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눈이 되어
떼레사 까르데나스 지음, 하정임 옮김 / 다른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노예, 상상할 수 없는 고통


삐르로 비에호는 늙은 사냥개라고 불리우는 노예였다. 태어났을 때부터 노예였던 그는 50이 넘는 나이까지 한번도 주인에게 저항조차 하지 않으며 지옥과도 같은 노예로써의 삶을 살았다. 음식, 여가, 사랑, 휴시에 대한 자유는 전혀 보장되어있지 않았으며, 주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유를 알지도 모른채 고문당하고, 심지어는 죽을 수도 있다는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그들은 하느님을 믿었지만 그들을 위한 하느님은 존재하지 않는것처럼 느껴졌다. 만약 그랬더라면 그들의 삶을 고통속에서 외면하지 않았을 테니. 신은 존재하지 않느다고 믿었다. 너무도 분명했다.


주인의 아버지는 어떻게 아이가 사람의 냄새를 맡는지 참으로 영리하다고 생각했다. 그 모습이 마치 사냥개가 굶주렸을 때나 도망치는 노예를 쫓을 때 같다고 말하곤 햇다. 그것이 그에게 늙은 개, 뻬르로 비에호라는 이름이 붙은 까닭이었다.


아침 종이 우리면 노예들은 일제히 머리를 숙이고 농가의 한 쪽 벽면에 걸려 있는 십자가에 반쯤 벌거벗은 채 매달려 있는 예수에게 기도를 했다. 그리고 신부의 축복을 받으며 뱀과 전갈이 득실득실한 사탕수수 밭으로 들어갔다.


뻬르로 비에호는 지옥이 두렵지 않았다. 그의 삶 자체가 지옥이었던 것이다. 오히려 늙은 노예는 죽음을 상상하는 것을 좋아했다.


냉큼 꺼져버려!

주인의 목소리가 그를 현실로 내쫓았다. 하지만 그는 아직 과거 속에서 현실로 돌아올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가슴속에 심장이 있다는 확신도 없는데, 어떻게 천국에 누군가 살고 있다고 믿을 수 있을까?



자유, 두려운 그 이름


그토록 갈망하던 자유가 주어졌을 때 삐르로 비에호는 두려움을 느낀다. 자신이 노예로써의 규율을 어겼다는 사실과 처벌을 받게된다는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다. 두려움에 떨며 노예의 신분을 인지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얼마나 처량했을까? '용기'는 '두려움'으로 인해 사라지고, 오로지 공포가 노인에게 남아있을 뿐이다. 오랜 기간 노예라는 삶과 익숙해진 고통은 도망가려는 시도까지도 두려움으로 만들어버렸다. 뜻하지 않은 행동이 혹시나 주인에게 처벌받지는 않을까 하며 자유를 두려워하는 그의 모습은 처량하기까지 하다.

그는 집에 왔다. 그러나 울면서, 자유를 두려워했다는 부끄러움에 울면서.


사랑 & 용기, 위대한 발걸음을 만들어내는 힘


자신의 신분에 대해 인지하며 자유를 위한 시도조차 하지 않는 노인을 변화시킨것은 베이라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녀가 도망치다가 감독관에 잡혀 고문을 당할 위기에 처하자 그는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노예의 신분을 버리고 시대에 저항한다. 감독관의 머리를 나무로 내려치고, 자유의 길을 찾아 떠나는 노인의 모습은 주체적인 인간이 되는 위대한 발걸음이다. 평생동안 자신과 모든 노예들을 억압했던 사회제도에 순응하지 않고, 자유를 향한 첫 발걸음을 시작한다.

자유의 땅, 정글에 어떤 것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행동은 용기있는 행동은 위대하다.


그는 죽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는 숨을 꾹 참고 분노를 억눌렀다. 삶이 그들의 손아귀에 달려 있지만, 죽음마저 그들 손에 맡기고 싶지는 않았다.


뻬르로 비에호는 감독관에게 가까이 다가가 한 마디 말도 없이 그의 머리를 지팡이로 후려쳤다. 그의 얼굴에서 피가 솟구치더니 이내 몸이 축 늘어졌다.


농장 울타리 너머엔 알 수는 없지만 자유의 땅 정글이 있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농장주와 사냥개의 맹렬한 추격을 피해야만 한다. 잡혀서 개들에게 몸이 찢기고 먼지구름 속에서 농장으로 다시 끌려올 수도 있다는 공포를 이겨 내야만 할 것이다. 뻬르로 비에호는 산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이 강해져야 하며 밤의 어두은 그림자나, 밤바람에 바스락거리는 나뭇잎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짜이 밀레가,  주체적 인간 그 첫 발걸음


민주주의의 이념이 확립된 이후 일부 국가를 제외하곤 노예제도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범위에서 생활하며, 원치 않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사회에서, 즉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평등’이 보장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정신적으로도 자유로운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가?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가, 또는 개인이 만들어진 굴레를 깨지 못한채 살아가고 있다면 그것은 완전히 자유로운 삶이라고 말할 수 없다. 진정한 자유는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와야만 얻을 수 있다. 용기없음과 안락함으로 인해 세상에 갇혀진 무사유의 노예의 모습에 위안으로 삼기보다는, 주체적인 첫 발걸음을 내딛어야 할 시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