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 현실 편 : 역사 / 경제 / 정치 / 사회 / 윤리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개정판) 1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약 5년 전인 2014년 겨울, 넓고 얕은 지식 붐을 일으켰던 채사장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지대넓얕 제로가 나오며 기존에 있던 1권과 2권의 내용이 다듬어져서 다시금 세상에 나왔다. 1권은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의 내용인 현실의 이야기, 2권은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의 내용인 현실 너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각각 5개의 주제들이 이분법으로 소개되어 있어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수많은 특성을 갖고 있는 주제들을 명확히 2개로 나눌 수는 없는 것이 분명하지만 우선 지대넓얕 통해 주제들에 대한 이해를 한 뒤에 더 많은 이야기의 낱낱을 파헤쳐 보기에는 좋은, 걸음마가 되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더불어 되도록이면 앞장부터 순서대로 읽는 것을 추천한다. 서로의 주제들이 유기적이어서 한 부분만 먼저 읽으면 이해하는데 오히려 복잡해질 수도 있다. 그럼 차근차근 발을 디뎌보자.



현실 여행서인 지대넓얕 1권은 역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시간에서 발걸음을 시작한 역사는, 직선적 시간관과 원형적 시간관으로 나눌 수 있다. 직선적 시간관은 시간은 하나의 방향으로 계속해서 흘러간다는 것이며, 그리스도교인 서양의 관점에서 풀어낼 수 있다. 원형적 시간관은 시간은 반복되고 순환한다는 것이며 불교의 사상을 갖고 있는 동양의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시간관에 따른 가치의 차이는 진보적 역사관과 순환적 역사관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책에서는 역사는 끝없이 발전해나간다는 진보적 역사관의 틀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역사는 크게 다섯 가지, 원시,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를 나누는 기준은 마르크스의 역사 발전 5단계 설에 기반한다. 원시, 고대, 중세, 근대는 ‘생산수단’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이야기 된다. 이 생산수단의 소유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권력이 나누어졌다. 서로 협력하며 지내왔던 원시 공단시대에서 권력이라는 장치가 파고들며 고대 노예제 사회로 변화되었다. 더 큰 힘이라고 할 수 있는 생산 수단을 갖고 있는 자가 왕이 되었고, 그 외의 사람들이 귀족, 평민, 노예가 되었다. 지배체제가 들어오면서 계급이 세분화된 것이다. 생산수단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 계급이 생성되었다. 그 이후 봉건제 사회를 거치며 계급이 더욱 세분화되었다. 이런 체제가 천 년간 유지되었으나 상업의 발달과 공장의 탄생으로 중세 후기부터 사회 분위기가 흐트러졌다. 새로운 생산수단인 공장이 생기며 자연스럽게 새로운 지배 계층이 생겼고, 이 지배계층이 바로 부르주아였다. 기존의 지배계층인 왕과 부르주아는 서로 다른 가치관 때문에 부딪히고 말았고 신권력인 부르주아가 승리하였다. 이 세계적인 사건이 바로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다.



그렇게 공급 과잉, 가장 일반적인 자본주의의 상태인 산업화가 찾아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격 인하와 시장 개척이라는 방법을 찾아 실행했다. 시장 개척은 포화 상태인 현재의 시장에서 벗어나 또 다른 타겟을 찾는 하나의 방법이었는데, 그 대상은 원주민을 찾아내어 협박해서 구매하게 만들고 결국 식민지화해버리는 제국주의를 불러일으켰다. 산업화된 국가들은 식민지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했고 이 시대를 제국주의라 하였다. 이 와중에 다른 국가들보다 늦게 산업화를 맞이하여 제국주의를 펼치고 있던 독일은, 독일의 동맹국인 오스트리아의 황태자가 러시아 지역에서 민족 문제로 암살당하자 이를 빌미로 오스트리아는 세르비아에, 독일은 러시아에 선전포고를 하며 제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났다. 허나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3국 동맹이 지게 되고, 영국, 프랑스, 러시아가 패배국에 전쟁의 책임을 묻는 베르사유 조약을 체결했고 독일은 전쟁 배상금을 물고 영토를 연합국에 넘기고 군대 보유까지 제한받게 되며 회복은 커녕 더욱 침체하고 말았다. 끔찍한 전쟁은 막을 내렸고 전쟁 중 수많은 물품이 판매 되며 일시적으로 공급 과잉을 해소하며 경제적인 성장을 불러왔다.



