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이주영 옮김 / FIKA(피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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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게 바다는 치유의 공간이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열리고
뭐든 다 들어 줄 것만 같은 넉넉함.
그래서 사람이 많아 복닥이는 소란한 바닷가보다
발걸음이 적은 조용한 곳을 선호한다.
나만 아는 뷰를 위함이 아닌 고요한 시간을 위해서다. 그래야 내 마음의 소리를 쏟아낼 수 있을테니까.
바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까.

"파도처럼 살아가면 그뿐이다. 파도는 물러나고 밀려나는 것에 개의치 않는다. 산다는 건 그냥 그런 거니까. 파도처럼 살고자 한다면, 우리 삶에 다가오는 모든 것을 객관적인 눈으로 보자. (...)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냥 다가오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 파도의 주인이 아니면 어떤가. 파도를 지배하는 주인은 아니어도 당당히 항해할 수 있다." (p25)

​ 바다가 담긴 옛 고전, 그리고 바다 이야기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로빈 후드, 혹은 오딧세이아(율리시스),세이렌의 전설등의 이야기를 바다의 흐름과 함께 철학적으로 풀어낸다. 삶의 곳곳에서 마주 할 수 있는 문제들은 바다 위에 서도 맞닥뜨릴 수 있다.밀물과 썰물은 천문학과 해양학의 복잡한 현상이다. 천체와 조수의 줄다리기와 같은 일을 우리는 일상에서 조율한다. 적절하게라는 이름으로 혹은 워라벨이라는 이름으로 갖자의 방식으로 균형을 잡으며 살아간다. 풍랑과 해적을 만났을 때, 난파,섬, 등대, 크라켄,닻 등의 비유로 인생을 이렇게 고급지게 설명할 수 있다니. 저자의 탁월한 비유에 감탄하게 된다.
읽다 알아차린 사실은 정작 나는 바다를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물속에 들어가거나 항해를 생각하면 속이 울렁거렸다. 방랑의 용기는 갖추지 못하고 오직 위로의 바다, 단 한면만 사랑했다. 바라보는 것과 그 안에서 바라보는 것은 다르다. 마치 타인의 삶이 늘 꽃길처럼 느껴지는 것 처럼, sns에 절망이 없응 것 처럼 바다도 멀리서 보면 그렇다. 그러나 용기내서 내 삶에 받아 들일 때 다른 차원의 기쁨과 어려움이 찾아온다.

늘 멈춤보다는 강박적으로 나를 증명하는 일에 몰두했다. 마치 내 삶을 누군가가 집요하게 지켜보는 것처럼 긴장을 갖고 살았다. 그런데 저자는 그것이 삶의 태도가 아니라고 한다. 진정한 자존감은 비어있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것이라 한다. 가득찬 스케줄로 채워진 삶, 해내야 하는 역할이 많은 엄마이기에 늘 시간이 부족했다. 아이와의 시간은 온전히 몰두하기에 나머지 시간을 쪼갰다. 쪼개자니 조급증이 일었고, 몸이 탈나기 시작했다. 위에 구멍이 나서 커피를 강제적으로 끊고 나서야 잠시 숨을 쉬어 본다.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 바로 이곳에 머무른다. 이따 처리해야 할 일, 내일 , 혹은 7월의 계획까지 모두 잠시 내려놓고 바다학교의 이야기를 듣는다.

“아름다움을 쫒아다니지만 말고 아름다움을 통해 예상치못한 감동을 느낄 수 있게 감각을 갈고닦아야 한다. 세상을 끝없는 말초적인 자극과 흥분으로 채우지 말자. 우리가 보내는 시간을 끊없는 분주함으로 채우지 말자. 혼자 있는 시간 자체를 소중히 하고, 고독이 찾아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자.(...) 우리는 이미 바빠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마치 무언가를 계속해서 한다는 것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세상에 사는 것 같다. 하지만 삶에서 진정으로 가져야 할 태도는 그게 아니다.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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