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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반양장) ㅣ 창비청소년문학 106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평점 :
소설Y 대본집 #01
나나
“당신의 영혼을 찾으러 왔습니다.”
‘나’에게서 ‘나’로 돌아갈 시간, 단 일주일!
무엇이든지간에 열심이었던 ‘한수리’. 공부도 수행평가도, 트렌드도 그 누구보다 뒤쳐지지 않는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리고 일련의 사건으로 인하여 모든 것을 포기한채 살고 있던 ‘은류’. 참 다르고도 같은 구석이 있는 두 고등학생은 버스 사고로 인하여 영혼이 육체에서 빠져 나오게 되고, 그런 영혼을 데려가는 ‘선령’을 만나게 된다. 모범생의 표본이었던 수리는 지금까지 본인이 쌓아온 인생을 놓치기 싫어 어떻게든 원래의 육체로 돌아가는 방법을 강구했고, 류는 그 의지마저 없었다. 하지만 육체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은 단 일주일 뿐이었다.
•한수리의 이야기
3자의 눈이 되어서야 본인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었다. 영혼이 없는 육체에는 그저 욕심만 남아서 다른 사람의 결과물로 수행평가를 제출하려했다. 그걸 본 수리의 영혼은 선령의 한기를 사용해서 수리의 육체가 학교에 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단순히 거짓된 결과물을 내는 것을 걱정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결과물을 제출해서, ‘한수리는 남의 결과물을 가져온다’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는 일을 막기위함이었다. 수리는 나의 양심을 위해 그 일을 막은게 아닌, 다른 사람이 나를 보는 시선을 신경썼기 때문이었다.
나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게 아닌, 남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에 초점을 맞춰 살아가는 수리의 영혼은 과연 ‘나’에게 진심으로 다가가 육체로 들어갈 수 있을까?
•은류의 이야기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류. 하지만 아픈 동생이 있어 부모님의 관심은 모두 동생에게로 쏠렸다. 그래서 류는 어렸을 때부터 주변에서 동생이 아프니 속썩이지 말아야한다, 동생에게 잘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류가 먼저 잘못하지 않아도 잘못을 인정해야했고, 본인을 위해서 산다기보다는 동생을 계속해서 신경쓰며 살아야했다. 본인의 삶은 뒷전이 된 채. 그렇게 평생을 강압적인 배려안에서 살아온 류는 학교를 다니면서도 친구든, 선생님이든 부탁하는 것에 대해 거절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류의 영혼은 굳이 ‘나’의 육체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고, 선령과 함께 가게 된다면 그렇게 하겠다는 태도로 일주일을 보내고 있었다.
• 선령과 한수리와 은류의 이야기
선령은 영혼 사냥꾼이라는, 영혼을 데려가야하는 임무를 받기는 했지만 수리와 류의 영혼들이 제 육체를 찾아가길 원했다. 선령이 염라에게 올린 두개의 서를 보기만해도 이런 말이 나온다.
“ 각자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가는 듯 보입니다.”
“ 솔직히 제발 그냥 둘이 좀 알아서 했으면 좋겠다는 뜻입니다.”
사실 영혼을 잃은 두 청소년들의 안타까운 이야기인데 선령이 있어 유쾌하기도 하다. 선령이 수리와 류에게 툭툭 던지는 말들에는 성의가 없어 보이는 말투이기도 하지만, 그 누구보다 진심으로 두 청소년이 육체를 찾아가길 원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은 선령의 말은 이러했다.
“네 영혼에 주파수 좀 맞춰 보라고. 내가 아무리 선령이라지만 그 마음의 주인보다야 잘 들을 순 없거든.”
이 소설에서 두 영혼이 본인의 육체를 찾았을 지는 직접 책을 펼쳐보는 것을 권한다.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부분이 많이 나오고, ‘나’는 ‘나’처럼 살고 있었는지 많은 생각이 든다. 과연 지금 살고 있는 ‘나’는 내가 맞는지, 누군가의 입맛대로, 남의 눈치를 보며 살고 있는 건 아닐지 두번 세번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
‘나’의 영혼이 ‘나’의 육체에서 벗어난다면 나는 과연 일주일 안에 육체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