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지 않아서 웃지 않음
선우은실 지음 / 읻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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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웃기지 않는데 누군가 웃고 있다면, 그는 보통 불리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다. 충분히 크게 화내도 되는데 대신 돌려 말하고 있거나 웃으며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상황에서 위계적으로 낮은 위치에 놓인 삶 또한 바로 그 웃는 사람이다.”
-p.21 <웃기지 않아서 웃지 않음>中

학창시절에 반장을 도맡아 하고 교내 성적도 나쁘지 않은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아이들을 몰고 다녔고 운동도 꽤나 잘해서 선망의 대상이자 선생님들도 인정하는, 지금 말로 인싸 친구였습니다. 누군가는 그 친구를 포함하는 이너써클에 들어가려고 부단히도 노력했고 그렇게 써클 안으로 들어가서는 안도하며 뿌듯해하기 까지 했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당시 저는 그 이너써클들과도 친분이 있었고 그 밖의 아이들과도 교유가 있던 경계에 서있는 포지션을 멋지다 여기며 즐기는 치 였습니다. 그런데 언제가 듣게된 그 인싸 친구의 재미있는 이야기의 패턴을 알아내고는 치를 떨며 격분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이너 서클에 있는 친구들을 몇몇을 돌아가면서 유머의 재료로 삼는 못된 유머였습니다. 그리고 어처구니 없게도 억지 웃음의 대열에 어느 누구하나 없이 동참하는 꼴에 치가 떨렸던 기억입니다. 그야 말로 ‘불리한 입장’과 ‘낮은 위계’에 있는 아이들이었던 걸테지요.

이 책 <웃기지 않아서 웃지 않음>은 비평가가 자기 스스로와 그 주변의 크고 작은 이벤트들을 대상으로 비평하는, 나름 자전적 비평을 담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제게도 일상다반사 같은 일들에 대해 스스로 놓치거나 무시했던 타이밍을 절묘한 언어로 펼쳐보이는, 마치 슬로우 비디오!, 장면들을 책의 이곳 저곳에서 마주하게 되면 피식 하고 웃음이 새어 나오기도 하고, 끙 하며 왜 그때 나는 그렇게 대처하지 못했지 하게 되는 ‘공감’의 멈춤을 체험하게 해주었습니다. 사람과 그 관계에 대해, 사건과 대응에 대해, 그리고 이런 저런 사물들에 대해.

“관둬버린 관계에서 갈구했던 것이 타인을 비춰 자신을 보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좀 더 나은 쪽으로 달라질 수도 있으리란 기대를 완전히 거두지 않는 것이 내게 가장 필요했던 ‘도래’의 한 단면이었을 것이다.”
-p.192 <견디다>中

“힘을 주는 일보다 힘을 빼는 일이 더 어렵다. 여러 번 하다 보면 힘 빼기를 해내기 위해서 엄청나게 힘주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p.227 <스탬프 찍는 기분>中

글쓰기 그리고 독서는 어쩌면 동시대를 비슷한 감정과 상태로 살아가는 또다른 나를 찾아내게 하는 부표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또다른 나를 향해 신호를 보내는 것과 그 신호를 용케 알아차리는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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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이 따로 있나, 이곳이 미궁인걸 - 의문의 사건, 몸부림치는 어느 가족의 비극 지옥이 따로 있나, 이곳이 미궁인걸 1
신상은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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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만났던 많은 경우, 데뷔작을 작가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로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 기준은 일상적이지만 말도 안되는 반전이 있을 것, 혹은 황당무개하지만 일어날 법한 이야기일 것.


하지만 이 책, <지옥이 따로 있나, 이곳이 미궁인걸>은 작가의 자전적 소재를 이야기로 엮은 것이지만 반전 투성이에 황당무개하면서도 전혀 일상적이지 않은 이야기인데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것에서 굉장히 불편하고 거슬리고 그래서 안쓰럽고 불안한 책입니다. 그래서 리뷰라고 쓰고는 있지만 리뷰라고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왜냐하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뒷골이 서늘해지고 머리가 쭈뼛쭈뼛해지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체험에 다름아니기 때문입니다.

