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들
신주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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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된 평범함 속에 갖힌 이방인들을 바라보다>



‘도대체 이해가 안돼.
미친거 아니니? -새끼, 미친 ㄴ’

삐리삐리삐리, 여러 동물들이 등장하는 욕설의 끝에 달린 미친 ㄴ, 미친 것들!
이야기를 듣는 것 만으로도 귀가 화끈 거리고 불편했다. 이야기 속에 등장 한 대상은 내가 아니었지만
줄 곳 그녀의 행동이 이해가 되었단 사실 만으로도 듣기 거북했다. 언제고 도마 위에 올라가 포기 떠질 횟감이라도 된 듯 얹잖은 감각이었다.

7가지 이야기 속의 등장 인물들은 조금씩 이상한 사람들이다. 평범함을 빗나간 인간들의 군상이 나온다. 도통 이해가 되지 않을 정신나간 것들의 이야기. 그런데 세밀하게 그들의 속을 파헤치고 들여다 보는 것 만으로도 납작한 세계가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 한 순간 휘발될 감정으로 행동하기 보다 깊은 사유와 사색으로 저항하는 이방인의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시선의 허들을 넘어서는 일이다.

​ 적절하게 객관화된 문체로 한발 물러서 인물들을 그린다. 그럼에도 본질을 꿰뚫는 비유와 직유 덕분에 차분하게 생각하게 한다. 한 이야기가 끝나고 또 다른 이야기 속 이방인들의 모습 속에 녹아 든 평범한 나를 발견한다.

​ 그렇다. 모두들 적당히 이방인의 모습을 숨기고 살고 있었다. 다만 강요된 평범함에 감추고 있을 뿐.
그것을 들 출 용기가 없을 뿐이다.


“오해든, 이해든 나는 주영의 관심사가
내가 글로 쓰는 세상과는 한 뼘쯤 비껴 있다고 생각했다. 너는 가격이 지배하는 세계에 나는 그것 이면에. 사실, 그렇게 넘어가는 쪽이 더 나았다. “

휘발, 공원 p99

분명 소설이고 허구임이 분명한데 에세이를 읽는 듯 누군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든다. 개별적인 상황 속에 은은하게 흐르는 본질의 씁쓸하고 애잔한 감정들이 넘쳐 흐른다. 나와는 다른 이들, 다른 결정을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조금은 온기가 담긴다. 아, 당신은 이래서 그랬구나.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아닐 테지만,
잠시 이해와 공감의 폭이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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