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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할 때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 - 욕망과 결핍, 상처와 치유에 관한 불륜의 심리학
에스터 페렐 지음, 김하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평점 :
이 책은 불륜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불륜’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처음으로 드는 생각이 ‘부정’이다. 옳지 않고 나의 편에 서 있는 사람에게 등을 돌리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건 당연하다. 이 책에서는 불륜을 감싸지도 않고 정당화하지도 않는다. 다만 제 삼자의 시선에서 냉정한 태도로 다양한 불륜의 사례들을 살펴본다. 불륜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최대한 ‘사실’에 기반하여 써 내려가고 있고, 인류학자와 탐험가의 접근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저자인 에스터 페렐은 커플 심리치료자, 강연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으며 상담이나 교육을 했을 때, 강연이나 사적인 대화를 하면서 공유한 이야기들을 분석하여 책에 담았다.
불륜은 나쁘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잠시만 접어두고 있어도 좋다. 저자는 무조건적으로 불륜을 비판하기보다는 왜 불륜이 일어났고,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며, 어떤 결과를 맞이할 수 있는지 또 그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 분석하고 있다.
불륜의 세 가지 요소를 나누어보자면, 비밀, 성적인 마력, 감정의 개입이 있다. 비밀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나의 연인에게 말하지 않는다는 요소이다. 성적인 마력은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느끼는 무언가가 될 수 있으며 단순히 성관계로 한정 짓지 않는다. 감정의 개입은 감정적인 외도인데, 성적인 여지가 없더라도 정신적인 관계가 있다면 불륜이 될 수 있고 이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 흔히들 말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이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세 가지 요소에 따라서 불륜이 갖춰지긴 하지만, 예전과 지금의 불륜의 조건이 조금 다르다. 과거의 결혼과 지금이 결혼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과거의 결혼은 실용적인 합의를 위해서 이루어졌다. 경제적인 부분을 둘이서 채운다던가, 자녀 양육을 위한다던가 등의 이유로 결혼을 하였지만, 지금은 서로의 존재를 소중하게 존중시켜줄 수 있는 사람과의 결혼을 원한다. ‘나’와 ‘우리’를 위한 결혼이지 않을까. 그래서 과거에 비해서 서로가 더욱 끈끈해지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오히려 서로를 위한 만남으로 결혼을 택했음에도 불륜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서로의 행복을 위해서 결혼을 했기 때문에 그만큼 불륜은 더 큰 아픔과 충격으로 찾아온다. 나의 애인의 불륜 사실을 듣게 되면 무엇보다 충격이 먼저 찾아온다. 이를 극복하는 사람도 있고 그 상태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사람도 있다. 이 과정에서 극복을 하기 위해서는 불륜이 준 상처와 본질을 분리하여 환기시키고 회복을 해야 한다. 외도는 사랑의 상실이 아닌 자아의 상실이 되어 자기비판적이고 극단적인 상황까지 끌어갈 수 있기에 이를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의 삶에서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충격의 정도는 기간이나 상황이나 심각성에 비례하지 않기에 어떤 불륜이 더 심각한 정도인가를 단정 지을 수 없다.
바람이나 배신을 얻게 되면 나의 단점을 극대화해서 자기비난과 자기혐오로 이어지기도 하고, 상대에게 복수의 마음을 가져 더 큰 상처로 돌려주겠다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복수를 방지하고 관점을 바꾸면서 나를 더 아껴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모든 행동에는 원인이 있듯이 불륜에도 원인과 동기가 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규칙을 어기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이 불륜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살아보지 못한 삶의 유혹에 이끌려 애인을 배신하고 불륜을 저지를 때도 있다. 직접적인 불륜의 원인과 동기는 상대방이 나에게 소홀하게 행동을 해서 그럴 수도 있고, 부모라는 책임감에 압박감이 크게 느껴져 같이 살고 있는 배우자와는 친밀감을 쌓을 시간을 만드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경우일 수도 있다. (밖에서 ‘아기 엄마 혹은 아기 아빠’가 아닌 ‘나’그 자체로 대우를 받게 되는 경우를 생각해보라.) 이런 원인과 동기로 인해서 무조건 불륜을 저지르게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이 직접 걸어가고 있는, 또 걸어온 길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에는 힘드니 전문가의 상담을 빌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면 불륜으로 이어지지 않고 해결할 방법이 분명 있을 터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서로에 대해 소홀해지지 않으며 불륜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소통과 교감이 필요하다. 우리는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왔고 그렇기에 삶에서 얻고자 하는 것도 다르다. ‘독점적 관계’라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복잡한 규칙이 있어도 좋으니 서로 간의 집합을 많이 만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우리 모두는 완벽하지 않고 서로에게 100% 맞추며 살 수 없으니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대화해야 한다. 물론 평소에 갖고 있던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기란 쉽지 않지만, 건강한 대화가 건강한 관계로 이어지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 않은가. 대화와 교감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면 제3자의 도움을 빌려서라도 좋은 방향성으로 나아갈 수 있는 대화를 풀어내었으면 한다.
불륜이 일어나버린 경우, 헤어지는 경우와 다시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다시 만나는 당사자들은 대략적으로 세 가지의 결과를 보인다. 과거에 사로잡혀 계속해서 고통받는 경우는 상대방이 불륜을 저지른,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쪽인데, 배신을 당한 고통에 하루하루 힘겹게 지낸다. 노력해서 과거를 떠나보내어 관계를 재건하는 사람은 헌신의 큰 의의를 두어, 서로의 관계를 돌아 보며 금이 간 곳은 더 이상 금이 가지 않도록 메꾸고 탄탄하게 지어진 곳은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 보완을 한다. 자기중심적인 욕망에 집중하기보다는 관계, 장기적인 시각에 초점을 둔다. 더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탐험하는 경우의 사람은 오히려 외도가 기폭제가 된다. 물론 상처는 받겠지만 계속해서 상처를 안고 있어서 좋을 것은 없으니 하나의 답을 찾기보다는 서로의 빈 공간을 채우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무엇보다 불륜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가 협력하고 보완하면서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금지된 불륜을 서로의 관계 속으로 끌고 들어와서 외부의 힘을 전복시켜버리는 것도 하나의 불륜 방지 방법이 될 수 있다.
거듭하여 말하지만 나도, 저자도 불륜을 추천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불륜이 이미 일어난 상황에서 조금은 냉정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필요성이 있고, 그 순간에 놓였을 때 대처하는 여러 개의 방안을 보여주며 관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을 뿐이다.
에스터 페렐의 테드 강연을 끝으로 이번 서평을 마친다. ‘우리가 사랑할 때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의 내용을 전반적으로 담고 있으며, 에스터 페렐의 강연을 본 뒤 조금이라도 내용이 더 궁금해진다면 이 책을 꼭 펼쳐보았으면 한다.
[TED]불륜에 관해 다시 생각해보기 - 에스터 페렐
https://youtu.be/FphJ4jcGS_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