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보다 Vol. 2 벽 SF 보다 2
듀나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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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SF 보다> 시리즈의 두 번째 단행본. 단편, 하이퍼-링크, 크리티크 등을 포함하되 하나의 주제로 엮어내는데, 이번엔 “벽”이 그 주제입니다.
처음은 문지혁 작가의 하이퍼-링크 <넘을 수 없는, 넘어야 하는>으로 시작해서, 여섯 편의 단편들을 거쳐 마지막에 심완선 작가의 크리티크 <벽을 둘러싸고 일어나느 세가지 일>로 마무리되는 독특한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문학이 무엇인지, 장르와 SF가 무엇인지 나는 아직 정확히 모르지만, 어쩌면 그건 끝없이 벽을 넘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 아닐까? 사람과 방과 계단과 궁전을 넘어, 눈군가 우리에게 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기도하고 그리는 일. 우리에게 메타포가, 비유와 우화가, 문학이 그런 것처럼. 이야기는 벽이 되고 문이 되고 세계가 된다. 책은 벽돌이다.”
<p.12-13. 넘을 수 없는, 넘어야 하는 (문지혁) 중>

Hyper-link. 영화 <스타트랙>이나 <스타워즈>에서의 ‘워프’처럼 물리적 공간을 축지법처럼 건너뛰게 하는 것을 일컫습니다. 혹은, 인터넷 환경 등에서 특정 사이트로 연결되는 밑줄 쳐진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는 아마도 현실 세계에 발 딛고 있는 독자를 이번 주제 (이번에는 ‘벽’)로 넘어가도록 안내하는 글 정도로 보입니다. 카프카의 작품들과 ‘해리포터 시리즈’, ‘나니아 연대기’에서 만나는 벽들을 이야기하며 그 의미를 두드려보며 다음 소설로 독자를 이끄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나에겐, 우리에게 벽은 무얼까요? 뒤엉켜버린 실타래 마냥 천만가지 생각이 또아리를 틀기에 머리를 흔들어 날려버렸습니다.

그렇게, 이름 꽤나 들어본 SF 이야기꾼들, 듀나, 아밀, 이산화, 이유리, 정보라,의 단편들이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고 빠르게 혹은 뒤척이며 흘러갑니다.

“석 달 동안 1,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적사병으로 죽은 건 오히려 축복이었다. 먹여야 할 입이 줄어들었고 평균연령이 낮아졌다.”
<p.21. 아레나 (듀나) 중>

불안한 현재 혹은 미래는 각자에게 혹은 공동체에게, 디스토피아로 혹은 유토피아로 다가오며, 또 어떻게든 거기에 맞춰 인생은 살아집니다. 초고령화 사회의 어두운 전망을 오히려 축복으로 만들어버린 적사병이 그러합니다. 어쩌면 코로나 19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적사병 창궐로 쿼런틴되어 벽으로 폐쇄된 2033년의 한반도와, K-팝 아이돌 그룹을 떠올리게 하는 청소년 히어로들을 모아 훈련시키는 기업 K-포스를 둘러싼 이야기를 담은 <아레나>. 손이 작아 좌절에 빠진 손이 작은 피아니스가 차원의 마녀를 만나 4차원으로 업그레이드되는 벽을 뛰어넘는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 토끼 떼와 토끼 사냥꾼, 그리고 종교, 이성, 자연선택설, 진화로 둘러싼 벽 안쪽의 <깡총>. 지구 상에서 오로지 네트워크가 유효한 안전한 벽, 방패의 완벽한 통제로 둘러싸인 서울의 <월담하려다 접천>. 그들 사이에 놓인 벽돌이 자라서 벽이 되는 경험을 부부가 관계를 되돌아보는 사건을 담은 <무너뜨리기>. 어쩌면 아주 오래 전 인류의 태동기의 벽에 역사를 기록하는 <무르무란>까지.

“보세요! 아무리 어린 토끼라도 간단히 넘을 수 있는 벽을, 당신은 넘지 못하고 다만 이 앞에서 무릎을 꿇어버렸을 뿐이죠. 우리 교단이 이 장엄한 벽을 지은 이유를 이제 알겠나요? 당신처럼 무지한 자들이 감히 신성한 땅으로 도망치지 못하게끔 하기 위함입니다.”
<p.93. 깡총 (이산화) 중>
우리를 외부와 차단함으로 보호하기도, 우리 사이에 놓여 갈라놓기도, 진행을 가로막아 좌절과 도전을 허락하기도 하는 ‘벽’은, 또 그렇게 쌓아지고 무너지며, 뛰어넘고 멈춰서서, 우리의 존재를, 우리의 관계를, 우리의 의미를 확인하게 합니다.

“소설은 우리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동시에 전체로서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상기시킨다. 벽을 두고도 격리와 적대, 혼란과 자아 상실, 어느 쪽으로도 빠지지 않는 길이다.”
<p.188. 벽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세 가지 일 (심완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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