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건축 - 건축가에게 꼭 필요한 고민과 실천의 기록들
국형걸 지음 / 효형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부제가 건축가에게 꼭 필요한 고민과 실천의 기록들이다. 첫 장을 넘기기 전에

'아, 나는 건축학도가 아닌데 덮어야 할까?"

고작 4권의 건축가들의 책을 읽어보았다는 용기로 무모하게 첫장을 넘겼다. 부제의 무시무시한 경고와는 달리 글이 술술 넘어간다. 어려운 건축 용어대신 친절하고 쉬운 용어로 건축가가 아닌 자신의 전문 분야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 고민해봐야 할 질문들,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건축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 대한 고민,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 그 여정을 엿보는 일은 즐겁다.

건축이라고는 늘 네모 상자와 닭장같은 아파트(크기의 차이는 천차만별이지만-참고로 저는 땅에 붙어 사는 것을 선호합니다. 팡팡 뛰어도 아랫집에서 올라오지 않을 그런 집이요. 저의 선호와 상관없이 언젠가는 분양을 넣겠지만...)를 짓는일로만 알다 파리에서 처음 본 팡테옹의 돔, 그리고 노틀담의 성당의 뾰족뾰족한 탑, 그리고 지방마다 특색이 다른 지붕의 컬러는 강력한 충격이었다. 정확하게는 예술적인 충격이었다. 시대마다 유행하는 사조에 따라 바뀌는 예술품처럼 건축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얼굴과 옷을 바꾼다. 때로는 화려하게, 때로는 심플하고 단조로운 기능성의 옷들을 입는다. 미처 알지 못했던 혁신적인 건물들의 사진을 발견할 때 이미 오래된 건물이었음에도 감탄하며 들여다 보았다. 어느 고전주의 화풍의 그림 같기도 하고, 기하학에 집중한 그림은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 그림 혹은 르네의 그림을 보는 듯 하다.


사람들은 아는 만큼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간다. 자신의 전공분야,관심 분야에 대한 공부를 넘어서 다른 분야를 통확 영역의 확장은 시야를 넓혀준다. 건축이라는 딱딱하고 소화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건축이란 무엇인가란 본질적인 질문으로 시작해서 여러 사례를 통해 독자들 또한 답을 찾도록 유도 한다. 국형걸 교수님은 본인이 현재 활동중인 설계사이자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이다. 그래서 마치 대학교 교양 수업의 교과서를 보는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다. 그러나 이론 중심의 지루하고 난해한 교과서가 아닌, 쉽게 풀이되어 누구라도 흥미롭게 접근 하여 건축에 대한 이념을 확장시켜 읽을 수 있다.

버려지는 일회용 산업 팔레트를 이용해서 이동식 간이 무대를 만들고, 전시 배경, 휴식 공간을 만드는 일 등은 예술 분야에 몸담고 있는 내게도 커다란 충격과 자극이었다. 이동식 무대라고 하면 늘 남자들도 버거워하는 커다랏 덧마루를 세우는 일을 생각했다. 물론 덧마루가 필요한 무대도 있다. 그러나 팔레트를 사용하는 순간, 아이디어가 확장되는 그 무언가도 있다. 게다가 폐기물이 될 팔레트를 재활용해서 지구에 도움이 된다는 가치와 손쉬운 철거 작업이라는 것까지 매력적이다.

건축, 건물을 짓고 설계하는 일에 자신을 한계두지 않았다. 그리고 더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무엇이든 가능한 마법사처럼. 그런데 건축과 예술, 공학이 만나자 마법같은 공간의 변화와 지역이 되살아나는 결과를 만든다. 나는 기록된 것 이상의 결과는 아직 알지 못한다. 그러나 사례 속의 사진의 전과 후를 보고 난 후 삶속에서 지나치는 작은 조형물들, 구조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매일 오가는 산책로 곁에 세워진 공공시설의 태양열을 살펴보게 되고, 의미없이 지나쳤던 파고라 들의 간이 쉼터가 반갑게 다가왔다. 차타고 지나가며 흘려버린 고층 아파트들의 세부적인 모양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눈을 뜨고 걸어다녀도 관심이 없어 놓치던 것들이 비로소 내게 말을 건냈다.

건축학도도 전문가도 아니기에 작가의 말을 100% 이해하지 못했을 수 있다. 그러나 괜찮다. 인지하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어떤 분야든 사색과 철학이 가미되어 질문을 던지기 시작할 때, 확장은 일어난다. 교과서 적인 건축을 넘어서는 초월적인 차원, 포괄적인 개념의 예술적인 건축, 혹은 공학적인 건축을 발견할 수 있다.



오히려 도시의 색감은 일상적인 거리에서 느껴진다. 버스 정류장, 지하철 역의 캐노피, 자전거 거치대 등 주변의 공공 시설물을 둘러보자. 안타깝게도 대부분 어두운 회색이다. 대한 민국 모든 도시의 시설물이 거의 동일한 색이다. 이 정도면 색을 잃은 도시, 색감 없는 국가다. 온갖 심의와 규제가 우리 도시의 색을 통제하고 있다.


디자인은 전문 영역이다. (중략)

이는 단순히 즉흥적인 대중성이 아닌 해당 분야의 전문적 담론과 진지한 평가를 통해 탄생할 수 있다. 이런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존중과 대중과의 소통이 함께 할 때 우리 건축 디자인도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 p54

건축가의 일을 설계로 한정하고, 인허가를 내고 준공 검사를 하는 전문직으로만 본다면 건축가는 건축 시장이라는 틀에 갇히게 된다. 건축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다가올 시대에 우리사회에서 건축 지식과 경험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건축가가 되어야 할지 고민하고 성찰해야 한다.p73

팔레트는 폐기물을 만들지 않는 친환경적인 재료다. 열 가지 실험을 하며 팔레트가 특별한 전시 공간이나 미술관이 아니라 보다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이벤트 공간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봤다. 파렛트에는 무엇이든 구축할 수 잇는 잠재성이 있다. 며칠 내에 설치하고 철거할 수 있는 경제성과 효율성도 있다. 누구나 쓸 수 잇는 재료다.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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