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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 지은 집, 한국 건축 - 우리 건축의 구조와 과학을 읽다
김도경 지음 / 현암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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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로 들어와 정착한지 이제 3년째이다. 전에 도시에 살 때는 아파트와 양옥집에서 생활을 했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아주 오래된 옛날 한옥의 뼈대는 그대로 살리고 내부만 약간 보수한 주택이다. 이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사용하던 대부분의 가구들을 버리고 올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천정이 낮아서 가지고 있던 장농이나 기타 가구들을 들여 놓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큰 돈을 들여 장만하고 사용하던 것들이었지만 상황이 그러니 눈물을 머금고 모두 버리고 올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집이 전형적인 한옥의 전형은 아니지만 일반 서민들이 주거 형태로 사용하던 한옥의 형태인데 살면 살수록 한옥의 매력에 빠져들어가는 나를 느끼고 있다. 천장이 낮아서 열 전도율이 좋아서 연료를 절약할 수 있고 진흙과 돌로 만들어진 벽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오묘한 작용을 멋지게 해내고 있다. 약간의 우풍은 있지만 한치의 공기도 통하지 못하게 꼭꼭 밀폐된 아파트의 공기와는 비교가 안되는 순환의 역할을 해서 오히려 감기 예방을 하는 것 같다. 지금은 어쩌다 도시에 나가서 잠을 자게 되면 피부 호흡 못하는 개구리처럼 답답함을 느껴 잠을 설치곤 한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어떤 부분은 나를 나타내 주는 과시용이기도 했던 멋진 가구들이 없어도 지금은 조금의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오히려 가구가 없는 공간들을 사람이 채우고 사랑으로 채울 수 있는 여유를 찾았다고 할까. 진정한 집의 기능과 의미는 그런 것이 아닐까. 열심히 일한 하루를 정리하고 가족들이 모여 서로를 위로하고 보듬어주는 공간. 그러면서 각자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하는 곳, 집.  이 책은 그 집이 우리의 역사 속에서 그리고 생활 환경이나 문화가 발전하고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어떻게 변모하고 발전해 왔는지 정말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한국 건축의 역사가 5천 년 이상이고 이 책의 저자인 김 도경님이 한국 건축을 공부한지가 25년이 되었고 이 책을 쓰기 시작한지가 5년이나 되었다. 책 자체도 다른 책보다 크고 두껍고 내용 또한 심오하다. 한 두 번의 독서로 간파할 수 있는 책이 될 수가 없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의 역사 책을 보는 느낌이었다. 역사란 비단 정치나 경제 분야만이 그 대상일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필요로 하고 사용되는 모든 분야가 세월이 지나 쌓이면 그것 이 바로 역사가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이 책은 건축에 관한 하나의 역사책이라고 말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여겨진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니라해도 역사는 존중되어져야하고 기억되어져야하고 보존해가야 마땅한 일일 것이다. 

  자연을 의미하는 '대우주'와  사람을 의미하는 '소우주'를 연결하는 매개체인 집, '중우주'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두고두고 꺼내봐야할 우리의 소중한 유산을 나의 책장에 소중하게 꽂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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