머리로 따라가다가 마음으로 읽어낼 수 밖에 없는 부정하고픈 이야기 투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책을 읽고 있는 지금쯤이면 이런 지옥의 현실에서 벗어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바라기로는, 이런 무시무시한 저주같은 사건을 직접 겪은 작가님과 그 가족분들이 하루빨리 일상을 회복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정말 악마 같은 아니 그 자체로 악마인 그의 죄과가 만천하에 드러나고 철저한 처벌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우리의 일상은 믿음에 기댄 것이 대부분입니다. 여러가지 사회시스템과 법규들, 시간과 돈에 대한 여러 사회적 약속들 같은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한순간 모든 것을 앗아가버린 사건들을 경험한 누군가는 그 일상의 믿음이 전혀 신뢰할 수 없는 무언가가 될터이고, 또 그렇게 일상은 무너지고 경계로 온 몸의 신경이 곤두설 것이라 예상됩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이야기 말미에, 세상과 사람에 대한 혐오와 두려움의 터널을 여전히 통과해내고 있는 작가는 다음의 두가지를 명심하라고 신신당부 합니다.


> 첫 번째: 

궂은일을 도맡아 하겠다고 나서는 자가 있으면 반드시 그를 의심하십시오.

> 두 번째:

 오직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만 신뢰하시길 바랍니다


최근 TV에서 봤던 공익광고의 문구로 마무리했으면 합니다.

  “속지 않은 게 아니라, 내 차례가 아닐 뿐.”


그저 모두의 안녕을 빕니다.



#지옥이따로있나이곳이미궁인걸 #신상은 #미다스북스

#공포의전화테러 #실화탐사대

#도서제공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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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복수는 끝이 없어라 1 - 만화
강태진 지음 / 휴먼큐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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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레 노이하우스의 원작소설을 각색하고 변영주 감독이 연출한  TV드라마 데뷔작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란 드라마가 최근 공개되어 의외 선전을 하며 종영했습니다. 어떤 공동체 내의 범죄를 집단적으로 은폐하고 누명을 뒤집어 쓴 피해자가 범죄의 전모를 밝히고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내는 이야기였습니다. 여러가지 생각해볼 거리들이 적지 않았으나, 제겐 부모의 자식 사랑에 대한 생각을 깊게 남긴 작품이었습니다. 자식을 행복을 위해서 타인의 행복을 빼앗는 것과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어느 정도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가? 그런 이기적이고 불법적인 자식 사랑이 과연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등등.


카카오웹툰에 연재되었던 강태진 작가의 웹툰이 물리적 형태의 책이라는 몸을 갖고 다시 태어났습니다. 제목의 ‘복수’가 내내 맘에 걸리는 찬란한 제목의 이 책 <아버지의 복수는 끝이 없어라>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서 저를 생각에 잠기게 했던 부모의 자식사랑을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남아있는 2권까지 해서 전체 4권을 완전히 읽어내고서야 인물들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연의 관계와 사건의 전모를 확인할 수 있을테지만, 1권과 2권에서 보여내는 이야기의 얼개는 그러했습니다.


자신의 생활고의 타결책으로 떠오른 잊고 지낸 할머니의 존재가, 고구마 줄기처럼 딸려올라오는 인물들과 사건들, 사연들에 아연실색하지만 우리네 인생의 불편한 구석을 들여다보는 듯 익숙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인물들의 묘사나 관계들이 만들어내는 화학작용이 잘 짜여진 이야기를 만나면서 꽤나 흥미로운 작품이 되었다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정적인 작화와 캐릭터들은 그림으로 이야기를 끌고가는 만화의 본령이기에, 이 책 <아버지의 복수는 끝이 없어라>의 안정적인 구성을 매끄럽게 이어가는 1등 공신이지 싶습니다. 매권 마지막에 배치된 ‘연습노트’는 그런 작가의 결과물에 이르는 과정의 치열함을 맛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렇게 30년 감금이 쌓아올린 복수의 칼날은 마침내 맞이한 복수의 기회 앞에서 갈팡질팡하게 되고, 그렇게 이어질 뒷이야기가 3권과 4권에 어떻게 담겨질지 여운과 조바심으로 마무리하게 됩니다. 마치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서 자신의 아들을 죽인 살인자를 드디어 용서할 마음으로 마주하지만 이미 다 하나님께 용서받았다는 태연한 표정에 용서의 마음이 복수로 뒤엉켜버리는 장면의 묘한 마음의 정반대편에 서있는 장면으로 꽤나 압권이었습니다. 

과연 그의 복수는 어디로 어떻게 나아갈지… 두둥!


‘복수를 차용하고 있지만 결국은 사람의 이야기’라고 쓴 추천사의 문장이 읽는 내내 동의가 되는 이 책, <아버지의 복수는 끝이 없어라>의 영상화를 적극 추천하며 기대하게 됩니다.


#아버지의복수는끝이없어라 #강태진작가

#카카오웹툰 #복수 #스릴러

#웹툰만화  #아버지의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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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 걸작선 을유세계문학전집 137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이동신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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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금박 틀 안의 그 저주스러운 존재를  향해 손가락을 뻗고 나서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 손가락을 뻗어 그 반짝이는 유리의 차갑고 딱딱한 표면을 건드렸던 때부터.”

