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
"아무리 노력해도 상대를 붙잡을 수 없어. 깊이 사랑했던 사람들도 인연이 다하면 한순간에 낯선 이들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가끔은 그 어떤 변수에도 상관없이 영원히 너에게 이어져 있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하지. 연화와 나, 우리의 인연은 깊고, 지금의 이 삶을 초월한 전생에서부터 온 것이지."p92
-옥희
"우리가 하는 운동의 목적은 그저 멸종을 피하려는 게 아니라 정의로운 일을 하는 거야. 우리가 서로를 설득할 수 없는 평행선상으로 계속 되돌아오고 있다는 거 알겠나?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를 결정하는 것은 진정으로 논리의 영역 밖에 있어. 내 행동 방식을 이해해 주리라 기대하지는 않겠네. 나는 그저 내 영혼이 시키는 걸 한다고 말할 수 밖에 없겠지." p192
-3월 1일 거사를 앞두고 명보가 동창 성수에게. (아직은 급진적인 공산당이 되기 전)
"극장 밖에서 당신을 처음 봤을 때부터요. 왜냐고요? 그냥, 당신은 당신으로 거기 서 있었고, 나도 거기 함께 서 있었으니까....... 그렇게 단순하고 그렇게 복잡한 거예요.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거고요."p351
-인력거를 끄는 한철이 사랑하는 옥희에게
"소수의 몽상가들은 그들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달, 강, 기차역, 빗소리, 따스란 죽 한 그릇 처럼 평범하고 소박한 것들도, 몽상가들은 여러겹의 의미를 지닌 신비로운 무엇으로 받아들인다. 그들에게 세상은 사진이라기 보단 유화여서,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가장 바깥쪽에 있는 색깔만을 바라볼 때 이들은 영원히 그 아해 감춰진 색깔을 바라본다. 몽상가가 아닌 사람이 유리를 통해 보는 풍경을, 몽상가들은 프리즘을 통해 바라보는 셈이다." p417
"사실 술이나 아편 같은 거라도 없으면 다들 어떻게 버티겠어? 자살하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늘어날걸." 옥희는 감기처럼 흔해진 증상이 된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p428
-옥희가 아편에 중독되어 사라진 연화를 찾다가 정호에게.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용감한거지." p431
-정호 바닷가 고동카페에서
"그렇지만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우리 중 가장 강인한 사람은 바로 옥희 너야....... 내가 죽고 이 전쟁이 끝난 뒤에도 너는 꼭 살아남을 거다. "p467
-단이가 죽음을 앞두고 옥희에게
"아무도 믿지 말고, 불필요하게 고통받지도 마. 사람들이 하는 말 뒤에 숨겨진 진실을 깨닫고, 언제나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 그게 널 위한 내 조언이야."p514
-옥희에게하는 이토의 조언
"인생은 곧 바퀴였다. 영민한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주어진 그 바퀴를 잘 굴려 어디로든 갈 수 있었다. 반면 어리석거나 운이 나쁜 사람은 그 바퀴에 잘못 깔려 무참히 짓밟힐 수도 있었다. 그 두 극단 사이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직 그 바퀴를 앞쪽으로 굴러가게 하는 일에 온 힘을 쏟았다. p546
-사랑대신 야망을 택한 한철
-노년의 옥희가 바닷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