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워리 마미
신중선 지음 / 청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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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소설 문학대상을 탄 작가 신중선의 돈워리 마미를 읽었다.

흔히  부인과 남편의 부부관계나 자식과 부모의 관계가 ‘무촌’ 이란 말이 있는 데

그건 그만큼 촌수를 따질 수 없는 피의 관계란 말일 것이다.

엄마 와 딸 관계에 대해서 엄마의 입장을 제 3자의 눈으로...그리고 내가 보는 입장에서 본인 이야기 아니야 ? 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예리하게 묘사한 돈워리 마미는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야기 아니면 어느 개인이 겪는 독특한 경험이 아닌 정말 이 세상에 널려 있는 가족 그중에서도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해서 더함도 뺄 것 도 없이 마치 본인이야기를 쓰듯 섬세한 묘사가 돋보인다.

언제 이렇게 가족 간의 관계에 대해서 딸이 보는 엄마의 입장을 그린 소설이 있었는가 ?

대부분의 딸들은 엄마를 좋아 하면서도 한편으론 미워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건 엄만 왜 저러고 살지 ? 왜 아버지한테 속 시원하게 말대답한번 못하지, 엄만 왜 이런 옷만 입지 ? 난 절대로 엄마와 같이 살진 않을꺼야!, 절대로,  울엄만 가끔씩 날 미치게 해 등등, ......이 책을 읽으며 딸의 입장에서 가질 수 있는 의문과 때론 모자람내지는 어리숙함 등이 뒤엉킨 그러나 안볼 수 없는 그래도 내 엄마이기 때문에 고개를 돌릴 수 없는.....

자식과 부모의 관계에 대해서 한번쯤 나는 어땠었지 ? 하는 생각이 들곤했다.

그래, 나도 울 엄마한테 단한번이라도 사랑한단 말을 해본 적이 없지? 그런 말은 정말 남자애들 아니 남자친구 애인에게나 하는 단어인줄 알았었다.

그러나 어찌하라 울엄만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을 ....   

돈워리 마미에 나오는 딸의 입장에서 본 엄마의 이미지는 대게 이렇게 나와 비슷한 정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내가 엄마가 되어 어느 순간 엄마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내 딸에게 나도  이런 말은 듣고 사는게 우리네 삶일 것 같다.

“ 어렸을 적엔 절대로 엄마와 같이 살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중년의 나이가 되어 되돌아본 삶이  결국은 울 엄마와 똑같더라” 던 친구의 말이 떠올려지기도 한다. 

  

 

  
엄마라는 단어는  이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도
누구에게든지 위로가 되는 단어가 아닌가 ?

여기서 엄마라는 사람은 쓸데없이 남에게 보여 지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고, 찍퉁이라도 유명브랜드만 좋아하는 그래서 외출 시에는 온통 짝퉁으로 도배를 하고 나다니는 사람이다.  얼핏 보면 멋있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가짜상품으로 온몸을 휘감은 허영기 많은 아줌마. 이 책에서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해서 화자인 딸은 대학을 졸업하고 여기저기 입사시험을 보러 다니다가 절대 유학 갈 형편은 못되지만 순전히 엄마의 허영기를 만족시키기 위해 본인이 원하지도 않는 독일까지 유학 온 사람이다. 여기서 화자의 엄마는 한때 영화배우였지만 크게 피워 보지도 못하고 소위 삼류배우로 살다가 백마탄 왕자를 만났으나 그것도 한 때 순전히 그 남자의 장남감 같은 소유물이었다가 시들해지자 어느날 집 한 채와 함께 버려진 여자이다. 그래서 집안에서 서둘러 선을 봐서 시집을 간 엄마는 얼마 후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음을 알지만 아는 척도 못하다가 어느날 그 여자가 엄마 배 만큼이나 부른 배를 안고 집까지 찾아온 날 짐을 싸서 친정으로 돌아온다.

더구나 애를 하나 안고서 ...그 아이가 바로 이 책에서 엄마를 지켜보고 자기입장을 서술하는 딸이다. 친정에서 천덕꾸러기가 된 엄마는 비디오 대여점을 차려 독립을 한다.