  - p.17 <외부자> 中


이 무슨 극도로 감각적이면서도 도저히 손쓸 수 없는 불가해한 문장들의 향연이란 말인가? 다시 마주한 러브크래프트의 문장들이 만들어내는 살풍경들은 빛의 반사해서 독자의 수정체를 통과해서 망막에 상이 맺히고, 그 내용의 언어적 의미가 머릿속에서 상상으로 프로젝션되어 3D를 넘어 4D의 영상과 감각으로 재편집되는 데에 까지 이르러서야 제대로 러브크래프트를 읽어낸다고 해야 한다는, 감히 신념이라 부를만한 꿈틀거리는 에너지의 변환을 경험하는 체험적 독서다 싶습니다.


이 책의 첫 작품인 <외부자>는 어떤 이렇다 할 사건도 없는 듯 무언가를 찾아 기어오르는 그 상황과 나의 독백으로만 이루어진 짧은 이야기임에도 그 여운은 꽤나 깊고 다 읽고 나서도 명확하게 가늠할 수 없는 대상이 무작정 이야기를 마칠 수만 없게 만드는 구석이 있습니다. 얼얼함, 제가 남겨진 느낌은 이 정도로 표현될 만 했습니다.


  “이 불가사의한 공간-나의 반복된 꿈에서 그처럼 끔찍하게 예시된 공간-의 소름 끼치는 비밀을 조금이나마 어느 정도 알게 되자 우리는 절벽으로부터 그 어떤 빛도 파고들 수 없는 암흑 동굴의 끝없는 바닥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리가 걸어온 얼마 안 되는 거리 너머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그 보이지 않는 지옥 세계에 대해서는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 p.46 <벽 속의 쥐들> 中


  “내 생각에, 세상에서 가장 자비로운 일은, 인간이 머릿속의 모든 내용들을 연결하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한대의 검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무지라는 평화로운 섬에 살고 있고, 멀리 여행하지 못할 운명이다. 다양한 과학자들은 각자 자신만의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지만 지금까지는 우리에게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분절된 지식이 한데 묶이면서 현실에 관한 너무도 두려운 전망과 현실 속에 있는 우리의 끔찍한 위치를 드러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계시로 인해 미치거나, 혹은 그 치명적인 빛을 피해 평화와 안전을 찾아 새로운 암흑시대로 도망칠 것이다.”

 - p.50~51 <크툴루의 부름> 中


<벽 속의 쥐들>과 <크툴루의 부름>에서 만난 이 문장들이 어쩌면 러브크래프트 문학의 느낌 혹은 갈피를 잡는 단서가 될 만 하다 싶었습니다. 모르는 단어 하나 없는 굉장히 익숙한 문장들의 조합으로 보여주는 그 알 수 없는 무언가를 표현하는 감각적 구성. 이것이 소위 말하는 코즈믹 호러의 절단면이 되어줄 듯 합니다. 다른 말로는 ‘러브크래프티안 호러’라고도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마치 스테이플러를 호치키스, 접착식 밴드를 대일밴드, 액상 소화제를 활명수, 접착식 메모지를 포스트잇이라 부르는 것과 같이 이 분야의 시초 혹은 대명사의 고유명사가 일반명사화된 것과 같은 이치가 되겠습니다.  


이렇듯, 전혀 무해한 듯한 단어와 문장이 독자를 이끌어 무지의 심연이나 바닥 모를 동굴의 저 끝단까지 도착시키는, 아름답기까지 한 두려움의 증폭, 그 향연 말입니다. 그야말로 입은 벌리고 있어도 보이지 않는 지옥, 바로 그곳이 러브크래프트의 이야기다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그의 작품들, 개인적으로 만났던,은 큰 틀에서 성경의 계시록이나 예언서들의 뉘앙스를 풍기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래서, 100여 년 전의 러브크래프트의 소설들이 그 당시는 그 당시의 눈으로, 지금 우리에게는 우리 방식의 시선으로 그 작품들이 펼쳐보이는 이야기를 이해할 공간적 틈을 부여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 틈이 주는 막연한 두려움, 어찌해야할지 혹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해버린 그 무기력함이 끼얹어진 채로 독자는 그저 그가 펼쳐보이는 그 이야기 속을 그저 끌려들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마치 이미 예정된 일을 예언하는 선지자 처럼 그렇게 끊임없이 외치고 또 경고하는 그 이야기 속으로 그렇게 하염없이.



