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물리학 - SF가 상상하고 과학이 증명한 시간여행의 모든 것
존 그리빈 지음, 김상훈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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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원제는 <Nine Musings on Time : Science Fiction, Science Fact, and the Truth About Time Travel>, 그대로 번역해보자면 ‘시간에 대한 아홉 가지 사색들 : 시간여행에 대한 과학적 허구, 과학적 사실 그리고 진실’ 정도가 되겠습니다. 제목만 봐서는 영화 <백 투 더 퓨처>, <액설런트 어드벤처>, <사랑의 은하수>, <타임머신> 등을 보면서 어린 시절부터 품어왔던 시간여행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에 대한 구체적 과학적 근거를 통한 해답과 설명들이 모조리 들어있을 것만 같습니다.

“이동 중인 어떤 우주선 내부에서 다른 우주선을 관측하는 우주비행사는 정지 상태에 있는 쪽은 자신들이며 움직이는 쪽은 상대 우주선이라고 주장할 수 있으므로, 그들 입장에서는 느려진 것은 그들의 시계가 아닌 상대방의 시계다. 이 두 관점은 완전히 동등하며, 패러독스는 발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두 우주선이 동일한 기준틀에서 정지 상태에 도달하는 일은 결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두 우주선을 비교할 경우에는 흥미로운 일들이 발생한다.”
<p.27>

기대했던 과학적 근거를 통한 해답과 설명으로 나아가기 전에 1단계에서부터 발목을 잡히고 맙니다. 사실과 진실을 설명하는 도구가 바로 과학, 그중에서도 물리학, 더 들어가서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의 설명에서 시작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트램펄린 위를 구르는 볼링공과 구슬, 그리고 두 개의 다른 속도로 날아가는 우주선들. 이런 설명에서 나아간 ‘시간팽창 효과’를 통해 영화 <혹성탈출>, <인터스텔라> 그리고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시리즈 <닭강정>에서의 사건과 상황들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머릿속 아이디어가 만든 이론을 과학자들의 실험들을 통해 증명해내는 과정까지 따라 가노라니 없던 물리학에 대한 흥미가 용솟음칠 지경입니다. 이론을 설명하고 이를 증명하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과정이 어렵지 않되 핵심은 놓치지 않는 저자의 글빨(?)이 대단합니다.

“<백 투 더 퓨처>의 모순은 주인공인 마티가 미래로 돌아오기는 하지만 자기가 출발한 미래가 아니라는 점에서 발생한다. 만약 마티가 한 일이 단지 부모를 짝지어주는 것이었다면 그는 처음과 동일한 미래로 돌아왔어야 한다. 그러나 영화에서 그는 과거를 바꿈으로써 미래까지 바꿔버린다.”
<p.170>

사실 이 책은 과학적 허구보다는 사실과 진실을 설명하는 것에 더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습니다. 덕분에 흥미로움과 진지함의 롤러코스터적 재미를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어느 순간 어질어질하며 블랙홀에 속절없이 빛과 시간이 굴절되듯 쓰러질 뻔한 순간들도 몇 번 마주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유명한 문학작품들과 그 작가들의 말들, 그리고 제가 애정해마지 않는 영화들의 장면과 사건들을 연결하는 부분에서는 원초적 재미신경이 최고진동수를 기록하며 문장들의 단어 하나라도 놓칠 새라 눈깜박임 조차도 조심하며 읽어내려갈 정도로 흥미진진합니다. 그렇게 시간여행자를 위한 꿀팁, 패러독스를 회피하는 방법,으로 아홉 단계를 마무리하며 책은 마무리됩니다.

흥미롭게도 이 책의 에필로그는 작가 본인인 1990년에 발표했던 SF단편소설 <뒤돌아보지 말라>로 대신합니다. 어찌 보면 시간여행 패러독스에 대한 적용편 같은 느낌이면서 동시에 모든 과학과 소설의 시작일지도 모를 단서인 “만약에 내가...”를 테마로 그려낸 이야기는 자체로도 재미있는 상상이면서 이 책의 괜찮은 마무리가 되어 줍니다. 그리고, 이제 남은 일은 돈 많고 호기심 많은 누군가가 타임머신만 개발하면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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