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지능 - 인공지능은 할 수 없는 인간의 일곱 가지 수학 지능
주나이드 무빈 지음, 박선진 옮김 / 까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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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에서 이 책이 출간된 2022년 6월은 보다 단순했던 시절이었다. 이후 챗GTP가 출시되면서 생성형 AI가 주류로 부상하고, 이후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AI 군비 경쟁이 시작되었다. 이제는 우리 삶에 변혁을 가져올 수 있는 무수한 활용성을 갖춘 신제품들이 매주 출시되고 있다.”

  -p.9, 한국어판 서문 中



요 며칠 SNS를 뜨겁다 못해 녹이고 있는 이슈는 단연 챗GPT가 개인들의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변환한 이미지입니다. 어느 순간 카톡 친구의 사진들의 많은 숫자가 그런 이미지들로 바뀌었고, 지금도 바꾸고들 있습니다.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무수한 활용성들이 우리의 일상을 침공(!)해 오고 있다 싶을 정도 입니다.


수학자이자 교육학자인 저저 주나이드 무빈은 이런 정신 차리기 어려운 작금의 세상에서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다름아닌 수학이고, 수학적 지능이라고 조목조목 사례를 들어서 설파하고 있습니다.


책은 크게 1부 사고하는 방식, 2부 작동하는 방식으로 나눠서 가장 눈높이에 맞게, 일상의 언어를 최대한 차용해서 일곱가지 테마에 대해 들려주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추정, 표상, 추론, 상상, 질문, 조율, 협동 입니다. 이것들은 인공지능의 학습의 속성에 포함되는 일곱 가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학창 시절, 거의 수포자의 삶을 지나온 저에게 이런 뜬구름 잡는 말들은 더 멀어져가만 가는 수학이여, 라는 답답함을 안고 책을 꾸역꾸역 읽어나가노라니 책을 덮을까말까의 충동이 엄습해왔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의 수학은, 그저 숫자와 암기에 다름아니었습니다. 지금 알았던, 수학의 쓸모를 그때 조금만 알았더러면 어쩌면 그때 시절의 수포자는 수애자(?)가 되었을 수도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대학에 가서 물리와 역학을 배우면서 였습니다. 수학, 정말 쓸모있는 녀석인데 말입니다!



  “세상을 수학적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알려주는 것 또한 수학 지능이라는 것은 환영할 만한 역설이다. 어떤 개념은 정확한 용어로 구체화하고 해소하기에는 다루기가 너무 어려울 뿐이다… (중략)... 수학 지능은 우리의 인지적 동맹, 즉 기계가 인류의 번영을 위해서 우리와 협업하도록 이끌기 위한 안내자 역할을 할 것이다.”

  -p.328



어차피 우리의 현재와 미래는 기계와의 협업을 하지 않고서는 나아갈 수 없음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러기에 잘하는 축구팀은 팀내 소통에 좌우되듯, 우리의 삶은 인간과 기계의 소통에 좌우될 것입니다. 그 소통의 도구는 바로 다름아닌 수학지능이고, 네비게이션도 수학지능이 되지 싶습니다. 그 초보적 수준의 어학연수로 이 책 <수학지능>의 괜찮은 방법이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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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마감, 오늘도 씁니다 - 밑줄 긋는 시사 작가의 생계형 글쓰기
김현정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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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저는 마감 임박의 쫄림이 주는 고효율을 믿습니다. 그리고 그 마약같은 고효율이 칠, 팔할의 경험치로 나이테처럼 몸이 기억하는바 쉽사리 그 유혹을, 혹은 게으름의 방치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렇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마감이 연중 지속된다면, 그 마감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황이라면? 제게 신앙과도 같은 이 고효율 맹신은 아마도 처절하게 바닥에 내동댕이 쳐질 것임에 분명합니다. 매주가, 매일이, 매순간이 마감으로 점철된 인생을 통과해낸 작가의 글은 그래서, 마감의 고효율 신봉자인 제게는 사이비 교리이자 외경같은 내용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MBC <시선집중>와 JTBC <뉴스룸>을 거치며 손석희와 함께 했고, KBS <뉴스9>로 이소정과 함께 하며 그야말로 시지프스의 무한궤도를 살아낸 작가는 그렇게 자신의 전쟁과도 같았던 연중마감, 글쓰기의 안팎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로 품은 6개의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장과 1개의 ‘비법전수’의 장으로 풀어냈습니다. 


