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술사
이원정 지음 / 양양하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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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술사>

지은이 : 이원정

펴낸곳 : 양양하다


가을이 풍기는 정취와 잘 어울리는 소설 한 권을 만났다.


미국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작가가 자신이 직면한 감정을

소재로 하여 한 편의 시를 쓰듯 써 내려간 소설 감정술사는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본질과 감정을 판타지적인 시선과

시적 묘사로 잘 그려낸 작품이다.


소설은 거창하지 않다.

"감정"이라는, 인간의 심연을 주로 삼아 전개해 나갈 뿐이다.


비가 와도 젖지 않는 남자와 늘 물속에 잠겨 있는 아이.

죽은 자의 피를 증류하는 연금술사와 달빛이 눈부셔서 잠을

잘 수 없는 외톨이 한 아이.


그러나, 남자는 어느 새부턴가 젖기 시작했고

늘 축축한 아이는 호수 앞에서 자신의 목숨을 포기했으며,

외톨이는 달빛에 의해 밤을 지새우다가 슬픔이란 감정을 깨닫는다.


슬픔을 불순물이라고 여겼던 남자는,

증류기를 이용해 죽은 사람들의 피에 서려 들던 슬픔을

제거하고 스스로를 신과 같은 존재라고 칭하지만,

항상 슬픔에 젖어 있어 몸이 마를 날이 없는 아들을 지켜보는

그의 삶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을 듯하다.


죽은 아들의 피를 증류시켜 슬픔을 걷어내고자 했지만

슬픔까지도 다 연기가 되어 날아가 버린 그 현실 앞에

그는 처음으로 젖는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슬픔은 과연 무엇일까.

없애도 되는 감정일까. 슬픔이라는 감정이 없어지면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떠올랐지만,

결론은 슬픈 감정을 느끼는 것이 오히려 행복하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감정을 오롯이 느끼는 것은, 사실 축복이다.

그것을 인위적으로 억제한다는 것은 삶을 망가트릴 수 있는

요소 중의 하나이니까.


두 번째 파트에 등장한,

달빛에 눈이 부셔서 잠들지 못하는 외톨이 아이는 자기의 감정을

억누르다가 끝내 표출하고야 만다.


p.139

"나는 슬프다".

아이가 암흑뿐인 허공을 향해 외친다.

그리고 그 말이 자신을 지켜주는 주문인 것처럼 되뇐다.


작가는 이 마지막 장면을 통해 하고 싶던 말을 외친 것 같았다.

슬픔을 느낀 이 아이는 자유함을 느낄 것이고

앞으로도 진정한 슬픔 앞에서도 자기를 지켜나가지 않을까..


"감정"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선물이라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 준 책.


헤세드의 서재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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