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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중고상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4월
평점 :
품절
다산북스로부터 독서모임 도서 지원을 받게 되어, 이번 달에는 미치오 슈스케의 ‘수상한 중고상점’을 샌드위치 모임에서 함께 읽게 되었다. 예쁜 표지 때문에 3권의 후보 중, 이 책을 택하게 된 것도 같다.
요즘은 당근마켓 덕분에 중고 물품 거래가 활발해졌다. 책 속에 등장하는 가사사키 중고 상점의 주인인 히구라시와 가사사키도 각종 중고 물건들을 사고 판다. 또 중고 상점에는 미나미 나미라는 이름의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이 이런저런 참견을 하며 자주 들른다. 중고 상점에서는 물건만 팔지 않는다. 물건에 얽힌 이들의 문제도 멋지게 해결해 주기도 하고, 마음이 힘든 이들에게 작은 위로도 건넨다.
개인적으로 ‘봄, 까치로 만든 다리’에 등장하는 스미에와 히구라시의 로맨스를 살짝 기대해 보았는데, 그 부분은 다뤄지지 않아 아쉬웠다. 2편이 나온다면 스미에가 꼭 다시 등장하길.
‘여름, 쓰르라미가 우는 강’에서 히구라시가 사치코에게 건네는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p.142
“어째서 강이 굽이굽이 휘어져 있는지 아시나요?”
대답은 없었다. 그래도 나는 말을 이었다.
“물이 높은 곳을 피해서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강은 이렇게 구부러지면서 뻗어나가지요. 이 강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좌우로 심하게 구부러져 있어요. 하지만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
p.143
“인간은 매일매일 여러 가지 일을 생각하고, 여러 가지를 동경하며 구부러지는 법입니다. 누구든지 그래요. 그렇게 흐르는 동안은 어디에 다다를지 모르죠. 제 생각에 구부러진다는 건 중요한 일이에요.”
인생이 항상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속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구부러질 수 있었기에 흘러가는 강물처럼, 때로는 굽이지는 것도 마냥 나쁘다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부러져 흘러가는 동안에도, 분명 나에게는 남는 것이 많았다는 걸 이제는 알 수 있다.
‘수상한 중고 상점’의 작가 미치오 슈스케는 호러서스펜스대상 특별상을 받으며 전업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에도 잔잔하지만 독자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편안하고 유쾌하지만, 추리하는 재미도 독자에게 선사하는 ‘수상한 중고 상점’. 함께 읽고 그 즐거움을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