#러브크래프트걸작선 #러브크래프트 

#하워드필립스러브크래프트 #을유세계문학전집137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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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들이 희었을 때 - 새로운 시대의 탄생, 르코르뷔지에가 바라본 뉴욕의 도시
르 코르뷔지에 지음, 이관석 옮김 / 동녘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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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이성과 시가 공존하며, 지혜와 기획이 연합하는 분야다.”

- p.17

 

르코르뷔지에의 문장에 담긴 생각들을 읽노라면, 건축가 혹은 건축의 정체가 궁금해집니다. 이 책 <대성당들이 희었을 때>는 스위스 태생, 프랑스 건축가의 시선으로 1930년대 뉴욕을 바라본 일종의 기행문이라 여기고 그 여행길을 따라 가노라니 건축 비판은 기본이고 미국과 유럽을 아우르는 문화와 경제 등 사회전반을 그 특유의 촌철살인으로 조곤조곤 들려줍니다. 이 건축가, 아니 그의 인생 이면에 대한 호기심이 읽은 페이지가 쌓일수록 깊어져만 갔습니다.

 

여기서 나는 데카르트적 마천루의 진정한 화려함을 환기시키고 싶다. 각 사무실에서 투명한 유리벽을 통해 더 많은 공간으로 이어지는, 기운을 북돋우고 격려하는 빛나는 광경을. 공간! 그것은 인간의 열망에 대한 반응, 폐의 호흡과 심장박동을 위한 이완이며, 높은 곳에서 저 멀리 무한하고 광활한 것을 바라보는 자아의 분출이다.”

- p.103

 

또 어느 문장들에선 건축물을 통해 인간 오장육부를 들어내고 이를 통해 드러나는 철학적 사색을 시적인 감각으로 문장화해내기도 합니다. 정말로 전방위적으로 두꺼운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그 무언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까지 이르게 하는 르코르뷔지에.

그를 처음 안 것은 일본 도쿄로 출장을 갔다가 들렀던 국립서양미술관에서 였습니다. 미술관의 컬렉션도 흥미로웠지만, 건물의 담백하고 효율적인 디자인에 마음이 갔었는데 알고 보니 이곳의 설계를 담당한 이가 다름 아닌 르코르뷔지에 였습니다. 그래서 도쿄를 들르게 되면 거의 매번 이곳을 들러서 전시 뿐아니라 건물의 안팍을 둘러보는 재미를 누리곤 했습니다. 그리고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바이센호프도 그 덕분에 찾아간 경우였습니다.

게다가 뉴욕은 마천루의 도시, 서 있는 도시인 맨해튼이라는 또 다른 재앙, 그 환상적인 재앙 때문에 매혹적이다.”

- p.152

 

세계의 여러 도시들이 가진 랜드마크는 대부분 고층빌딩일겁니다. 우리나라는 예전의 63빌딩이더니 이제는 잠실롯데타워가, 타이베이는 101타워, 뉴욕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두바이는 부르즈 할리파 등.

물론 당연히 눈에 띄고 그렇게 올리는 시대별 인간의 세워올린 과학기술을 대변하는 그 마천루가 남긴 어두운 그림자도 공존하는 것을 개인적으로도 늘 느껴왔던 바, 이 책에서 르코르뷔지에도 간파해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 환상적인 재앙을 마주한 감동 또한 놓치지 않습니다. 모든 면에는 그렇게 양면이 있습니다.

 

판결이 났다. 건설적인 제안을 하여 도시 지역 재건, 농촌 활성화라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프로그램을 구축하자.”

- p.302

 

우리나라에서도 현재진행형인 도시의 팽창과 지역의 소멸은, 100여 년 전의 도시들에서도 이슈였다니 참 이상한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그렇다면 르코르뷔지에의 문제 제기와 해법 제안은 영원히 해결불가의 난제인건가 싶어집니다. 여전히 도시라는 비효율과 낭비의 공간을 여전히 누군가는 뼈 빠지게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을 테지만 말입니다. ‘엄청난 낭비의 도시에 제안된 빛나는 도시개념은 아직도 미완인 채로 우리 도시인들은 24시간도 부족한 하루하루를 그저 그렇게 살아내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르코르뷔지에의 생각들의 파편들을 만나고 나니 그 많은 필요와 사정과 요소들을 판단하고 제어해서 재조합하는 건축이 어쩌면 이렇게나 오지라퍼인 그에게 제일 적합한 수단이자 자리였겠구나 하는 자체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도시는, 우리의 사회적 관계는 어떻게 앞으로 변모해갈지 우려와 기대로 바라볼 발판 정도를 마련했다 싶은 생각이 드는 독특한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대성당들이희었을때 #르코르뷔지에 #이관석옮김 #동녘

#건축 #도시건축 #도쿄국립서양미술관 #슈트트가르트바이센호프

#도서제공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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