1.오늘도 씁니다.

2.채워야 씁니다.

3.한 발 더 다가가 씁니다.

4.처음이지만 씁니다.

5.내성적이어도 씁니다.

6.오래 달리듯 씁니다.

7.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수업


그러니까 방송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제법 쏠쏠한 전략집이자 쉐도우 복싱용 시뮬레이터 정도가 될 듯 합니다. 물론 방송의 찐 뒷담화의 즐거움을 누리거나 역사적으로 내내 중요하게 회자될 그때그시절의 한복판에 서있었던 작가의 생생한 무용담(?)을 듣는 것만으로도 논픽션 르뽀르따주에 다름 아닌 숨가쁜 문장들의 파도에 정신없이 페이지를 넘길 수 있습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하루 반짝 잘 쓰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매일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늘 좀 못 썼다고, 주눅 들지 않아야 내일도 쓸 수 있다. 그래도 정 안 되겠으면 원고료를 떠올린다. 속물 같아 보이지만 살아보니 돈만큼 힘을 주는 것도 없더라.”

  -p.69, ‘1장.연중무휴, 오늘도 씁니다’ 中



아멘! 

정말 많은 문장가들과 글쓰기 노동자들의 간증에서 무한 반복되는, 글은 엉덩이로 쓰는 것임을 이 책에서도 여기저기에서 마주합니다. 이는 비단 글쓰기 뿐만 아니라, 선택된 여러 삶의 방도에서 허덕이고 고민하는 무수한 이들의 꼬깃꼬깃 접어둔 안주머니 속 숨겨둔 배수진이자 자양강장제이지 싶습니다.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다. 오늘 좀 못 썼다고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다. 커다란 실수를 저질렀거나, 무시당했다 해도 잊는다. 복잡한 감정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곱씹을수록 나만 무너지고 상처 입는다.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한 뒤에 내일 또 시도하면 된다. 쓰는 사람, 쓰려는 사람은 모두가 훌륭하다.”

  -p.261, ‘연중마감, 오래 달리듯 씁니다’ 中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채워야 한 발 더 다다가 처음이지만 내성적이지만 오래 달리듯 쓰고 또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살 수 있습니다. 살면 살아진다 이 말입니다.

그렇게 치열하게 써내려간 대본으로 방송되는 프로그램도, 이런 안팎의 담담하면서도 뜨거운 이야기도 계속 보고 읽고 싶어지게 하는, 김현정 작가만이 쓸 수 있는 반가운 책이었습니다.



#연중마감오늘도씁니다 #김현정 #방송작가 #흐름출판

#도서제공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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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나
이종산 지음 / 래빗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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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고양이라는 생명체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 있습니다. 이는 소싯적 한 사건에 기인하는데 여전히 강한 트라우마로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몇 해전 부터 반려묘를 둔 집사님들의 우후죽순식 등장이 솔직히 그닥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고양이하면 떠오르는 작품들하면, 영화로는 강렬한 인상을 주는 외계생물체로 등장하는 <캡틴마블>,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하드캐리하며 등장하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날>, 그리고 최근 아카데미 장편애니상을 수상한 <플로우>가 있습니다. 문학작품으로는 애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그리고 언제봐도 좋은 마음이 되게 하는 미키 마이런의 <도서관 고양이 듀이> 등이 있습니다. 



