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브뤼노 라투르 마지막 대화
브뤼노 라투르.니콜라 트뤼옹 지음, 이세진 옮김, 배세진 감수 / 복복서가 / 2025년 3월
평점 :
“현재의 재앙 같은 정치에서 우리는 무얼 가지고 토론해야 하는지조차 모릅니다. 거의 아무 말이나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인정합시다. 우리에게 무슨 지평이 있습니까?”
-p.95~96
공교롭게도 이 책의 이 부분을 읽는 동안, 격렬하게 양분된 분노한 목소리를 일순간 잠잠케 해버린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에 대한 선고가 있었습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그렇게, 2024년 12월 3일은 또하나의 사고의 전환을 우리에게 안겨준 날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11분도 그렇고요. 여전히 공고해보이던 시스템도 합의와 상식의 범주도 한사람의 한순간에 내린 하나의 결정에 이렇게나 뒤틀리고 염병같은 해악을 끼치는지를 실시간으로 목도해버렸으니 말입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인류학자, 철학자, 과학기술학자, 정치 생태학자. 이 책의 대담자이자 그의 사망 1년 전 이루어진 인터뷰를 다행히 남겨준 브뤼노 라투르를 수식하는 단어들입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저 많은 배움과 지식을 추구하고 이루어낸다는 것의 대단함을 느끼며, 나름의 선입견을 지닌 채 읽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다 읽은 시점에서, 브뤼노 라투르가 이야기하는 바를 돌아보면 사실 몇 퍼센트 정도나 이해했을까 싶습니다. 나름의 독서 원칙에 따라, 책을 읽으면서 무언가 막히는 개념이나 명제에 멈춰서지 않으려 하는데, 그 이유는 전체적인 흐름과 맥락을 놓치고 지엽적인 지식에 매몰될지도 모른다는 조바심 같은 것 때문입니다. 특히 이런 논리적 논거로 점철되는 책들에 있어서는 이 원칙을 더욱 철저히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편입니다.
그러기에 브뤼노 라투르와의 첫 만남은 탐색전 정도로 생각하며 마무리했다 싶습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세상과 역사, 과학과 생태 등 다양한 주제들을 대하는, 이 노련한 학자의 태도는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여튼, 나는 철학자의 역할이 붕괴학자들과 격변론자들이 흘리는 헤아릴 수 없는 눈물에 한 방울 더 보태는 것이라기보다 오히려 다시금 행동 역량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봐요.”
-p.161~162
브뤼노 라투르는 사회적 현상이나 철학적 사유에 대해 이름 붙이는 것을 통하여 대상화하고 구체화하는 것으로 얼마나 많은 대중에게 자신의 생각을 최대한 손실없이 전달될 수 있도록 애쓰는 모습이, 감동적이기 까지 했습니다. 현학적인 말로 그저 다른 차원의 지적 유희를 즐기는 듯한 학자들을 떠올리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라는 행성에 두 발을 딛고 서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이야기의 태도와 사랑의 말이야말로, 그와 그의 생각을 설명하는 가장 적확한 것이다 싶었습니다.
“목표는 전체성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성을 사랑하는 것이지요. 사랑은 철학의 말입니다.”
-p.178
#브뤼노라투르마지막대화 #마지막대화 #HabiterLaTerre
#브뤼노라투르 #니콜라트뤼옹 #BrunoLatour #NicolasTruong
#이세진옮김 #배세진감수해제 #복복서가
#도서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