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하이웨이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샌프란시스코 링컨 공원에 있는 리번 오브 아너 미술관이야.

매년 7월 4일에 전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불꽃놀이가 여기서 펼쳐진단다.

p44. 8년 전 엄마의 엽서

매일 매일이 그날인 그곳을 벗어나 매일매일이 특별한 날을 위해 각자의 결함과 결핍의 소년들이 함께 모험을 떠났다.

7/4일까지 샌프란시스코에 가기 위해 미국을 횡단하는 최단경로 링컨 하이웨이를 타기로 했다. 삶의 여정이란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그것이 상황 탓이든 주변의 사람 때문이든 각각의 사연 까닭에 그들의 여행은 수정되었다. 함께 떠났으나 각기다른 목적을 품고 있던 그들은 에밋의 자동차 스튜드베이커에 올랐다. 10일간의 여정이 서로 다른 시점에서 이야기된다. 한 사건에 대한 당사자와 관찰자, 주변인의 입장을 모두 살펴 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웠다.

다른 이의 행동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전 이렇듯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들의 여행동지들은 마냥 꿈에 부푼 순수한 소년들이 아니다.

과실치사로 소년원에서 형을 살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이르게 퇴소한 에밋, 어린 동생을 책임지려는 성실함과 도덕관념도 있으나 그에게는 분노를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아킬레우스의 결점을 지니고 있었다. 분노의 댓가는 그를 평범한 삶에서 밀어냈다. 그 아무리 성실치 못하고 악한 녀석이 죽었다고 해도 그로 인해서 한 생명이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그는 결국 아버지의 집에 머물지 못하고 동생 빌리와 함께 새로운 삶을 찾아나서게 된다.

빌리는 조숙하고, 영특한 꿈꾸는 소년이다. 형 에밋이 하는 일들을 이해하지만 그의 분노에 대해서는 열을 세어야 한다고 절제 시킬 만큼 성숙하다. 적절한 판단과 추리력으로 금고의 번호를 예측하는 것도 그 자신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엄마의 결핍이 있다. 8년이나 연락없는 엄마의 남겨진 9장의 엽서를 보고 길을 떠날 만큼 헤맑기도 하고 무모하기도 하다.

더치스, 그의 행실에 관해서는 아무리 그의 시점으로 적혀 있어도 공감이 되지 않았다. 이해와 변명을 듣는다고 해도 그의 행위는 늘 주변에 피해를 입혔다. 그것도 아주 가까운 이들에게. 그럼에도 스스로 합리화하고 사과하지 않았다. 아니, 그는 자신의 잘못을 알지 못한다.

울리, 집으로 가고 싶었던 소년. 결국 집으로 가서 잠들었다. 빌리와 함께 평면도를 그리며 집을 꿈꾸는 듯 했으나 그의 마지막 편지로 인해 그는 결국 그곳에서 잠들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샐리, 소년들의 여정의 마지막에 참여하게 될 그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을 기꺼이 하는 그녀는 자신의 설탕절임을 에밋과 빌리가 먹는것이 좋았다. 그것이 연정이든 다른 무엇이든. 그녀는 다정하고 따스했다.

세상은 때로 차갑고, 그다지 관대하지 않다. 에밋의 과실치사는 그의 폭행이 발단이 되어 지미 스나이더가 뒷걸음질을 치며 굵은 케이블에 걸려 천막 말뚝을 바치고 있던 콘크리트 블럭에 머리를 부딪힌 사건이었다. 그는 그 사건에 대해 어떤 변명도 하지 않았다. 고작 18세 소년이 소년원에서 댓가를 치르고 나와서 할 수 있는 일은 피해자 가족의 폭행 위협과 실제 폭행을 견디는 일 뿐이었다. 심지어 에밋의 폭행의 원인은 지미 스나이더가 에밋의 아버지를 욕보인데 있었다. 물론 그의 폭행과 그의 과실로 인해 어린 생명이 죽은 것을 두둔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댓가를 치르고 나왔을 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도움의 손길이 없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그에게 도움을 주는 어른들의 조언은 모두 이곳을 떠나라는 현실적인 조언 뿐이었다. 세찬 바람을 고스란히 맞아야 하는 에밋과 그런 그를 이해하는 동생 빌리, 엉뚱하게도 그들 형제를 찾아온 더치스와 울리의 여정은 모험담이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만은 아니다.

한 마디로 그게 인생이지. 안 그래? 가보고 싶은 곳은 이곳인데 가야만 하는 곳은 저곳인 상황말이야.

p223

관대하지 않은 세상에서 만난 다정한 샐리의 존재는 그래서 반가웠다.

왜냐면 친절은 필요가 끝나는 곳에서 시작되니까

퍽퍽한 삶의 달콤한 설탕절임의 존재가 그랬고, 더치스가 떠난 후 에밋과 빌리를 위해 차를 타고 달려와주는 발걸음이 좋았다.

그리고 그것은 불필요하기 때문에 나는 그걸 만든다. 친절이란 다른 사람에게 이롭지만 의무적이지는 않은 불필요한 행위를 실행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p156. 샐리

811p 그 이후의 이야기, 진짜 모험의 시작이 궁금했다. 자신들의 몫을 가지고 7월 4일까지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과정을 겪을 것인가. 빌리는 자신이 모험을 하고 있다는 것에 확신했으나 그 중간을 알지 못해 아무것도 기록할 수 없었다. 아마도 이 이야기가 끝나는 그곳, 1500마일을 잘못된 방향으로 왔기 때문에 이제 곧 3000마일을 더 여행해야 하는 시발점에서 그들의 이야기가 다시 적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1500마일을 잘못된 방향으로 왔기 때문에 이제 곧 3000마일을 더 여행해야 하는 시발점에 서게 될 에밋은, 자기 안에 있는 히믕ㄴ 본질적으로 새로운 것이며, 자기자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자기 자신만이 알 수 있고, 자기는 이제 막 그것을 스스로 깨닫기 시작했다는 것을 믿었다.

p803


<우아한 연인>과 <모스크바의 신사>의 작가 에이모 토울스의 세 번째 장편 소설이다. 이 소설은 전작과는 많이 다르다. 작가가 자신의 출판물을 자기복제하는 일을 기피하는 것으로 유명해서 창작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다시 설정한다고 한다. 이 소설은 링컨 하이웨이를 여행하며 생긴 이야기를 담은 책은 아니다. 되려 뉴욕시까지 가는 길, 그리고 뉴욕에서의 일들 여행의 계획에서 벗어난 과정이 담겼다. 8명의 서술자가 나와 다중시점을 이용한다. 소년이 길 위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을 담았으나 울리와 더치스는 끝내 불운한 결핍의 소년들로 남았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