여기 무시무시한(?) 상황에 처한 나의 이야기 <고양이와 나>가 있습니다. 퀴어 커플인 내가 새해 맞이 보신각 종이 울리던 그 때 고양이의 외양을 하고 있는 어쩌면 신이 두사람 앞에 나타나는 사건을 마주하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신기하게도 그들은 이 상황을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혹은 큰 동요됨 없이 받아들입니다. 그 덕분인지, 아니면 이 상황을 묘사하는 작가의 천연덕스런 문장 덕분인지 읽고 있는 제 자신도 한번 ‘헐’하고 대뇌인 다음,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끝까지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말없이 우리 둘에게 종이를 하나씩 내밀었다. 나는 종이를 받아서 읽었다. 종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앞으로 남은 삶을 고양이로 사시겠습니까?”

  -p.16, <고양이와 나> 中


타노스가 스톤들을 모아서 건틀렛을 장착하고 손가락을 튕겨서 절반의 생명체를 죽이는 것 같은, 수많은 사람들이 일순간 눈 앞에서 고양이로 변해버리는 것을 경험한다? 이게 만약 영상화되어 구체적인 변화를 눈으로 볼 수 있었다면 또 달랐겠지만, 아마 황당무계한 일본 영화의 느낌이지 않았을까,  2차원 종이 위에 글자와 여백으로 마주하니 신기하리 만큼 담담했습니다. 아니 재미났습니다. 어차피 내가 당한 상황이 아니어서 있을까요?


  “그러다 갑자기 고양이가 됐다.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같은 선택을 할 테고, 고양이가 되고 보니 마음에 드는 점도 꽤 있다.”

  -p.176, <고양이가 된 나의 입장> 中


고양이로 사는 것, 그런 대상을 이해하는 것,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내는 것… 사랑해내는 것의 거창하지 않지만 은근히 알아내고픈 마음을 갖게 하는 이야기로 풀어낸 편지 같은 책이다 싶습니다. 당신에게 고양이 같은 대상은 무엇인가, 어떤 고양이를 제일 좋아하나, 어떤 고양이가 되고 싶은가…?


  “이 원고는 어쩌면 지금까지 제가 썼던 모든 책들이 그랬듯이 세상을 짝사랑하는 저의 마음이 담긴 글입니다.”

  -p.247, 작가의 말 <이름 없는 출판사에 드리는 글> 中


수많은 조건과 그와 엮여있는 관계와 또 그만큼의 경우의 수에 경우의 수를 곱한 확률로 마주하는 우리들에게 우리들은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를 내내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 이야기, 너무 착하고 고운 이들의 햇살 아래 기지개 켜는 고양이 같은 마음에 한없이 조화롭고 좋은 사람으로 살고프게 하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고양이와나 #이종산 #이종산소설 #래빗홀 #인프루엔셜

#래빗홀클럽 #3월도서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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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대 - 청계천 판자촌에서 강남 복부인까지
유승훈 지음 / 생각의힘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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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나고 자란 고향에서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은 시간을 서울메트로의 영향권에서 살아내었고 살아남았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살아남았습니다. 처음 이곳 서울의 풍경으로 아직 제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는 것은, 바로 지하철의 환승 장면이었습니다.

열차 내 안내방송에 따라 환승역이 가까워지면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100미터 육상선수의 긴장감 마저 서려있는 채비를 합니다. 옷 매무새를 매만지고 가방을 고쳐매고 하나 둘 출발선, 아니 출입구 쪽으로 모여듭니다. 그리고 정차와 동시 문이 열리면 전속력으로 달려나갑니다. 처음에는 그 모습이 참 신기하고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제겐 거의 초현실적인 장면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의 시간을 지나고나니 어느새 제 자신도 그들 중의 하나가 되어 환승의 세계 신기록을 갱신하기라도 하려는 듯, 최적의 코스와 가뿐한 몸과 마음으로 그 환승의 대환장쇼에 당당히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곳이 서울, 바로 서울이었던 것입니다.

