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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 ㅣ 내일의 고전
신종원 지음, 한규현 그림 / 소전서가 / 2025년 4월
평점 :
크게 오해를 했습니다. 최인호 작가의 <불새>를 떠올리는 불경함(?)을 범했으니 말입니다.
신종원 작가의 <불새>는 소전서가의 ‘내일의 고전’ 시리즈의 두번째 소설입니다. 말그대로 고전이 될 것이 예상되는(!) 젊은 작가의 작품을 가려 내놓는 믿음직스런 포부와 호기로움을 경험할 수 있는 시리즈라 할 수 있겠습니다. 첫 작품이었던 김갑용 작가의 <냉담>은 충분히 그 믿음직스런 포부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었던 작품으로 2024년 여름의 기억 서랍에 잘 남겨두었습니다. .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양을 찾아 떠나야 한다. 언젠가는. 그렇다면 거꾸로 양들은 무엇을 찾아 떠나야 하는가?”
-p.11, 소설의 첫 페이지 中
현실과 이상에 좌절하며 고뇌하는 젋은 사제 바오로와 무언가로 대표되는 인물들과 마주치며 극적인 현재를 통과하며, 예수가 십자가 죽음을 앞두고 제자들과 나눈 최후의 만찬에서 사용했던 성배라는 물성을 가진 대상을 통해 19세기의 스페인, 8세기의 이베리아 반도, 5세기로 다시, 1세기로. 그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 오르며 영성과 지성을 넘나드는 질문과 대답을 찾아 헤매입니다.
“생명은 오로지 한 가지 의무에 복무하라 다그친다. 그것은 사는 것이다. 삶이라는 질서를 옹호하는 것이다. 별들은 항행하고, 돌들은 굴러떨어지며, 새들은 노래하고, 인간은 살 것이다.”
-p.177, ‘불새의 애원’ 中
진리는 단순하다고 했던가요? 이 거대한 담론을 향하여 달려내는 이 소설, 정말이지 이 거대하지만 단순하고 묵직한 질문을 더없이 커다란 스케일로 이야기를 힘껏 뻗어내며 성실히 조사된 정보들을 바탕으로 지어낸 상상력의 거대한 성은, 읽어내는 동안 독자를 견고하게 가두고 또 설득시키고야 맙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 당연시 여겼던 것들 혹은 의심해왔지만 감히 입 밖에 내놓지 못했던 것들을 걷어내며, 끊임없이 죽지만 또 그렇게 살아나는 불새의 강함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살기 위해 죽어야 하고 그렇게 또 살아내는 것에 대하여.
“삶은 우연과 영원 속에 있어요. 반복과 무한 말이예요.”
-p.395, ‘부활’ 中
왁스를 바르고 날카로운 것으로 긁어낸 동판을 화학물질로 부식시켜내고서야 더 선명하게 남겨지는 동판화 같은 이야기, 신종원 작가의 4원소 시리즈의 남아있는 흙과 공기를 담은 다음 이야기들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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