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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의 도시방황
안도 다다오 지음, 이기웅 옮김 / 오픈하우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한때는 자로 잰듯한 콘크리트 건물의 평수에 집착했던 시절이 있었다. 남보다 크고 넓은 크기의 공간에 그럴듯한  가구들을 빼곡하게 채워놓은 것을 상상하며 그것이 성공의 잣대라고 믿었던 시간들. 그 시기에 나는 더하는 것에만 열중했을 뿐 빼는 것은 생각치도 못했었다. 하지만 더하기만 하다가는 결국 차고 넘쳐 하중을 못이겨 무너져 내리거나 공간의 주인이어야 할 나 자신이 내동댕이 쳐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버린 아픈 경험이 있다. 

  안도 다다오의 도시 방황이라는 책을 받았을때 문득 그때의 쓰린 상처가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건축, 혹은 건축가라는 단어가 내게는 썩 반기고 싶지않은 분야였기에 말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나의 감정이 잘못된 선입견이었음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책은 건축가가 쓰고 건물에 대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철학이나 여행기에 가까웠기때문이다. 

  건축에 대한 정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안도 다다오가 건축가로서 일본에서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입지전적인 인물로 부각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여행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1965년 4월 아르바이트로 모은 적은 돈을 가지고 처음 유럽 여행을 시작한 그는 5개월이 지난 9월에서야 겨우 파리에 도착한다. 돈이 없었기에 비행기를 탈 수 없었던 그는 배를 타고 기차를 타고 돌아돌아 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의 여행은 막무가내 방식으로 어떤 건축이 어느 도시에 있다는 사실만 알고 무작정 그 도시를 찾아가는 식이었다. 누군가의 안내를 받을 수도 없고 편안한 잠자리나 따뜻한 식사를 기대할 수도 없는 빈곤한 걸음. 하지만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지금의 그를 만드는 양식이 되었다. 

  이 책에서 안도 다다오는 세계 유명한 건축물들을 소개하고 그것을 건축한 건축가들의 철학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생각을 더하기도 하고 빼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철학을 정리하여 보여주고 있다. 여행을 가서 관광을 하게 되면 겉으로 보이는 건축물들의 겉모습만 수박 겉핥기 식으로 보고오게 마련인데 거기에 철학이 더해지니 감상의 즐거움이 배가 되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행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흔히들 여행이라 하면 돈 많고 시간이 남아 도는 팔자 편한 사람들의 유흥으로 치부하기 쉽고 사실 그런 개념으로 여행을 다니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진정한 여행이란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면서 기존의 나를 재조정하는 빼기의 시간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나를 더하는 시간으로까지 이어진다면 성공한 여행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는 꼭 비싼 여행 패키지가 아니어도 좋을 것이다. 여행지에서 멋진 건축물을 보고 오거나 멋진 사진을 찍어서가 아닌 그 경험을 안고 일상으로 복귀한 내가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참다운 여행의 의미이며 선물일 것이다. 우물 속 개구리가 보는 하늘은 크기가 한정되어 있기에 우물 밖으로 나와봐야지만 진정한 하늘의 크기를 알 수 있는 것처럼.  

 

  '... 결국 교토역 공모전은 낙선으로 끝났다. 내 설계안은 지정된 부지를 크게 초과했고, 요구된 기능, 또한 예산마저 초과했기에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공모전에 당선되기 위해 요령을 부려, 이를테면 정해진 틀 안에서 고답적으로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은 아니라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낙선은 했지만 공모전을 위해 머리를 싸매고 쥐어짠 사고의 궤적은 굳건히 내 안에 깊이 뿌리 내렸고 다음에 만들 건축 아이디어의 싹을 틔우는 중이다...' 

 

 그의 건축에 대한, 나아가서 삶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구절. 이런 철학을 가진 그가 만든 건축물들이 빛이 나고 사랑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이 책을 읽는 것은 살아 숨쉬는 생각을 가진 멋진 사람을 또 한 명 알게 된 기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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