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보이> 상영회 참여 후기

 

'1930년대'에 대해 대한민국에서 제도권 교육 12년을 무사히 마친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가혹한 일본의 식민정책 하에 스러지는 조선의 민중들,

북간도,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 그 땅에서 독립을 위해 일평생을 희생하셨다는 독립투사들.

하지만  영화<모던보이>의 예고편을 통해 본 두 주인공의 모습은

이렇듯 당연하게 떠오르는 당시의 모습과는 어느 하나 맞지 않아서

그래서 설레였고 그래서 기대가 됬다.

식민지 시대의 대한제국에 관해서는

일본에 의해 핍박받으면서도 그에 항거하는 조선인들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만 보아왔으니까.

현재에도 사람들의 생각이 사람 숫자만큼이나 다양하듯

1930년대, 일제시대라고 해도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했을텐데 말이다.

 

두근두근 개봉만 기다리던 차에

전혀 기대도 안한 알라딘에서의 <모던보이> 상영회 당첨 !!

있는지도 몰랐던 원작소설을 친구랑 한권씩 받아서는 한껏 부푼 가슴으로 영화를 봤더랬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은 어쩐지 허탈했다.

 

진지하고 무거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는 가벼웠고

현실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고문실에서 우스갯 소리를 할 만큼 인물들은 간혹 비현실적이었다.



주인공들의 가슴 절절할 심정에 공감하기에는 영화는 너무 급하게 달려갔고

그 종착역은 그렇게나 급하게 달려갈 필요가 있었나 싶을만큼, 대단하지는 않았다.



전혀 기대도 하지 않고있었다는 친구는 "영화 괜찮은데", " 재밌잖아" 등을 연발했지만

나로서는 확실하게 실망이었다.

원작소설보다 구성이라든지 결말이 훨씬 극적이었지만, 

전체적으로 강약조절이 약한 듯 싶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해도 영화에는 분명 생각해볼 거리가 있었다.

'거스를 수 없는 조류' 라는 일제치하에서 그에 순응하고 또 즐기면서 살아가는

주인공을 비롯한 모던보이와 모던걸들의 모습이라든가

당시에도 또 지금도 '친일파'라고 해서 욕을 바가지로 먹고있는 이들도

일본인들에게 있어서는 '조선인'이었다는 것,

나라를 위해 '거침없이' 목숨을 버렸다고 생각해온 독립투사들의 마지막 순간 등

그간 생각해보지 않아서 새로웠던 부분도 있었고,

독립에 대한 열정과 행동력을 갖춘 '여'주인공에게 '남편' 이 있어야만 했던 사정 같이

지극히 사실적이어서 쓴웃음이 나오는 부분도 있었다.

 

재미로만 평가한다면

영화는 제법 괜찮은 평을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낭만의 화신 박해일은 의외의 순간에 관객들을 폭소케했고

아쉬운 듯 아쉬운 듯 애절하게 퍼지는 김혜수의 노래는 한참을 귓가에 맴돌았다.

 

하지만

'개인의 행복이 시대의 운명과 무관할 수 있을까?' 에 대해 그려보고 싶었다는 감독의 바람은

영화 전반에 너무 뻔하게 드러났고,

배경과 인물간의 감정 그 어느하나 놓치지 않으려 바쁘게 움직이는 카메라 덕분에

배경도 인물간의 감정도 제대로 공감하기에는 힘들었다.

 

소설보다는 영화가 조금 더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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