 자신의 예술을 위한 것이라며 말한다. 그것을 우리에게 큰 의미로 다가온다.


“아주 훌륭한 만찬이었어, 바베트” 자매는 온통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손님들은 음식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자매 역시 저녁에 먹은 것들을 기억해내려 해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바베트, 우리를 위해 가진 돈을 모두 쓰다니”

“마님들을 위해서라구요? 아니에요. 저를 위해서였어요.”

바베트는 도마에서 일어나 자매 앞에 섰다. “저는 위대한 예술가예요!” “위대한 예술가라고요, 마님”

:그러면 이제 평생 가난하게 살려고, 바베트?”

“가난하다구요?” 바베트는 혼자만 아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에요. 전 절대로 가난하지 않아요. 저는 위대한 예술가라니까요. 위대한 예술가는 결코 가난하지 않아요. 마님. 예술가들에겐 다른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것이 있어요. “


바베트의 만찬은 예술가의 혼을 보여주는 동시에 기독교적인 성향이 짙게 뭍어나는 작품이다. 그녀가 가진 모든 돈으로 만찬을 준비하는 모습은 자신의 삶에서 최후의 명작을 남기려는 예술가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뿐더러, 기독교 교리의 최후의 만찬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녀의 마지막 만찬, 혼을 담은 만찬은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예술가로서 최선을 다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거나, 최선을 다하지 않고도 박수를 받는 것만큼 참을 수 없는 것은 없다. 예술가가 세상을 향해 부르짖는 것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날 내버려달라는 외침 뿐이다.


그래. 아직 끝나지 않았어! 바베트, 난 알아.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걸, 천국에서는 바베트가 하느님께서 바베트를 지으신 그대로 위대한 예술가로 남을 거야! 그래. 바베트는 천사들을 사로잡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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