“만원 버스가 된 서울에 가까스로 올라탄 사람들은 손잡이 하나에 의지하여 이리저리 휩쓸리면서 ‘서울 시대’의 긴 터널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했다.(중략) 그리하여 내 임무는 제도권 학자들이 관심 두지 않은 영역의 문화를 대중에게 소개하여 기억시키는 것으로 삼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p.10~11, ‘프롤로그’ 中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밝힌 포부대로, 이 책 <서울시대>는 우리네 삶의 이곳저곳에서 들춰내고 기억해내면 낼 수 있는 보잘 것 없어보이는 서울의 대환장 시간을 촘촘히 훑어내는데 최선을 다해내고 있습니다. 책을 다읽고 만나게 되는 빽빽한 각주는 일간지의 기사들에서 발췌해서 기록한 성실한 발자국들과 손자국들을 넉넉히 알아챌 수 있게 해줍니다. 그만큼 미덥고 그만큼 반갑고 또 그렇게 소중한 우리 시대의 기록을 알뜰히도 담아내고 있습니다.

3부로 이루어진 이 책은, 1부 서울시대, 2부 서울살이, 3부 서울내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 부모님들, 삼촌 이모 고모 형님들의 시간의 파단면을 의식주를 바탕으로 거기에 꼬리를 무는 다양한 삶의 방식과 관계의 경로들 그리고 장려되고 제한되었던 만원 서울에서 생존하는 방법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난 영화가 한 편 있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찾아서 보곤 하는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백투더퓨처 2>입니다. 이 영화에서 보면 미래에서 가져온 스포츠경기 모음집으로 엄청난 부자가 되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만약 서울 시대의 초창기의 누군가가 타임머신을 타고 2025년으로 와서 이 책을 몰래 가지고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아마도 시대와 역사의 굴곡들을 잘 헤쳐내며 썩 괜찮은 라이프 스타일을 구가하며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며 내적 폭소를 마구 터뜨렸습니다.

그러기에 이 책 <서울시대>는 대한민국의 시대상으로 확대해석하는 돋보기로 읽어도 무방할 정도로, 그 당시 지방 소도시에 살았던 제게도 꽤나 유용한 기억저장소 역할을 해낼만 했습니다. 허세와 실속의 깍쟁이들이 ‘서울 사투리’를 구사하며 전국에서 모여든 시골쥐들의 대합실 같았던 과거의 서울이 어떻게 지금의 메가시티에 까지 이를 수 있었는지를 흥미롭게 따라갈 수 있는 썩 괜찮은 우리들의 일기장이기도 하겠습니다.

#서울시대 #청계천판자촌에서강남복부인까지 #유승훈 #생각의힘
#도서제공 #서평단리뷰


** 쿠키:
“새는 구멍 미리막아 가스중독 방지하자”
-p.73, 연탄가스위해방지전시회 포스터 문구

국민학고 1학년 때의 기억 중에 가장 슬픈 장면 하나. 예쁘장한 여자 아이가 난생 처음 나의 짝꿍이 되어 그 맛에 가깝지도 않던 등하굣길을 즐거이 했던 것 같은데, 어느날 그 짝꿍이 안보이고 한동안 빈자리로 있다가 다른 아이로 짝꿍이 바뀌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어머니에게 들은 바로는, 그 여자애 부모님이 시내에서 식당을 하셨고, 식당에 딸린 뒷쪽 방에서 온가족이 같이 생활하는 공간이 있었는데, 어느 밤 연탄가스가 그 방바닥의 틈으로 새어나와 온가족이 연탄가스에 중독되었고 모두 다행히 잠에서 깼지만 그애는 영영 깨어나지 못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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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날 세계에서 - 내란 사태에 맞서고 사유하는 여성들
강유정 외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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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과 그 이후 한동안의 기간은 아마도 오랫동안 우리의 커다란 생채기로 남겨질 것이 분명해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우리되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서로에게 제공해준 잊힐 수 없는 시간들이 될 것도 분명해보이고요.


