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 짓다 - 듣는 순간 갖고 싶게 만드는 브랜드 언어의 힘
민은정 지음 / 리더스북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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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벌리스트”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들어본 적이 있는가? 브랜드 버벌리스트는 브랜드의 첫 숨을 불어 넣는 사람이다. 제품과 서비스에 이름을 붙임으로써 생명을 부여하는 일을 하며, 이렇게 만들어진 이름에 슬로건과 스토리, 메시지 등 언어적 요소를 더해 브랜드 매력을 증폭시키고 현실에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브랜드 짓다 글쓴이 소개 글 중 일부분 발췌) 이름 하나로 브랜드의 생명이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브랜드 버벌리스트는 매우 중요한 사람이다. 버벌리스트는 단순히 브랜드에 ‘이름만 붙이는 것’이 아닌, 브랜드의 특성과 사람들의 인식과 그 외적인 수많은 요소들을 고려하여, 살아남을 수 있고본인의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표를 달아준다.

정보의 홍수를 넘어 브랜드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요즘은 그만큼 눈에 띄는 브랜드를 만들기 쉽지 않은 환경이 되었다. 이런 치열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는 아직 브랜드 버벌리스트가 많지 않다고 한다.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지만, 우리나라에는 많지 않은 브랜드 버벌리스트, 그 중 26년 째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민은정 전문의 브랜드 이야기를 들어보자.


무심코 스쳐 지나갈 수 있는 브랜드 이름들, 그 속에는 큰 뜻이 담겨있었다. 물론 모든 브랜드 이름이 고민 없이 나올 리는 없지만, 그중 가장 뇌리에 박힌 이름은 커피 브랜드인, 티오피(T.O.P)이다. 단순히 커피의 최고가 되고 싶은 뜻인데서 그치는 티오피가 아닌, 커피의 기원과 커피 판매 시장으로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간다. 저렴하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캔커피 시장에서, 더 고급스러운 브랜딩을 펼치는, 프리미엄 원두를 사용한 캔 커피의 시장이 열렸다. 이때 동서식품에서는 새로 런칭하는 프리미엄 원두 캔 커피의 네이밍을 의뢰하게 된다. 프리미엄 원두의 속성을 내세우긴 하지만, ‘커피다움’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는지가 브랜드 네이밍의 중점이 되었다. 커피는 처음 코로 느끼는 향과, 입으로 느끼는 첫맛, 끝 맛과 뒷맛을 모두 갖고 있는 ‘커피다움’을 갖고 있었기에 이런 특성을 음성학적으로 브랜드 이름에 반영하려 하였다. 그리하여 강한 첫 음절, 부드러운 둘째 음절, 여운이 남는 끝음절로 이름을 계획했다. 비교적 센 모음인 ㅋ,ㅌ,ㅍ,ㅊ, 부드러운 모음인 ㄴ,ㄹ,ㅁ,ㅇ의 조합을 구상하여, 이 모음이 적절히 섞인 ‘티.오.피’를 구상해내었다. 단순히 음성학적으로의 조합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커피 콩이 처음으로 발견된 에티오피아 지역 이름에서 맨 앞 글자와 맨 뒷글자를 제외하면 ‘티.오.피’가 되도록 만들었다. 커피가 생각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이름이었다. 또한 T.O.P라는 영어로 브랜드명을 펼쳐서, Taste Original Passion for Coffee라는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로 확장했다.


