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얘기한 그 이유는 위와 같은데, 이는 그가 사장으로 부임하던 당시의 신생 기업이었던 jtbc의 위치를 대변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발화의 영향력이 타사보다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jbct는 생각보다 많은 영향력으로 힘을 키워갔다. ‘장면들’에 담긴 이야기들이 증빙을 해주는거나 마찬가지다. 1부-‘어젠다 키핑을 생각하다’에 담긴 여섯가지의 보도들은 jtbc의 뉴스를 TV 앞에서 챙겨보지 않던 나 조차도 대부분 알고 있던 이야기들이다. (단 하나, ‘6.우리는 평양에 가지 않았다’만 제외한다면.)
분노하는 마음에 광화문 집회에 뛰어 들었던 추운 날의 겨울도, 성폭행을 당하고도 조용히 있어야 했던 강요를 당하던 사람들 사이에 피어오른 고발들도 기억에 남고 감정적으로 불꽃이 튀게 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잊을 수 없는 건 2014년의 봄에 일어났던 일이 아닐까 싶다. 아직도 그 날이 생생하다. 대학교 2학년, 새 학기가 시작한지 한달 즈음 지나고 있었고, 여느 때와 같이 오전 전공 수업이 끝난 뒤 점심을 먹고 있는데 고등학생들과 일반인이 탄 배가 가라 앉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내 곧 모두 구출했다고 뉴스가 떠서 별일 아닌가 보다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구조는 커녕 아무 조치도 못하고 있었고 심지어 배는 가라앉고 있었다. 처음에는 지켜보는 모두가 걱정의 마음이 컷지만 이 사건의 진상이 나올 수록 분노가 가득찼다. 모두가 다 아는 그 이야기들. 그러다 잊혀져 갔다, 여느 일들처럼 그렇게. 그 잊혀짐 속에서도 팽목항을 지켰던 건 jtbc의 기자들이었다. 무려 287일 동안, 거의 1년이 다 되는 시간 동안 그 현장에서 매일 같이 중계를 했다. 그 어떤 말보다 팽목항에 ‘남겨져 있던’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되어 주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2010년대는 그 어느 때보다 다이나믹했고, 그로 인해 많은 변화들을 불러오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