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일기 -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집을 짓다
박성희 지음 / 책사람집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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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정신없이 각박하게 돌아간다. 모두들 걷기보다 뛰어가는 듯 보인다. 이럴 때 잠시 멈추는 일도 천천히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일도 마치 도태되는 기분이다.

짓다.
밥을 짓고, 옷을 짓고, 시를 짓고, 집을 짓고!!!
이제는 기계가 대체하고 규격화 된 것들의 소비가 편리한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본다. 저자는 집을 짓는 일이 자신의 취향을 찾는 일이라 한다. 그녀가 원하는 생활 방식을 위해 집을 짓는다.

그곳에서 산책길에 고라니와 눈맞춤도 특별한 일이 아니다. 집 앞을 나서면 흐드러지게 핀 들꽃들, 그녀가 씨를 뿌리고 애정을 쏟은 결과다. 이 책이 궁금했던 이유도 박성희 작가님의 들꽃 꽃다발 사진을 덕이었다. 꽃다발 자체가 취향인 것도 있으나 출판사에 선물한 그녀의 다정한 마음이 깃들여 있어 작가님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저녁이 되면 달빛보다 하얀 LED전등에 의존해서 책을 읽느라, 또 앞집에서 볼까 길게 내린 커텐 덕에 커다란 창은 쓸모를 잃었다. 또 안전 문제로 자바라 방범 셔터? 를 설치해야했기에 나의 마음에 쏙 들던 창문은 의미가 없어졌다.

그녀는 마음에 꼭 드는 창이 갖고 싶었다 했다.
곳곳에 있는 풍경 사진과 책과 노트 사진을 보며 그녀의 시선에 동참해 본다.

여백이 많고 글자도 적은데, 진도가 더딘 책이다.
안 읽힌다는 의미가 아니라, 일흔을 넘긴 저자가 숨겨놓은
단어와 단어 사이의 숨겨 놓은 행간의 이야기를 듣기 위함이다.
사계절의 흐름에 따라 그녀가 그린 풍경 묘사를 쫒아가다보면,
어느 새 바람이 느껴진다. 핸드폰으로 글자를 넘기듯 책장을 넘겨서는 볼 수 없는 그림과 피부를 스치는 감각이 책에 오롯이 새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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