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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의 기린 ㅣ 파란 이야기 20
김유경 지음, 홍지혜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책을 펼치자마자 ‘아, 이건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창밖의 기린>은 인공지능이 만든 가상 도시 ‘리버뷰’에 가족을 두고, 홀로 현실에 남게 된 소녀 재이의 이야기예요. 설정만으로도 궁금증이 생겼는데,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외로움과 희망이 교차하는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 왔습니다.
재이는 혼자가 된 현실 속에서 처음으로 외로움과 두려움을 깊게 느끼게 돼요.
그런데 어느 날 창밖에 기린이 나타나죠.
그 기린의 이름은 ‘럭키’. 너무도 비현실적인 순간인데, 묘하게도 따뜻하고 자연스럽게 다가왔어요.
럭키와의 교감이 시작되면서, 재이 안에 숨겨져 있던 감각과 용기가 조금씩 깨어나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어요.
특히 창문 너머로 럭키와 눈을 마주하는 장면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단순히 동물과 만나는 게 아니라, 혼자라고 생각했던 재이가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거든요.
그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숨을 고르게 되고,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이야기는 재이와 럭키의 만남에서 멈추지 않아요. 현실에서 함께하는 친구 소라와의 사건 해결 과정도 흥미로웠습니다. 누군가와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재이가 점점 자신감을 얻는 모습은, 아이들이 읽으면 용기를 얻고 어른들이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부분 같았어요.
좋았던 건 이 책이 단순한 성장 동화를 넘어선다는 거예요. 현실과 가상 세계, 인간과 자연 사이의 경계를 차분히 묻고 있어요. ‘디지털 유토피아가 과연 완전할까?’, ‘진짜 나답게 산다는 건 뭘까?’ 같은 질문을 자연스럽게 꺼내주죠. 읽는 내내 저 역시도 지금 내 삶을 되돌아보게 되더라고요.
게다가 이 책은 제2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어린이 부문 대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해요. 120명의 어린이 심사위원이 직접 뽑은 수상작이라니, 아이들이 왜 이 책에 그렇게 공감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어요. 문장은 섬세하고, 홍지혜 작가님의 그림은 생생하면서도 따뜻해서 페이지마다 마음이 차분해졌습니다.
읽고 나면 단순히 한 편의 동화를 읽은 게 아니라, 마음속 창문이 열리면서 새로운 바람이 들어온 기분이 듭니다. 재이와 럭키의 만남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연결’의 의미를 전해 주거든요.
저는 이 책을, 외롭다고 느끼는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위로로, 또 ‘진짜 나’를 찾고 싶은 어른들에게는 잔잔한 질문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책장을 덮고 나면, 아마도 당신의 창밖에도 기린 럭키가 조용히 고개를 내밀고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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