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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알고 있다 - 꽃가루로 진실을 밝히는 여성 식물학자의 사건 일지
퍼트리샤 윌트셔 지음, 김아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나는 법의학이나 식물학, 화분학에 대해서 문외한이다. 그렇기에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이 적을뿐만 아니라 그만큼 관련 서적에 손이 쉽게 가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을 접하게 된다면 그 어떤 분야보다 매력적으로 식물학과 법학을 접하게 될 것이다. 책의 저자는 식물학자인 퍼트리샤 윌트셔이다. 퍼트리샤 윌트셔는 법의생태학의 선구자이며, 법의학의 여왕이다. 법의생태학은 범죄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 세계의 한 측면을 해석하여 형사와 함께 사건을 헤쳐나간다. 사건 현장에 있는 자연의 흔적인 흙, 포자, 미생물 등을 분석해서 증거화한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유기체들이 범인과 자연 세계의 접점을 만든다.
실제로 화분학적인 증거를 통해서 많은 범죄자들의 자백을 불러내었기에 그만큼 신중하고 전문적인 실력이 있어야 하는 직업인것은 분명하다. 증거인멸을 시도하여 지문이나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 아무리 똑똑한 범죄자라고 하더라고 옷과 신발에 묻은 꽃가루로 흔적을 찾아낼 수 있다. 식물의 흔적으로 시체가 어디에 있는지, 범인의 동선이 어떤지 파악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근거와육감으로 범죄 현장을 구성하기에 신중에 또 신중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그것이 알고싶다’, ‘궁금한 이야기 Y’, ‘CSI 과학수사대’ 등과 같은 프로그램 및 다큐멘터리를 좋아하긴 했지만, 포자와 꽃가루로도 수사를 하는 건 정말 신기했다.

특히 ‘균류’를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한 챕터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균류란, 세균, 점균, 버섯류, 곰팡이류를 의미하려광합성을 하지 않는 식물류이다. 지구 생태계에는 수많은 균류가 존재하고 있지만, 동물과 식물에 비해서 연구가 극소량만 된 분야이기도 하다. 균류는 규모도, 또 다양성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아주 작은 부분만 알고 있는 것이 실상이긴 하다. 나무나 죽은생물을 분해하면 균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생물이 죽게 되면 균류의 먹이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1차적인 흔적 증거에서 균류는 큰 역할을 한다. 균류는 먹을 것이 있다면 유리나 종이, 나무, 가죽 등 어디에나 있기 때문에 큰 분석 대상이 된다.
균류학은 한 토막살인 사건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도 했다. 이 토막살인 사건은 한 남녀가 동료의 재정 상태가 부럽다는 이유만으로 그 동료를 죽이게 되는데, 동료는 불운하게도 살해를 당한 뒤 신체 부위가 넓은 지역에 걸쳐서 흩어졌다고 한다. 저자는 발견된 동료의 다리, 팔 등의 신체 부위로 균류를 분석했다. 먼저 다리가 버려진 장소의 식물 환경을 분석하고 범인의 경로를 추적했다. 그 뒤로 또 다른 신체 부위도 발견이 되었는데, 햇빛을 받지 못할 때 생기는 특정 균류의 특성으로 사건을하나하나 더듬어갔다. 시체 발견 장소에서 나온 특정 균류로 여러 개의 케이스를 만들어 시간의 흐름을 본 결과, 시체가 버려진일자를 추적할 수 있었고 올바른 방향으로 수사가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눈으로는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 범인을 잡고 사실을 밝혀낸, 마치 소설 같은 사건이었다.
저자인 퍼트리샤 윌트셔는 본인이 갖고 있는 능력이 원활히 쓰일 수 있을 때까지 이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또 더욱 중립적이고신중하게 꾸준히 일을 하여 존중받는 사람이 되는 것을 원하는데, 이 책만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큰 능력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기에 더 많은 그의 이야기들을 듣고 싶어지고 응원하고 싶다. 무려 25년 동안이나 본인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건 더 발전하고싶어하고 노력하는 그의 마음가짐이 업계에서도 그를 꼭 필요로 했을 것이다. 법의생태학의 선구자인 만큼 앞으로 그의 행보와영향력이 더욱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