어느날 그 비디오 대여점에 한 때 같은 배우 일을 하던 김동민 이란 사람이 비디오를 빌리러 왔다가 엄마를 만나게 되고 둘은 서로 필요에 의해서  결혼을 한다. 그리고 둘 사이엔 아직 초등학생인 아들이 하나 있다. 남들이 보는 이 가정의 풍경은 남편은 샐러리맨, 엄마는 부업으로 비디오 대여점을 하는 평범한 가정이다.

그러나 이 가정은 평범한 게 아니라 아예 여자가 남자를 먹여 살리고 있다. 남자는 하는일 없이 늘 아침이면 양복을 차려 입고 나갔다가 자녁 때 귀가한다.

한 때 배우였다는 것을 내세우긴 하지만 아니 그래서 인물은 반반하지만 하다못해 셔터맨도 아닌 그야말로 백수처지다. 그건 그 남자가 원 한 것이 아니라 여자의 엄마가 절대 낮엔 집에 있기를 원하지 않았고, 비디오 대여점엔 아예 근처도 오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란다. 이유인즉 남에게 보여 지는 남편의 입장이 샐러리맨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디오대여점을 하는 화자의 엄마는 물에 조물조물해서 널으면 몇 시간에 말라버리는 나이론 몸빼 몇 개로 사는 아예 푹 퍼져버린 아줌마이다.

이집의 수입원은 순전히 비디오대여점에서 나온 것으로 4식구가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 여자 엄마가 늘 소망하는 유명브랜드는 그저 그림의 떡 일 수 밖에 없다.

그여자 엄마는 허영기 충족은 못하더라도 그저 남편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위안을 삼고 싶었는지 모른다. 취직은 안되고 거의 풀죽어 지내던 딸은 엄마의 유학이라는 바람몰이에 헤어나지 못하고 취직도 잘 안되는데 그냥 죽치고 있는 것 것보다는 낳아 보여 유학이라는 이름으로 독일로 가게 되었다.

스팅을 좋아 하고 해바라기를 좋아하는 것만 똑같은 이 모녀지간은 남에게 보여 지는 가정의 평화도 오래가지 못하고 엄마는 결국은 남편과 헤어져서 한국의 모든 것을 정리한 채 유학온 딸을 찾아 독일로 가서 서로 오랜만에 사랑한단 말을 하며 마무리 짓는다.

이유인즉은 그저 한가정의 남편이라는 이름의 정물화 같던 여자의 새아버지 김동민씨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라는 것이다.

 

어느날 유학을 오기 전 화자인 딸이 우연히 탑골공원엘 나갔다가 발견한 김동민씨. 이가정은 엄마랑 사는 사람에게 즉 새아버지에게 아버지라 부르라고 강요하지도 안았고, 강요했다 한들 절대로 맹랑한 딸이 그를 아버지라 부를리 없었건만 노인들을 모아놓고 마임을 하던 김동민씨가 화장실에 가서 화장을 지우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후 서둘러 들어가던 어느 식당 (아구찜 집이었던가? )으로 사리지고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아 모른척하던 딸이 그의가방에서 몰래 훔쳐본 일기장에서 그의 첫사랑이 있었지만 남자가 삼류배우라는 이유 때문에 여자의 집에서 강요를 해서 둘은 헤어지게 되었고, 여자는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갔으나 애인이 있었다는 전력만으로 걸핏하면 매를 맞고 살았다는 것. 그후 여자는 다시 이혼을 하고 급기야 큰 사고를 당해 결국은 말을 잃게 되었다고 한다. 아구찜 식당을 하던 식당여자가 바로 그 김동민씨의 첫사랑이었다는 것. 그러니가 화지인 딸이 엄마의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었지만 이 딸은 엄마와 그 남자 두 사람의 관계가 깨지지 않길 바래서, 솔직히말해서 엄마를 위해서라기보단 자기가 엄마를 떠맡고 싶지 않아서 짐짓 다른 여자가 있음을 확인하고도 모르는 채 하고 유학을 떠나왔으나 정작 그 남자가 엄마더러 '나를 놓아달라'고 사정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식으로라도 남들이 보기에 가정을 꾸미고 싶었던 엄마는 하는 수 없이 아들을 그 남자에게 주고 비디오가게며 집을 정리한 후 독일로 딸을 찾아오게 된 것이다.