이 연대의 잊힐래야 잊힐 수 없는 강력한 연대의 시간과 그 공간, 빛들을 체험해낸 아홉 명의 우리라고 묶일 너들의 마음과 기억들이 오롯이 각자의 방식으로 써내려간, 내란 사태에 맞서고 사유하는 광장의 여성들의 속살거림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 책을 완독할 즈음에는 모두가 함박웃음으로, 하지만 여전히 남겨진 숙제로 마음은 묵직하지만, 어깨를 걸고 봄이 내려앉은 광장을 떨치고 일어날거라, 신앙처럼 믿었건만 여전히 헌재의 입술은 달그락 거리기 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 <다시 만날 세계에서>은 과거이자 현재이자 미래를 기억하며 통과하며 꿈꾸는 시간여행자의 일기장이자 연설문이자 또한 코인노래방이다 싶습니다.



  “자유란 우리가 선택하는 참여를 통해 실현되는 삶의 각주이다. 삶은 선택된 참여의 지평들을 통해 한 줄 한 줄이 쓰여 이야기를 갖게 된다. 이러한 참여를 가리켜 문화라고 부른다. 고독하게 혼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여 관계 맺는 것, 그 선택을 바로 문화라고 부른다. 문화를 선택하고, 향유하고, 소비하고, 소유하는 것이 자유이다.”

  -p.22, 강유정 <빛의 호위, 다정한 서술자들의 연대> 中



바람과 상황에 마구 흔들리지만 끝끝내 제 몸을 녹여 불꽃을 사그라뜨리지 못할 촛불의 연대가 박근혜 탄핵 국면의 광장의 연대였다면, 손발을 휘저으며 익숙한 노래와 노랫말에 의미라는 에너지를 담아 응원봉의 색색깔의 빛깔로 광장으로 흘러나온 지금의 연대는 그렇게 사그라들기는 커녕 자꾸만 밝아지는 착시마저 경험케 합니다. 쉼을 공유하고 휴가를 공유하며 먹거리를 공유하고 감성을 공유하며, 그럴 자유를 자유롭게 선택한 광장의 그녀들이라는 응원봉들!



  “끝도 없는 ‘이해할 수 없음’ 이후에 나를 찾아온 감정은 공포와 불안이었다. 20세기 말에 태어난 내가 ‘계엄’이라는 단어를 마주할 수 있는 곳은 한국사 교과서뿐이었다.(중략) 그것이 살아 돌아왔다. 이미 장례를 다 치르고 유골함에 꾹꾹 눌러 담은 후, 이 세상에서 완전히 떠나갔다고 생각했던 존재가 우리 앞에 생생하게 얼굴을 들이밀 때 느껴지는 당혹감.”

  -p.80~81, 유선혜 <깨진 유리 틈새로 번지는 노래를 받아 적는다> 中



그래서 이 내란 사태가 생산한 분노와 증오와 반목과 분열의 광장의 우리는 어떻게 될까? 어떻게든 헌재는, 아니 분명히 헌재는 탄핵 인용 결정문을 읽어내릴 것인데, 그 이후의 우리는 어떻게 될까? 그저 기쁘지만은 않을 것이 분명할 그 진공의 시간같은 광장의 우리들은, 그녀들은 어떻게 이 연대의 맞잡은 손과 드높인 응원봉을 어떻게 하게 될까 궁금합니다. 또 미래의 우리들은 과거로 되돌이켜볼 우리의 현재를 어떻게 기억해내고 교훈이나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남겨질까…



  “그래서 기적은 특별하지 않다. 기적을 만들어내는 것은 언제나, 한 명 한 명의 ‘우리’일 따름이다.”

  -p.210, 전승민 <다른 미래를 원한다면> 中



그래, 그때도 우리는 여전히 한 명 한 명의 우리일테니! 그저 고마운 동지, 친구, 너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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