이렇듯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는 브랜드 명에서 발전할 수도 있고, 별도의 슬로건을 설정하여 기업과 브랜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쉽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이 드는 슬로건이지만, 그만큼 브랜드에게는 꼬리표처럼 남을 수 있는 흔적이기에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슬로건은 어떠한 기업 혹은 브랜드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명확히 해야 하는 목표를 담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중요하며, 좋은 슬로건과 더불어 기업에 맞는 슬로건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기업의 변치 않는 철학과 하려는 일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기업으로 기업에 남고 싶은지, 또 왜 존재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GS칼텍스는 많은 브랜드들에게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의류나 전자제품에 비해서 다가가기 어려운 분야인 종합 에너지, 석유 등을 다루고 있는데도 여느 브랜드 못지않게 “I am your energy”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쉽게 알고 있다. ‘고객의 삶에 힘이 되어드린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데, 기업의 본질을 드러내는 ‘에너지’라는 단어를 선택해서 보다 쉽고 직관적이게 고객과 소비자들에게 다가간다. 단어 하나에도 브랜드가 갖고 있는 많은 속성을 담을 수 있고, 이를 잘 고려하였을 때 고객과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것이 제각각이니 브랜드의 깊은 가치관을 적당한 선에서 담을 수 있도록 다양한 상황과 말을 신중하게 반영해야 한다.


요즘 너무나도 많이 하고 있는 말이지만, 세상은 변하고 또 변하고 있다. 지금 당장 새롭게 생겨나고 있는 것에 집중을 하고 배우면서도 또 다른 미래에 찾아올 무언가를 대비하고 계속해서 만들어가야 한다. 그렇기에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밖에 없는 브랜드 언어는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를 이끌어가거나 잘 따라가야 한다. 말로만 듣던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지금 경험하고 있기에, 이런 환경에서 언어가 갖추어야 할 네 가지 조건이 있다. 첫 번째, 의외성이 있어야 한다. 예측할 수 있고 뻔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맥락에 100% 일치하기보다는 의외의 매력이 있어야 기억에 남는다. ‘SSG, 쓱’처럼 부정적일 수 있는 단어를 빠르고 간편한 배송 서비스에 연결해 오히려 성공적인 브랜드 네이밍을 했다. 이렇게 연결은 되지만 예상에서는 벗어나는 단어와 뜻을 조합하여 색다른 매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두 번째, 유연성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지금의 기술은 어디까지, 또 언제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고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지금의 상황에서 한정적으로 브랜드를 가두지 말고 이 상황에서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언제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세 번째는 기억소환력이다. 수많은 브랜드가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인지단계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매력적이어서 뇌에 남아 추가적인 행동(검색 등)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 네 번째는 공감각적이어야 한다. 생생하게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함인데, 특히 음성과 시각이 같이 있을 때 더욱 효과적이다. 스노우나 토스처럼 매개체가 될 수도 있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들의 모든 코드 네임이 과자 이름이어서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것이 큰 예가 된다.

"강한 것은 구구절절말하지 않는다.
잘 벼린 칼날은 그 무엇보다 단순하다.

그러면서도 상대를 위협하는 날카로움이 있다.
이름도 그러해야 했다.

아주 단순하면서도 날카로워야 했다.

‘촌철살인’, 딱 그것이 필요했다."

- 브랜드;짓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좋은 브랜드 이름만 만든다고 해서 만사형통은 아니다. 브랜드에 대해서 얼마나 지속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예전에, 아니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기업 혹은 브랜드가 만들어서 ‘뿌리는’ 일종의 일방적이고 단순한 콘텐츠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절대로 일방적인 통보 형식의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없고, 만들어진 콘텐츠에 대해 통제가 가능한 전달 수단도 있고 통제가 불가능한 수단도 수없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콘텐츠와 파생된 정보들을 수없이 모니터링해야 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전에 어떤 콘텐츠를 지속 가능성 있게 풀어나갈지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단순히 기업에 맞는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실천을 해서 좀 더 진정성 있는 전략을 짜야 한다. 진정성마저 전략이 있어야 하다니, 배신감이 느껴질 수 있지만 그래야 알아봐주는 세상이니 어찌 도리가 있겠는가.

좋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도, 또 좋은 브랜드 네이밍을 하는 것이 꿈인 사람들에게도, 더 나아가 마케터나 기획자들에게도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는, 미은정 전문의 브랜드;짓다를 꼭 펼쳐보길 바란다.


-브랜드 언어 전문가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무엇인가요?
-마그리트처럼, 피카소처럼, 마티스처럼 생각하고 실천하는 능력입니다.

버벌리스트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_브랜드;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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