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리학 펑크 2077 - 브릿G 단편 프로젝트
김현재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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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리학 펑크 2077>

김현재, 민경하, 오경우, 유파랑, 이준, 전삼혜, 진산, 하늘느타리, 호인 지음 / 황금가지


웹소설이 대세다. 웹툰으로 옮아간 만화책의 결핍처럼, 웹소설로 종이책의 설 자리가 위태로워 질 것인가? 이러한 위기의식(?)에서 황금가지의 '브릿G'는 그 브랜드처럼 꽤나 괜찮은 출판사의 행보로 보였다. 어쨌든, 가벼운 킬링타임 용도가 대부분일 수 밖에 없는 웹소설의 외양을 띄지만, 그 속살엔 근실한 장르문학의 맷집을 품고 있는 브릿G의 컨텐츠들이어서 반가울 수 밖에. 하지만, 손가락으로 페이지를 이리저리 넘기는 맛이 아직 좋을 나이(?)인 독자들에겐 언감생심. 그런 의미에서라도, 이번 책 <성리학 펑크 2077>은 꽤 괜찮은 기획이다. 우선, 재미있다. 나 같은 경우, 삼분의 일 지점에서 저녁식사로 멈춘 것 말고는, 정말 주말에 앉은 자리에서 내리 읽을 수 있었다. 

9개의 단편들, 모두 각자의 맛깔난 문체와 독특한 설정, 이야기를 끌고 가는 기세가 좋았고, 장편과 달리, 호흡을 가다듬을 새 없이 내 달리는 구성들이 돋보였다.

서기 2077년, 성리학을 탑재한 인공지능이 좌지우지하는 세상을 그린 표제의 [성리학 펑크 2077]. 풍수지리와 관상학, 사주팔자가 권력과 삶의 기준이된 사회라니 말이다.

폐간을 앞뒀던 '계간 역술'의 1인 출판/편집자의 귀신과의 한판승부(!)를 다룬 <전 세계 지성인이 함께 보는 계간 역술>은, 기어코 살아남을 출판시장을 다룬 메타소설이라 안타깝고 때론 후련하더라. 

그리고, 입영통지서를 받고 사라진 더없이 여성스런 동생 리아와 여성의 몸을 애써 지우려는언니 혜진이, 자매가 되어가는 과정을 쭈욱 따라가는 <자매의 탄생>은 젠더 이슈를 우리 가까이 있는 이야기로 펼쳐보인다. 그외, <상자의 주인>, <살아있는 식물은 검역을 거쳐야 합니다>, <잘부탁드립니다>, <나무의 노래>, <샛길>, 그리고 <협담-고양이는 없다>까지, 내달려 읽어도 좋고, 야금야금 한편씩 베어물어도 좋을 단편집이다. 

누군가는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 하는데, 난 겨울이, 집콕할 수 있는 겨울이 더 독서의 계절이다 싶다. 겨울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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