전후 사정을 알게 된 딸.

왜 저렇게 살지? 하며 남이야기 하듯 했었던 그 엄마의 인생에 대해서 안 쓰러운 생각을 하게된다. 엄마의 입장에선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이해를 하고 마는 딸.

그저 남자 하나 잘 만나서 남같이 가정 꾸리고 남자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림하는 보통의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하던 내 엄마 였는 데,  많은것을 바라지않던 아니 그저 보통의 여자 였는 데.....친정이나 이모들한테까지 돈이 없다는 이유말고라도 떳떳한 가정하나 없다는 것으로 이래저래 무시를 받던 엄마였는 데 딸은 갑자기 엄마가 불쌍해진다.  

“ 장난감 폭죽의 구애도 심지어는 해바라기 한송이도 선사 받지 못한채 쉰을 넘겼다. 자신을 놓아 달라고 울며 애원하는 남편까지 합세해 세상은 얼마나 더 엄마를 서글프게 만들어야 그녀의 손에 행복이라는 아름다운 꽃송이를 쥐어줄까 ”    

본문중에서.....

엄마라는 사람을 미워하고 싶지만 내 엄마이기에 미워 할 수 없는, 허영기 많고 그저 상상을 좋아해서 나이 오십이 다 되서도 아직도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는 엄마가 안 쓰러워서 딸은 이역 먼리 독일하늘 아래에서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이제야 한다.

엄마 사랑해 .....

아직 늦지 않았으니 엄마가 꿈꾸는 인생을 살아봐 해바라기를 선물하는 남자가 엄마 앞에 꼭 나타날거야 그리고 스팅 공연하면 우리 함께 보러가자, 여기저기서 폭죽이 터지며 거대한 불꽃송이가 만들어졌다 금새 사라지는 축제의 밤에 이젠 친구가 다 된 딸이 이렇게 엄마를 위로한다. 그렇게 없신 여기며 고집불통 허영기만 그득한 사람이라고 혼자속으로 무시하던 엄마를...... 

엄마와 딸이란 단어 ......이세상이 무너져도 어떤 환경에서라도 서로 그리워하며, 서로의 인생을 보듬어줄 수 있는 이 세상에서 돌도 없는 아니 그 어떤 단어로도 대체될 수 없는 단어가 아닌가 ? 사람을 죽인 살인자도, 강도도, 그리고 나이 60이 넘은 사람도 70이 넘은 사람도 엄마 앞에선 약해진다. 엄마란 단어는 이세상이 아무리 각박해도 누구에게든지 위로가 되는 단어가 아닐까 ?   

엄마 사랑해 !!!! 죽어서도 사랑해 ....엄마~~~엄마 내말 듣고 있지 ? 

나도 이제야 한마디 해본다. 저 먼 하늘을 향해서 ....


 


to 언니 넘 늦게 읽었지 미안~~~
그래도 늦게 귀가해서 이글 쓰느라
아직도 씻지도못하고 있넹~~~ 
암튼 엄마와 딸이란 주제로 이렇게 한번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
넘 기쁘고 반가왔수 ....

 


 


[문학예술]엄마와 딸, 싸우고 또 화해하고… ‘돈 워리 마미’
 




◇ 돈 워리 마미/신중선 지음/280쪽·9800원·도서출판청어

제2회 대한민국소설문학대상을 수상한 신중선 씨의 장편소설. 삼류배우였던 엄마는 지금도 스크린에 대한 동경을 버리지 못한다. 쉰 살이 넘은 나이에도 드라마와 영화를 챙겨 보면서 배우들을 일일이 트집 잡는다. 허영을 버리지 못하는 철 안든 엄마와 그런 건 다 허상일 뿐이라며 엄마를 다그치는 현실적인 딸.

사랑하면서도 때로는 밉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한 엄마와 딸의 관계. 모녀가 갈등하고, 그러면서도 가족이기에 화해하는 과정을 담았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동아일보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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