이런 경제 성장은 미국의 유례없는 호황을 가져왔고 많은 사람들이 성장하는 기업의 주식을 사기 위해서 빚까지 내며 투자했다. 하지만 수요가 폭발하며 잠시 동안은 성장세를 맞이하였지만 곧 수요는 충족되었고 다시 공급 과잉이 되며 기업은 수익이 예전만큼 나지 않아 노동자를 해결하고 가격 인하 경쟁에 돌입했다. 하지만 노동자는 수입원이 없어 결국 소비 능력을 잃어버려 수요가 일어나지 않는 악순환에 빠져 1929년 세계 경제 대공황이 일어나게 되었다. 세계 경제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정부가 손을 써서 댐 건설, 철도 건설 등을 진행하며 인력을 구해서 임금을 받을 수 있게 하여 수요를 늘리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적으로 공급이 필요해져서 공장이 가동되고 기업들도 살아날 수 있다. 이는 미국에서 실행한 뉴딜 정책이며 수정된 자본 주의의 모습이라 볼 수 있다. 이렇게 차츰차츰 경제는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또다시 공급 과잉과 식민지가 도래되면서 전쟁은 찾아왔다.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일본은 중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청일 전쟁, 러일 전쟁을 일으켜 타이완과, 조선, 사할린을 식민지로 얻었으나 세계 대공황의 영향으로 더 넓은 시장인 대륙으로의 진출을 꿈꿨다. 하지만 중국은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가 꿈꾸는 시장이었기에 이들은 일본과 대립하며 전쟁이 시작된다. 다시 한번 승리를 노린 독일과 일본, 그리고 이탈리아 3국과, 그에 연합군(영국, 프랑스, 미국, 소련, 중국 등)이 대립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연합군의 승리로 전쟁은 끝이 나며 근대는 막을 내렸고 지금의 현대가 찾아왔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승전국인 미국과 소련이 세계를 잡았고, 각 나라의 경제체제인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대립했다. 이 대립은 아슬아슬하게 지내오다 소련의 경기 침체로 공산주의의 허점이 보이며 소련이 해체되고 러시아와 15개의 신생 공화국으로 나누어지며 냉전 시대는 막을 내렸다. 끝내 자본주의가 승리한 것이다. 냉전 이전의 자본주의와는 다른, 정부의 개입을 비판하는 신자유주의가 새로운 경제 체제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런 신자유주의는 겨우 30년 동안 우리와 함께 해왔기에 그보다 더 과거의 사람들은 지금과는 전혀 다르게 살았을 것이다. 그만큼 평범하지 않고 예측할 수 없었던 사회였다는 게 우리가 역사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분명 중고등학교 시절에 역사와 사회 과목의 교과서 안에 들어있는 내용이지만 그 시절에 나에게는 너무나도 지루하고 어렵기만 했다. 이제 와서 읽으니 이토록 흥미롭고 눈에 잘 들어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 결과 역사의 일련들이 점점 체감이 되었기에 그렇지 않을까 싶었다. 아주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결국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에서의 경제 체제와 사회 분위기 등은 이 전의 과정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 터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이전 보다 훨씬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살고 있으니 지금의 체제도 언제 바뀔지 모른다. 이전보다 더 많은 사회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고, 겉으로 마련되어 있는 틀은 같게 유지될 수 있으나 그 속의 세부 사항들이 더 많아지고 복잡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먼 미래의 역사가 될 오늘날과 앞으로 찾아올 시간들이 궁금하기도, 두렵기도 하다.



역사에 뒤이어 나오는 이야기인 경제, 정치, 사회, 윤리 모두 이어져 있다는 게 새삼스레 확 느껴졌다. 이런 과거의 일들을 모른다면 지금의 경제와 정치, 사회가 어떻게 이루어지게 되었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예전의 일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기도 하고 공감도 하며 지대넓얕 1권의 마지막 장을 넘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