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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에 가장 몰입해서 읽은 재미있는 소설책. 기발한 소재와 빠른 전개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500페이지 가량 되는 책을 순식간에 읽었다. 내가 주인공이 된것처럼 감정이입을 하고 읽다보면 어느새 거대한 스케일의 소설은 끝나고, 기분좋은 여운을 남긴다.
1부. 나는 월스트리트 변호사다. 그리고 나는 살인범이다.
주인공 벤은 어렸을 때부터 사진사를 꿈꿔왔지만 집안의 위상을 염려하던 아버지의 반대로 인해 월가의 유명 변호사가 되었다. 그는 사진가의 꿈은 없어지고, 카메라 장비들을 사들이는 호사스런 취미만은 고연봉의 변호사다. 그러던 그의 생활에 비극이 찾아온다. 점차 소원해져가는 부인과의 관계의 의심을 가진 그는 그녀의 뒤를 밟는다. 끔찍하게도 그녀는 벤이 가장 싫어하는 허영으로 가득 찬 사진작가 게리와 정사를 나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언제나 침착하던 그는 화를 못이기고 게리를 살해한다.
나는 다리가 풀려 리놀륨 바닥에 주저앉았다. 내 귀에 기묘한 메아리가 울려 퍼졌다. 마치 시간이 부푸는 듯했다. 잠시 내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입이 말랐다. 너무 말라 입술을 침으로 적셨다. 달짜근하고 끈끈한 액체가 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입술에 그 맛이 느껴졌다. 그 맛이 내게 말하고 있었다.
‘네가 알던 삶은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
아내의 배신감과 그에 대한 분노를 후회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그는 여기서 중대한 결심을 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린 채 감옥에 가는 것을 택하는 대신, 벤 자신을 위장죽음을 하고, 대신 게리의 이름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이제 더이상 그는 유명 변호사 벤이 아니다.
그래, 나는 죽어야 해. 다른 출구가 없으니까, 그렇지만 죽은 뒤에도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두 번째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다시 태어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할 수록 더욱 확실했다. 예수가 없어도 다시 태어날 수 있다. 계획을 잘 세우면 된다.
2부. 나는 사진가다.
모든것은 순조로웠다. 그는 이제 더이상 월가 변호사라는 지위도, 높은 연봉도 없지만 아마츄어 사진기사인 게리의 신분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모든 것을 버리고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시골마을에 정착하여 작은 신문사의 사진작가로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도중 그가 찍은 몇장의 사진은 그를 유명 사진작가로 만들었다. 전국의 사람들이 그의 사진에 열광하고 그의 사진전을 열게 된다. 그는 과거의 자신을 밝힐 수 없다. 과연 이 상황에서 게리는, 아니 벤은 어떻게 해야하는가.
새로운 삶을 사는 벤, 그를 응원하는 독자
벤은 꿈이 좌절된 벤호사라는 슬픈 현실, 아내 베스의 불륜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 연애에 능숙한 로맨티스트라는 점의 조화는 점은 독자로 하여금 살인자 밴을 옹호하게 만든다. 여러가지 부분이 있겠지만, 다른 인생을 사는 벤에 조금이나마 부러움을 느끼며 응원하지 않았을까? 소설에 몰입하며 읽으며, 벤이 잡히지 않기를 응원했다. 리뷰를 쓰며 자문해본다. 그건 나를 위한 응원이 아닐까? 나 또한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