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대중 혐오, 법치 -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피에르 다르도.크리스티앙 라발.피에르 소베트르 지음, 정기헌 옮김, 장석준 해제 / 원더박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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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 년간 영화판을 좌우했던 마블 시리즈 중 <시빌 워>의 한 장면은 너무나도 인상적으로 남아있습니다. 공항 활주로를 횡단하며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 맨을 필두로하는 두 개의 편으로 갈린 히어로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서로의 동료였던 상대편에게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그야말로 전쟁을 벌이는 장면입니다. 이들의 내전 (Civil War)의 이유는 초인 등록법’, 다시 말해 히어로들의 개별 행동과 통제되지 않은 활동으로 크고 작은 피해가 시민 사회에 초래되니 이제라도 정부 공권력의 통제권 아래 이 히어로들을 두겠다는 것인데, 캡틴 아메리카는 반대했고 아이언 맨은 찬성의 입장이었습니다.

 

법의 우위를 인정함으로써 폭력을 중단하는 것이 정치라면, 내전은 투키디데스가 말한 대로 열광과 복수를 하나로 뒤섞는 분노와 폭력의 무원칙한 분출이다. 상기와 같은 반명제들은 그것의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신자유주의에 접근하는 길을 막는다. 전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정치가 극악한 폭력의 사용을 완벽하게 수용할 수 있으며, 내전이 법을 수단으로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p.10-11. 서문 중>

 

<시빌 워>의 히어로들이 편먹고 싸웠듯, 우리의 역사에서도 복잡다단한 근대사회를 지나며, 우리의 국가 사회 내에는 저마다의 가치와 이익으로 찬반이 갈리거나, 특정 무리들의 가치에 반하는 정부의 정책 등에 반대하는 불복종 행위가 촉발, 확대되면서 국가 외부의 적과 충돌인 전쟁의 상대 개념인 내전의 역사가 시작되었고, 이것이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의 이데올로기가 되어 국가의 정치기조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지배 유지를 위해 사회적, 정치적 갈등을 벌이는 현장으로 변모하게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책은 말합니다.

 

번역판의 제목 <내전, 대중 혐오, 법치>와 달리 책의 원제 <LE CHOIX DE LA GUERRE CIVILE - Une acutre histoire du neoliberalisme>입니다. 영어로 번역하면 <THE CHOICE OF CIVIL WAR - Another History of Neoliberalism> , <내전의 선택 - 신자유주의의 다른 역사>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습니다.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내전이라는 전략을 선택하여 역사적으로 어떻게 나아왔는가를 보여주는 책의 이야기 줄기를 이해하는데 나름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든 신자유주의자에게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었다. 어떻게 대중으로 이해되는 인민의 권력을 제한할 것인가? 루지에의 답은 명확하다. 새로운 귀족에게 권력을 양도해야 하며, 대중으로부터 분리된 정치적 권력기관을 세울 수 있는 통치의 기술을 정립해야 한다.”

<p. 73-74. 2_신자유주의 대중 혐오. >

 

그렇게 자라난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그 세력을 공고히 해나갈지에 대한 고민의 역사와 전략들을 차근차근 역사와 정치철학의 목소리를 들려줌으로 빌드 업해서 보여줍니다. 그중 큰 변곡점이 되는 대중 혐오에서 그들의 두려움과 이에 대한 극복의 방법들의 실례들을 들어 제시해줍니다. 능력주의, 극우파의 출현과 보수주의의 부상, 법치, 인종주의 등의 반평등 기조, 대중의 경쟁을 부추기는 신자유주의의 치밀하고 강한 내전 전략들에 어떻게 세상이 좌지우지 되어왔는지를 돌아보며 그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미래를 전망합니다. 그리고 대항해서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할 액션플랜을 제시하며 책은 마무리됩니다.

 

그러니 우리는 민주주의적 정치 활동을 막는 모든 장애물에 대항해 싸워야 한다. 장애물은 많다.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문화적 불평등, 과두제에 지배받는 정당 간의 파괴적인 경쟁, 정치 활동의 활력을 빼앗으면서 민주주의의 의미를 탐색한다고 주장하는 의회주의와 선거지상주의... (후략)”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한민국 제22대 총선. 이 핵분열과 핵융합의 과정 같은 시간 속에서 여지없이 대중을 편 가르고 기득권 정치와 거대 양당정치, 엘리트 정치와 법치라는 이름의 폭압적 행태들을 또다시 목도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 책 <내전, 대중 혐오, 법치>, 앞으로도 한동안 우리 공동체를 내전의 양상으로 몰고 갈 그 신자유주의자들의 들켜버린 마음을 담은 비책이자, 그런 법치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억압적 대중 혐오의 내전 전략을 대하는 우리 주권자들의 태도와 마음가짐을 담은 지침서가 될 수 있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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