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인생도 편집이 되나요?
이지은 지음 / 달 / 2021년 11월
평점 :
15년 동안 여러 출판사를 거치며 편집 일을 하고 있는 이지은 편집자의 에세이다. 개인적으로 타인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기분이 들어 에세이를 즐겨 읽지는 못한다. 하지만 [내 인생도 편집이 되나요?]는 마치 사회생활에서 만난 멘토가, 나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는 언니가 해주는 이야기 같았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기초가 되는 부분들이 ‘편집자’의 일이기 때문에, 미래에 편집자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사실 책을 읽어내려가며 편집자가 이렇게 많은 일을 맡아하는 줄은 몰랐다. 그저 상상하기로는 기획자가 별도로 있고, 기획자가 섭외하거나 기획자에 의해 섭외 된 작가의 글을 편집자가 구성해 주고 교열해 줄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게 끝인 줄로 생각했다. 하지만 책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거의 모든 일을 편집자가 담당하고 있었다. 책의 서사가 시작되는 작가 섭외부터 기획하여 출판 결정, 원고 검수는 물론이고 표지 디자인 의뢰, 심지어 정산과 북토크 같은 오프라인 행사도 담당한다. 편집자가 아니라 매니저나 다름없다. 그 책의 전담 매니저. 그렇다 보니 담당한 책에 대한 애정이 가득할 것 같다. 2020년만 해도 6만 5천 권의 책이 나왔는데, 그중에 몇 권이 내 손으로 만들어진 책이라니, 애정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그만큼 쏟는 시간도 많다는 얘기로 보인다. 저자 또한 ‘일’에 한없이 사로잡혀 살다가 자신의 시간을 찾는 법을 배워나가기도 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저자가 수영이라는 휴식처, ‘딴짓’을 찾았을 때다.
“세상과 언제든지 연결되어있는 상태는 그 자체로도 적잖은 스트레스였다는걸. 하루에 두 시간 정도는 모든 연결을 끊은 채 물속에 있는 시간은, 지금 여기 나에게 집중하기 위한 휴식이 되었다.”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간과하고 살고 있는,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마련 해주는 것. 소위 말하는 ‘워라밸’을 지키기 어려울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현실에서 잠깐씩은 벗어나리라 마음먹어본다. 같은 결로 책의 막바지에서 업무를 하면 상대방이 선을 넘을 때, 그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런 일은 너무나도 동감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저자는 이런 일에 대해 크게 휘둘리지 말라고 얘기한다.
“오늘의 파도를 넘은 것에 안도하고, 내일의 파도는 내일 걱정하기로 하자. 일단 잠은 두 다리 쭉 뻗고 자기로 한다. 일을 오래하기 위해서는 나만 손해인 일은 하지 않는게 중요하다.”
백번 맞는 말이다. 문제가 생긴 일에 대해서는 당연히 해결해야 하지만 그 문제가 내 손 밖에 있거나 너무 큰 정신적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는 그 상황에 갇히지 말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세상에서 나를 지켜줄 건 나밖에 없다.
끝으로, 아무리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가 필수품이 되는 시대라고 해도, 결국 종이책은 꾸준히 소비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전년 대비 종이책 판매량이 8%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사그락거리는 책 넘김은 도서의 시그니처가 되었기에 종이책이 계속 존재함은 어쩔 수 없는 게 아닐까.
“세상은 늘 빠르고 소란스럽다. 책은 느리고 고요하다.”
나 또한 책을 주로 읽는 시간이 매일 밤과 새벽쯤이다. 소란스럽지 않은 나만의 시간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시간을 챙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편집자분들을 종종 생각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